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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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의 진정한 행복은 기쁨의 웃음속에서가 아니라 이런 아슬아슬한 순간에 있다. 우리의 일상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는데 어느쪽으로 기울어질지 알지 못할때에" - 닐 킬- p.457

 
스릴러란 장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말 그대로 스릴 그 자체에 있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긴장감과, 거기에서 오는 쾌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급박한 전개, 예상치못한 상황과의 조우, 엄습해오는 불안감내지는 공포감,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묘미같은 것들 말이다. 스릴러라는 글자에서 스릴을 빼고나면 남는것은 그저 '러' 밖에 없지 않은가. 스릴러에 있어서 스릴은 필수 요소이자 미덕이다. 우리가 단지 그냥 '러'를  보기위해서 스릴러 소설을 펼쳐드는 것은 아니니까. 비교적 긴장감은 떨어지더라도 게중에는 그 밖의 다른 요소들이 매우 뛰어나서 상당한 재미를 주는 작품도 있고 명작의 대열에 오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고 나름대로 만족을 하더라도 애초에 기대한 스릴이 없으면 내심 섭섭한 것은 어찌할수가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러갔다가 회전목마만 타고 온 격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막심샤탕의 악의심연은 스릴러중에서도 최상급의 스릴러라고 할수 있을것 같다. 초장부터 바짝 긴장하게 만들어놓고는 좀처럼 숨돌릴틈을 주지 않는다. 도대체 책에서 손을 놓을 기회가 없다. 그 초조감과 긴박감으로 인한 몰입도가 보통이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고 좀 쉬었다 봐야지 하면서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몇번을 거듭했는지 모른다. 다음이 신경쓰여 어쩔수 없이 멈추지 못하고 결국 이 두꺼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독파를 해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 얼마나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지 다 읽고 나니까 힘이 쪽 빠져 버리더라. 피곤이 몰려오지만, 한판 신나게 놀았다는 만족감에 행복하다. 아무렴 스릴러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막심샤탕이란 이 젊은 작가는 독자의 똥줄을 바짝바짝 태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최고의 기술자였던 것이다.

 
최상급의 공포스릴러 소설

뉴욕 시경의 젊은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실종되어버렸다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어느 눈내리는 밤 알몸의 여성이 공원을 가로질러 달리는 것이 목격된다. 공원 관리인의 통보를 받아 현장에 달려온 애너벨의 동료는 비번인 그녀를 호출한다. 잔혹한 고문을 받은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피해여성은 쇼크에 빠져있는 상태로 헛소리를 반복할뿐 그 이상의 일을 묻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경찰은 피해자의 위에서 검출된 약품을 단서로 공원 주변의 약국을 수사한다. 한 약국의 주인으로부터 어떤 남자가 정기적으로 이 약품을 사러 온다고 하는 정보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애너벨은 그 남자의 주거지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약국 주인이 묘사한 인물의 인상착의와 부합하는 남자가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것을 경찰관이 일생에 한번 만날 찬스라고 느낀 애너벨은 응원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아 건물안으로 들어가 자칫하면 죽음을 맞이할뻔 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범인을 사살한다. 범인의 아파트로부터는 그가 어느 사이비 종교집단에 속해있으며, 일종의 의식의 일환으로 고문 살인을 행한 사실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과, 공포에 떠는 실종자들의 모습을 찍은 67장의 사진이 발견된다.
그리고, 실종자의 수색을 전문으로 하는 사립탐정 죠슈아 브롤린이 애너벨에 접촉해 온다. 처음에는 브롤린을 경계하고 있던 애너벨 이지만 그의 숙달된 수사능력을 높게 평가한 그녀는 그와 협력하여 수사를 진행해 나가기로 한다. 수사가 진전되어 나감에 따라 둘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들 집단의 잔인함을 눈앞에 접하게 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전작인 악의영혼에서도 잔인한 묘사는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그것은 전작의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나 잔혹한 묘사, 섬뜩한 뉴욕 지하의 비밀클럽의 모습등이 연출되는데다가, 이 작가의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수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악몽에 시달리고 싶지 않으면 처음부터 읽지 않는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얼굴로 끝까지 읽어버리는 자신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될지도...
그로테스크한 호러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자신있게 추천할수 있는 작품.
잘생긴 외모의 이 천재작가에게 매료된 팬들이 스스로를 샤타미스트라 칭한다는데, 그렇다면 오늘부터는 나도 무조건 샤타미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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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운 - 내 인생에서 놓쳐선 안 될
대린 맥코웬 외 지음, 안종설.고도원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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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은 이뤄야 할것들이 많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자극이 되기도 하고,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하고, 또 희망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망의 대상이자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부자라서 좋겠다. 저사람은 어떻게 저 위치에 있을수 있는걸까. 지나친 경우에는 그런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비교대상으로써 자조섞인 신세 한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성공하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수반되었으며 또 수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지만 어쩐지 나와 그들을 비교하면 성공한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들도 출발선은 모두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였을진데, 내가 그 자리에 올라설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소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이 10시간이 걸려서야 해낼수 있었던 일을 나는 그 절반의 시간만으로도 해낼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과연 성공하기 위해서 그들의 절반이라도 노력을 한적이 있던가.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피나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이 있었음을 알수 있다. 설령 그 성공이 행운이 뒤따랐기 때문에 있을수 있는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운을 붙잡기 위하여 무언가 과감하게 도전하고 이를 악물고 노력한다면 분명 나의 몫이 될수 있을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이것을 증명한다. 현재의 나의 모습처럼 너무나 평범한, 아니면 오히려 보통 사람들을 부러워해야 할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그들이 어떻게 행운을 잡을수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성공에까지 이어지게 할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는것을 듣고 있으면 내몫의 행운을 차지하기 위해 내가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것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성공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모두 좋은 교훈이 되어줄수 있을것 같다. 따지고보면 행운을 쟁취하는데 먼저 성공한 선배들의 조언을 이렇게 들을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행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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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라무슈
프로메테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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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라무슈란 이탈리아 연극 양식의 하나인 콤메디아 델라르타에 나오는 상투적인 유형의 인물입니다. 즉, 등장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를 말합니다. 세밀한 각본 없이 배우들의 즉흥적인 연기로 이끌어 가던 당시의 연극에서 스카라무슈는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나와 뛰어난 임기응변과 시니컬한 유머로 사람들을 조롱하고, 경묘한 익살과 함께 독설을 퍼붓지만, 그러나 본래는 소심한 겁쟁이이기도 해서 겁이나면 슬슬 꽁무니를 빼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역할인듯 합니다. 요즈음의 코메디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걸 보면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캐릭터라고 할수 있겠네요.
덧붙이자면, 제가 이 스카라무슈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는 어느 노래의 가사때문이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프레디 머큐리가 이끌던 전설적인 락그룹이죠. '퀸' 의 불후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스카라무슈가 등장합니다.  
 
 
'그는 조롱할줄 아는 재능과 세상이 미쳤다는 생각을 갖고 태어났다.'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하면 고작 이정도입니다. 그가 누구의 아이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가브리악 마을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앙드레 루이 모로를 감싸고 있는 비밀을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브루타뉴 사람들이 단순하다고는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모를만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귀족이, 아무 뚜렷한 이유도 없이 태생도 모르는 아기의 대부가 되길 자청하고 게다가 양육과 교육까지 책임진다고 하면 순박한 시골사람들이라도 대체로, 사정을 미루어 짐작하게 될수밖에 없었을테니까요.
 
 
다방면으로 넘칠 정도의 교양을 쌓은 앙드레 루이 모로는 시골 변호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24세의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대부의 밑에서 자란 반쪽짜리 귀족인 그는, 지금의 불합리한 계급사회를 전복하고 싶어하는 동료들로부터 때로는 야유와 질타를 받긴 하지만, 속에 울분과 불만을 안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운명이 바뀌게 된 계기는, 성실하지만 외골수인 친구 빌모렝이 오만한 세략가인 다쥐르 후작을 만나러 가면서 부터입니다. 다쥐르 후작의 영지에서 덫에 걸린 꿩을 훔치다가 사살당한 농부의 보상문제로 항의를 하던 이 젊은 신학도는 언쟁하던 도중 후작의 계략에 빠져 결투신청을 받아들이게 되고 검술의 검자도 모르는 그는 결국 목숨을 잃게 됩니다. 게다가 앙드레 루이 모로는 자신의 대부의 딸이자 연정의 대상인 알린이 스무살 이상이나 연상인 후작과 혼담이 오고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리하여, 앙드레 루이 모로는 사랑과 우정을 빼앗아간 후작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후작과 대립하고 그 때부터 쫓기는 생활이 시작됩니다.
때마침 시작된 프랑스 혁명과 함께 그는 변호사, 정치가, 펜싱마스터, 유랑극단의 배우, 법률가 등 다양한 직종을 바꾸어가며 종횡무진 활약합니다. 숙적인 다쥐르 후작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는 통쾌한 모험활극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위에 열거한 직업들 뿐 아니라 대중을 움직이는 언변과 카리스마, 극단을 운영하는 CEO로서의 능력등 시대를 초월한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앙드레 루이 모로이지만 한편으로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정치적인 신념등의 문제로 고뇌하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런점이 홍길동과 같은 전기소설과는 달리 때로는 실존인물로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전전하는 직업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수 있어 이 시대의 프랑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더 가치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두껍습니다만, 즐거운 여정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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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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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치는 사람을 죽였다. 그날 밤 미쓰세 고갯길에 쓰러져 있는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것이다. 불의의 사고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그의 행위는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지탄받아 마땅한 중범죄다. 그리고 이같은 짓을 저지른 유이치가 범죄자임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세간에서는 이런 유이치를 극악무도한 악인이라 생각하게 될것이다. 그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다. 그렇지만 격정과 혼란속에서 유이치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것은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읽고난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악인이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유이치는 버림받았다. 어린시절 선착장에서 엄마에게서 버림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유이치에게 등대를 보고 있으면 곧 돌아오겠다며 유이치를 놔두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유이치는 느닷없이 버려진 이유를 알수가 없다. 자신이 무언가 나쁜짓을 했기 때문에 엄마가 싫어하게 된것일까?
진심으로 대했던 윤락가의 아가씨에게서도, 만남사이트에서 알게된 보험판매 여성에게서도 그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또 다시 버림받고 만다.
 
 
그러나, 항상 피해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유이치는 어느 순간 아이러니하게 가해자로 뒤바뀌어 있다.
아들을 버리고 떠났던 자신의 어머니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서 상습적으로 뜯어낸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가해자로 만드는가 하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서툴러서,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겁에 질려서, 이유는 각각이지만 유이치는 결국 그들에게 있어서 가해자로 남는다. 그리고 세상이 알아주는 것은 그가 받은 고통이 아니라 오직 그가 저지른 짓일뿐이다.
 
 
그런 유이치가 뒤늦게 진짜 사랑에 빠지지만 이미 살인을 저지른 뒤이고 수사망은 점점 좁혀져 오고 있다. 그는 또다시 가해자가 되려고 한다. 여자의 목을 조른다. 그는 체포후에 자신이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가진 인간이며 여자는 이용했을뿐이라고 진술한다. 이제서야 겨우 만나게 된 진정한 사랑을 위해 지금 자신이 해줄수 있는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 사람은 악인인거였네요? 마지막 여자의 말에 떠오른 의문부호는 자신을 향한 설득에 가깝다. 얄궂은 운명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것은 유이치뿐 아니라 이 작품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로서의 입장이 뒤바뀌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아니 뒤바뀌어 있다기 보다는 양쪽의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하는것이 좋겠다. 세상의 시선은 그 중 어느 한쪽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혹시 이들중에 진짜 악인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몇년동안 견디기 힘든 괴롭힘을 당해온 아이가 자신을 괴롭힌 동급생을 흉기로 살해한다면 언론과 사람들은 분명 경악의 눈으로 이 아이를 바라볼것이다. 그러나 고통과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막다른 곳까지 몰린 아이가 간신히 찾아낸 유일한 탈출구가 그것이라면 비록 범죄자일지언정 이 아이에게 악인이라는 굴레를 씌우기에는 너무 가혹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연약한 노인의 몸으로 험악한 청년들이 모여있는 호랑이굴로 무모하게 뛰어들수밖에 없었던 유이치의 할머니의 절박한 심정을 생각해본다면 조금 알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정보의 홍수에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너무나도 많은, 얕고 왜곡된 정보들에 놀아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슬픈 일이 아닐수 없다. 우리가 당연히 진실이라 믿어 마지않는 그것들이 정말 진실이라고 누가 장담할수 있겠는가. 이 책의 작가, 요시다슈이치의 눈은 대단히 추상적인 것을 쫓고 있지만 소설가의 본래의 모습이란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제목이 갖는 의미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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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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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과 서쪽, 안과 밖, 왼쪽과 오른쪽, 남과여. 그리고 천국과 지옥.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상반된 무수한 새롭고 낡은 두개의 세계. 혹은, 양쪽의 세계. 그것을 의미하는 단어, "암보스 문도스".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암보스 문도스"에 수록되어 있는 7개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악"이라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독자에게 있어서는 결코 불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악녀들의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시작해서 또한 갑작스러운 결말로 매듭지어지지만 기분좋은 여운이 남는다. 사람은 누구라도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악의를 안은 생물이며, 하나나 둘쯤은 비밀을 끌어안고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속에서도 열심히 스트레스를 쌓아 올리고 있구나. 이 단편집을 읽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
둘의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뿐인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학교에 거짓연수 계획을 제출하고 둘만의 쿠바 여행을 떠난, 젊은 초등학교 여교사와 그 불륜 상대인 교감의 이야기. 여행지에서 돌아온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여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여학생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 그리고, 둘을 바라보는 관계자들이나 학생들의 악의의 찬 시선들. 이 여교사는, 학생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그 핵심을 건드릴수가 없다. 그것을 독백이라고 하는 형식으로,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단순히 불행한 여교사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운나쁘게도 어린 악녀들에게 약점을 잡혀버린 어느 볼모의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여교사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달라붙어 있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그때의 그녀들은 지금쯤은 훌륭한 악녀로 완전히 성장해 있을까.


 
어찐지 섬찟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 "식림".
세련되지 못한 주인공은, 지금껏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로부터 소외당해 왔다. 소심한 그녀. 그러던 어느날, 과거의 어떤 사건을 떠올린 그녀는 갑자기 자신감을 되찾고 의기양양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떠올린 과거와 주위에서 기억하고 있는 과거와의 차이를 깨닫고, 혼란스러워진다. 남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해온 그녀의 기묘하게 비틀린 정신세계가 전혀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고 이상하리만치 현실감이 느껴져서 오싹하다.
그녀는, 매우 고독하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맞게 능숙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서투르게 살아갈수 밖에 없는 그녀. 결말부분의 그녀를 떠올리면 또다시 섬찟해지고 만다. 
 
 
또 하나, "괴물들의 야회".
아내와 자식이 있는 유부남과 오랫동안 불륜 관계를 지속해 온, 여성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이런 경우에 남자들이 불륜 상대에게 흔히 할 수 있는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믿어온 여성은, 결국 복수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그 결말은, 너무나도 깜짝  놀랄만한 것이여서, 그 전에 마치 스토커처럼 불륜 상대인 남성이나 그 가족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던 그녀의 모습이 그 절박했을 심정과 맞물려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1대  다수의 다툼은, 그녀의 고독함이나 슬픔을 더욱 깊어지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일의 선악도 생각하지 않고 , 그저 성질만 곤두세우고 있다” 라는 이야기의 첫문장에 이상하리만치 공감하게 되는것은 나에게 여성적인 내면이 있다는 증거일까. 어찌되었든 그 화내는 방법이 실로 여성적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관계없는 사람까지 말려들게 하는 강한 집념. 어쩌면 이것은 여자들만의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라면 그 누구에게서도 도저히 이해를 구할수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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