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 허허당 인생 잠언록
허허당 글.그림 /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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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만나기 흔치 않은 책이다.

우리가 흔히 읽는 책과는 책의 내용과 구성이 특이하다.

출가 수행자이자 유명한 선화가(禪畵家)이신 저자는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은 분의 작품이라 그런가 보다.

또 이분은 스스로의 깨달음에서 ‘비고 빈 집’이라는 뜻의 ‘허허당(虛虛堂)’ 이라는 이름을 지어 부른다고 한다. 사실, 허허하면 웃음의 의성어로서 더 이해하기가 쉽다.

이러나저러나 허허당, 아무 것도 채우지 않는 비고 빈집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들이니 얼마나 깊고 은은할까 기대가 된다.

이 책은 그림책 같기도 하고 그냥 책 같기도 하다.

글 한 편에 어울리는 그림 한 점을 그려 놓음으로서 시각적으로 여백의 멋을 느끼게 되어 있다. 이 분위기가 저자의 생각과 아호와 연결되어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 동안에 기록한 책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저자가 여행한 인도나 남미 등의 여행 감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비교적 단문(短文)이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을 가장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여운이 길고 생각이 깊은 장문(長文)이라고 할 만하다.

저자는 ‘죽음의 선택하라’는 제하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한 줄의 시를 쓴다는 것은 한 번의 죽음을 의미하고,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한 번의 화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가 이런 의식에서 이 책에 글과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해 보면,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수많은 죽음과 화장의 고통을 넘나들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 책은 저자의 세상을 향한 유언과 같은 성격의 글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덧붙인다. [시를 쓰는 것은 몸이다 그러나 몸은 시를 쓰지 않는다 몸은 죽어 환생한다, 시의 몸으로 진정 살아 있는 시는 몸과 시를 맞바꾼다] 즉 살아 있음과 바꾸어 탄생하는 한 편의 시의 무게와 울림을 실감케 한다.

육신은 죽으나 시의 형체로 환생하는 윤회와 순환. 이것이 허허당의 시의식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종이로 만들어진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호흡하고 맥박이 뛰고 체온이 느껴지는 또 다른 분신임을 헤아린다.

이 책에는 거의 모든 그림이 사람의 얼굴로 그려져 있다.

수많은 군상들의 그림에 형형색색의 음영과 질감으로 변화무쌍한 저자의 심상을 표현해 놓았다. 그 군상들 속에 저자가 있을 것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허허당에게는 무심히 오고 가는 계절도 그냥 무심할 수가 없나보다.

[단풍이 들면 고독이라도 하면서 가을에 대한 예]를 표하자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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