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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소설의 도입 부분은 시대적 배경 설명에 가깝다.
오브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유지인 공드르빌 영지 끝에 위치해 있는 로터리는 프랑스의 가장 풍요한 소유지 가운데 하나이다. 이 소유지는 대혁명 전에는 왕실에서 배척당한 드 시뫼즈 가문의 것이었고, 후대의 드 시뫼즈 후작은 쌍둥이 자식에게 소유지를 남겼다. 현재 이 쌍둥이 후손은 부르봉 왕가의 한 분가이자 망명한 콩데 가문을 따라 외국에 나가 있고, 1789년 이래 현재까지 이 소유지를 관리하는 자는 미쉬다. 말이 관리인이지 1793년부터 그는 이 땅의 주인이나 다름 없었고, 그 압제를 보란듯이 증명하며 살았다.
공드르빌 소유지의 역사를 되짚자면, 드 시뫼즈 후작은 독일의 귀족과 내통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고, 그들의 영지는 국유 재산으로 매각되었다. 드 시뫼즈 노후작 부부가 참수형에 처해졌을 당시 미쉬는 아르시 자코뱅 클럽 의장이었다. 사람들은 고아인 그를 거두어 보살펴주고 관리인 자리에 앉힌 후작 부부를 배신한 것을 두고 그를 브루투스같다고 손가락질 했다. 소유지는 새로운 매수자에게 팔렸고, 그는 시뫼즈 가문의 집사 노릇을 했던 사람의 손자로서 아르시 출신의 마리옹이었다.
상당한 재산을 취득한 미쉬는 혁명 법정을 주재했던 피혁 제조인의 딸 마르트와 결혼했다. 애국자이자 트라우 혁명 법정의 사위이며 오브현 대의원 중 한 명인 말랭의 보호까지 받는 미쉬는 공포 정치가 지속되는 동안 존중의 대상이 되었지만, 로베스피에르의 처형으로 산악당이 패배하자 자살한 장인의 행위까지 더해져 그가 속죄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정치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많은 분량이 아님에도 벌써부터 꽤나 묵직하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늘 흥미로운 발자크의 글.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 민음사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