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라무슈
프로메테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스카라무슈란 이탈리아 연극 양식의 하나인 콤메디아 델라르타에 나오는 상투적인 유형의 인물입니다. 즉, 등장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를 말합니다. 세밀한 각본 없이 배우들의 즉흥적인 연기로 이끌어 가던 당시의 연극에서 스카라무슈는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나와 뛰어난 임기응변과 시니컬한 유머로 사람들을 조롱하고, 경묘한 익살과 함께 독설을 퍼붓지만, 그러나 본래는 소심한 겁쟁이이기도 해서 겁이나면 슬슬 꽁무니를 빼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역할인듯 합니다. 요즈음의 코메디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걸 보면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캐릭터라고 할수 있겠네요.
덧붙이자면, 제가 이 스카라무슈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는 어느 노래의 가사때문이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프레디 머큐리가 이끌던 전설적인 락그룹이죠. '퀸' 의 불후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스카라무슈가 등장합니다.  
 
 
'그는 조롱할줄 아는 재능과 세상이 미쳤다는 생각을 갖고 태어났다.'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하면 고작 이정도입니다. 그가 누구의 아이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가브리악 마을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앙드레 루이 모로를 감싸고 있는 비밀을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브루타뉴 사람들이 단순하다고는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모를만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귀족이, 아무 뚜렷한 이유도 없이 태생도 모르는 아기의 대부가 되길 자청하고 게다가 양육과 교육까지 책임진다고 하면 순박한 시골사람들이라도 대체로, 사정을 미루어 짐작하게 될수밖에 없었을테니까요.
 
 
다방면으로 넘칠 정도의 교양을 쌓은 앙드레 루이 모로는 시골 변호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24세의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대부의 밑에서 자란 반쪽짜리 귀족인 그는, 지금의 불합리한 계급사회를 전복하고 싶어하는 동료들로부터 때로는 야유와 질타를 받긴 하지만, 속에 울분과 불만을 안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운명이 바뀌게 된 계기는, 성실하지만 외골수인 친구 빌모렝이 오만한 세략가인 다쥐르 후작을 만나러 가면서 부터입니다. 다쥐르 후작의 영지에서 덫에 걸린 꿩을 훔치다가 사살당한 농부의 보상문제로 항의를 하던 이 젊은 신학도는 언쟁하던 도중 후작의 계략에 빠져 결투신청을 받아들이게 되고 검술의 검자도 모르는 그는 결국 목숨을 잃게 됩니다. 게다가 앙드레 루이 모로는 자신의 대부의 딸이자 연정의 대상인 알린이 스무살 이상이나 연상인 후작과 혼담이 오고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리하여, 앙드레 루이 모로는 사랑과 우정을 빼앗아간 후작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후작과 대립하고 그 때부터 쫓기는 생활이 시작됩니다.
때마침 시작된 프랑스 혁명과 함께 그는 변호사, 정치가, 펜싱마스터, 유랑극단의 배우, 법률가 등 다양한 직종을 바꾸어가며 종횡무진 활약합니다. 숙적인 다쥐르 후작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는 통쾌한 모험활극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위에 열거한 직업들 뿐 아니라 대중을 움직이는 언변과 카리스마, 극단을 운영하는 CEO로서의 능력등 시대를 초월한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앙드레 루이 모로이지만 한편으로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정치적인 신념등의 문제로 고뇌하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런점이 홍길동과 같은 전기소설과는 달리 때로는 실존인물로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전전하는 직업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수 있어 이 시대의 프랑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더 가치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두껍습니다만, 즐거운 여정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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