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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2 - 3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평점 :
2권은 술라의 독재관 시기부터 말년,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 다시 시작된 로마의 혼란을 서술한다. 내부 안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본격적으로 야망을 드러내며 정치 공작을 시작하는 폼페이우스와 필리푸스, 이제 막 군단 경험을 시작한 카이사르, 그리고 아직은 소년에 불과한 소小 카토와 브루투스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2권의 꽃은 단연 술라의 법제 개혁이다. 호민관의 여러 권한을 폐지 및 축소, 기사 계급의 역할 축소, 원로원 발언권 제한, 곡물법, 사치 금지법, 반역죄 범위 개정 등 모든 권력을 원로원에 집중시키며, 로마가 공화정 국가임을 확실히 한다.
로마법의 모순을 짚어보자면 형편이 곤궁한 귀족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재산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속주 총독직을 역임해야 한다. 이는 곧 사실상 속주를 다스리도록 파견된 관료가 범죄 이력을 쌓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체제의 한계다. 총독이 시민권과 세금 면제권을 팔아서 생긴 수익금을 제 주머니에 챙기는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 원로원과 국고위원회는 로마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묵인했기 때문에 원로원 의원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으로 하여금 속주 총독에게 직무상 부당취득으로 유죄 선고를 어렵게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관행이 결과적으로 착취당한 속주가 로마를 증오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고, 어찌됐든 로마는 그 대가를 치뤄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최고의 파트리키 출신으로 로마의 공화정과 법(비록 제 입맛대로 바꿀지언정), 로마신, 관습을 가장 우선하는 보수적인 술라가, 로마인이 가장 멸시하는 동성애자이며 독재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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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관 직에서 풀려나 군 복무 수행을 명령받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단번에 첫 임무와 실전으로 원로원 자리까지 꿰차고야 만 미래의 독재관.
본격적으로 정치에 뜻을 두기 시작한 폼페이우스는 자신만의 당파를 세우기로 결심하고 원로원 의원 필리푸스와 거래한다.
술라가 죽고 없자 카툴루스와 레피두스를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됐고, 독재관의 정책에 불만이 많았던 귀족들은 친술라계의 카툴루스보다는 레피두스 쪽에 붙는 이들이 더 많았다. 레피두스는 브루투스와 합심해 술라가 제정한 법들을 완화하거나 개정했다. 폼페이우스와의 거래대로 원로원 내에 당파를 형성하겠다는 필리푸스가 에투리아의 반란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원로원은 온갖 정치 공작이 난무하고 분열이 심화된다. 결과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의 퀸투스 세르토리우스에게 혼쭐이 나고 한층 성창한 폼페이우스. 어쨌든 그토록 우습게 여겼던 메텔루스 피우스 덕분에 히스파니아 전쟁을 끝냈을 때에 서른다섯 살이 된 그는 더 이상 혈기만 넘치는 젊은 장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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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정점을 찍고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 자유라는 명분으로 말년에 막장 드라마를 보여준 술라가 죽었다. 자유를 찾았다고 소리 높여 외쳤던 그의 삶은,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대로 존엄했던가. 술라에게는 특별함이 있으나 도덕과 선의가 없어서 위대한 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메트로비오스의 말, 그리고 말년에 메트로비오스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딸이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술라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도 메트로비오스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술라는 위대한 자가 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명예로운 자라고 하기에는 어렵겠다.
몇 가지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먼저 비티니아와 폰토스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적국임에도 서로 배를 임대해 준다는 사실이다. 당장 쓸모가 없고 유지비만 지출되는 배를 적국이라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이 용기를 효율성이라고 해야 할지, 무모함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카이사르는 이 사실을 통해 로마가 왜 속주나 피호국 왕들과 문제를 겪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뿐 아니라 그의 방랑벽은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동방의 정세를 정략 결혼한 키프로스 왕비(이집트의 공주)의 입을 빌어서 서술하는데, 정치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여성의 시선이라는 면에서 독특했다.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재미도 재미지만, 로마사를 다룬 (비문학)문헌들에서나 볼 수 있는 국제 정세와 로마 내부의 정치적 상황을 사실적이고 면밀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인물과 스토리 위주로만 흘러갈 법도 한데, 이런 부분들을 모두 잡고 있어서 이야기가 촘촘하고 탄력있게 흐름이 이어진다.
2권의 마지막에 소(小) 카토와 어린 브루투스까지 등장했다. 이제 공화정 말기에 한 몫을 할 인물들이 하나둘 무대에 오르고 있다. 3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