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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평점 :
독립전시기획자이며 작가가 쓴 책이니 평범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조선 화가들의 그림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싣고, 그 그림들을 전문가적인 안목에서 세세히 설명해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독립전시자이기에 그림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고 있고, 작가이기에 그 앎을 더 깊게 녹여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옛 그림을 감상할 때 서양화법과 일제 식민사관을 버려야 함을 주의하고 있다.
현대의 서양화는 대부문 감상을 목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화법이나 사조에 기초해서 살펴보는 것이 맞지만, 우리의 옛 그림들은 화법 위주보다는 우리네 삶과 연계하여 감상하는 것이 지적 유희와 감성적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융합과 통섭의 시대라고 새롭게 인식하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그림들을 보면, 시, 서, 화, 문, 사, 철, 유, 불, 선을 융합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표지는 신윤복의 그림인 [기다림]이 그려져 있다.
담 모서리에 기대선 여인의 그림이다. 그녀는 유난히 키가 큰 여인이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은 버드나무 잎이 가지런히 돋아 나 있다.
여인은 단아한 트레머리를 얹고 고개는 외로 틀어 얼굴은 보여 주지 않는다. 이 가림의 미학이 우리들의 정서이기고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굴을 왼쪽으로 돌린 관계로 목덜미와 이마의 솜털을 보이게 하여 더 고혹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준다.
저자는 이 여인은 한창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설레는 기다림이 아닌, 스쳐 간 사랑이 남긴 아픈 기다림이라고 추측한다. 그렇게 추측하는 근거로 그녀가 뒤에 감추고 있는 송낙이라는 모자를 설명해 주고 있다. 아마 여인이 기다리고 있는 주인공이 여인에게 주고 간 정표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송낙은 불가의 승려가 평상시에 납의와 함께 착용하는 모자임을 부연해서 설명해 주고, 그림 속의 버드나무는 그냥 버드나무가 아니라 불가세계의 상징물이라고 확인해 준다.
그리고, 그녀가 서 있는 담 모서리를 단서로 ‘누구든지 쉽게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드나무와 담 밑의 꽃’이라는 의미를 연결하여 ‘노류장화(路柳墻花)’라는 고사를 인용하며, 기다리는 여인은 기생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1447년 4월 20일 밤,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꾼 꿈을 모티브로 그려진 [몽유도원도]를 설명한다. 이 그림은 그 당시의 화면 구성인 오른 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의 이동경로와 반대로 온쪽 아래에서 오른 쪽 위로 진행하는 파격을 취했다고 한다.
완쪽은 현실세계를 비교적 근거리의 시각에서 처리했고, 오른 쪽의 도원 세계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부감법’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안평대군은 궁중화가인 안견에게 자신의 꿈을 들려주면서 이 그림을 의뢰하였고, 안평대군은 이 그림에 대한 발문과 제서와 시 한수를 써 넣었고, 23명의 찬문을 써 넣기도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현재는 일본의 덴리 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저자는 이 그림이 그려진 6년 후에 있었던 계유정난과 연결하여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위에서 대표적으로 제시한 두 그림들의 설명에서 보았듯이 이 그림들은 그 당시의 사회의 풍습과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융합과 통섭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