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더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4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4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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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 전학 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열네살의 소녀 앨리스는 소위 왕따다. 언제나 동급생들의 놀림과 괴롭힙을 당하는 신세. 그런 동급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소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소년이 있었다. 갑작스런 소년의 초대에 응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따라나서는 앨리스. 그러나 소년이 앨리스를 데리고 간 곳은 뜻밖에도 외딴 숲속이였다. 앨리스는 소년에 의해 깊은 구덩이 속에 갇혀버린다. 소년은 인간이 백골이 되는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알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앨리스를 함정안에 남겨둔 채 떠나가 버린다.   

 
파리에서의 회의를 끝내고 보스턴의 자택으로 돌아온 법의관 마우라. 그녀는 자신의 집앞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차 안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피해자는 놀랍게도 마우라 본인과 판박이처럼 쏙 빼닮은 여성. 이윽고 이 여성이 마우라의 쌍둥이 자매이며 생전에 질나쁜 스토커로부터 도망다니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진다. 마우라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쌍둥이 자매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편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또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남편과 다툰후 집으로 돌아온 임신 9개월 째의 머틸다 퍼비스는 정체를 알수없는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녀는 관과 같은 상자안에 갇힌다. 그 안에는 숨쉬는데 필요한 공기가 통하는 통풍구와 목숨을 부지할수 있도록 약간의 음식과, 물, 손전등, 건전지, 모포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유괴된 것일까, 남편은 과연 나의 몸값을 지불해 줄 것인가. 

 
TWIST& TURN 이라고 하던가요. 교묘하게 얽힌 플롯과 반전에 있어서 지금까지는 미국 작가중 할런코벤과 제프리 디버가 최고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 책의 작가인 테스 게리첸의 실력도 절대 이 둘에 뒤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소년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을거라 내심 짐작은 하지만, 그게 과연 누구이며 어떤식으로 사건과 관계되어 있는 것인지 종반이 되어서야 겨우 알게 되는 구성은 상당히 치밀하고 교묘하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이 시리즈도 벌써 네번째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게 수수께끼가 잔뜩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 동안은 이 시리즈에 계속 매료되어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몰입도 높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바디더블은, 정말 잘 쓰여진 멋진 스릴러 소설입니다. 다만, 미국내 입양아 문제등 스토리와 연관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말하면 말하는대로 온통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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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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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만 뜯어먹고 살아도 불안한 세상이다. 광우병이니 조류 인플루엔자니 하는 이야기가 하루도 끊일날 없이 방송매체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고, 과자에서는 쥐가 섞여나오질 않나, 원산지 허위 표기에 유통기한 속이기등등, 통조림이나 아이스크림에서 벌레나 금속조각같은 이물질이 나오는건 이제 뉴스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GMO는 또 어떤가? 뭐하나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게 없다. 예전에는 식재료 사고를 보면 그냥 저런 경우도 있는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무얼 먹어도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걸 직접 재배하고 길러서 먹을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가 내돈내고 먹으면서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것인가.

 

이 책은 현역기자인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한 미국의 도축시스템의 실체가 담겨있는 논픽션이다. 논픽션이라고는 해도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수가 있었다. (내용은 편치 못하다.) 

처음에는 요즘 한참 화두가 되고있는 광우병에 대한 관심으로 펼쳐든 책이지만 막상 읽고보니 문제는 비단 광우병만이 아니였다. 소뿐만 아니라 돼지, 말 ,닭 혹은 토끼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는 미국의 도축시스템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요, 살육의 현장이고 지옥이다. 오물로 가득찬 공간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남은(?) 가축들은 미처 숨이 끊어지지도 않은 채로, 혹은 거의 멀쩡한 상태에서 다리가 잘리고, 껍데기가 벗겨지고, 뜨거운 물에 담겨진다.

 

그런 비윤리적인 도살방식의 폐해는 그저 동물이 잔인하게 학대당하고 있다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바로 도축된 결과물의 위생으로 직결된다. 도살장은 온갖 세균의 서식처이자 새로운 세균이 만들어지는 곳이며,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그런 세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햄버거를 먹다가 아이가 목숨을 잃을 정도라면 이건 그저 비위생적인 식품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음식을 가장한 독극물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즐겨먹는 햄 안에 돼지의 창자에서 나온, 길이 30센티미터짜리 회충이 그대로 갈려서 섞여있을 수 있다고 상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몇년전의 쓰여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불과 몇년이라는 시간동안 모든것이 개선되고 뒤바뀌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무관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반 인간적이고 불결한 도살시스템이 오랜세월동안 방해받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배후에 거대한 힘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공하는 자의 희미한 윤리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그리고 그런 비윤리적인 오너가 한사람이라도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건강을 담보로 해서라도 자신의 이득만 취하면 된다는 탐욕과 이기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좀먹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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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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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에서 그야말로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 데이도 대학 물리학과 조교수 유가와가 등장한다. 용의자X의 헌신에서는 뭐랄까 고뇌에 차있고 우울한 느낌이였던데 반해서, 이번 작에서는 의외로 자신감에 넘치고 농담을 구사할 정도로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는 유가와가 이렇게 밝은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고나니까 용의자X에서의 슬픈 유가와가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용의자X가 시리즈3번째작이고 이 책 탐정 갈릴레오가 첫번째 작이니만큼, 원래는 이 책의 밝은 유가와가 나중에 어둡게 변해 버린 것을 느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시리즈 3번째작부터 소개가 되었으니 감상이 거꾸로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식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읽는것도 나름 재미있는 읽기가 된 것 같다. 두번째작인 예지몽에서의 유가와의 모습은 그 중간쯤 되리라 미리 짐작해본다.

 

탐정 갈릴레오는 경시청 형사인 구사나기와 그의 동창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활약하는 연작단편집이다. 모두 다섯편의 사건이 담겨있다. 일어나는 사건은 하나같이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사건들이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구사나기는 실마리를 잡지못해 당혹스러워하고 그 해결을 위해서 유가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면 유가와가 나서서 그 진상을 밝혀내고 범인을 체포한다는 실로 명쾌하고 단순한 패턴.

 

가만히 서있던 폭주족소년이 갑자기 머리에 불이나면서 사망한다거나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던 여성이 폭사한다거나 하는 황당한 사건들을 공대출신 작가답게 과학적, 공학적인 접근법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이 흥미롭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순간에 유가와가 말하는 현상의 원인들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행하는 실험장면등은 마치 과학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살인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가 무겁거나 심각한 쪽으로 빠지지 않고 가볍게 즐길수 있는 점이 좋은것 같다. 아무래도 과학적이론을 베이스로 한 기발한 트릭이 주가 되는 소설이다 보니 심오하고 깊은 맛은 결여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가장 어울리는 스토리로 완성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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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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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강도짓을 한 어떤 여성 범죄자의 예쁜 얼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명 얼짱강도로 인터넷에서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참 별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이 사람의 외모에 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본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설사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외국의 어느 조사에서도 잘 생긴 사람이 더 잘 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까 외모가 인간의 무기중 하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개탄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여 보았자 본능까지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명인 18살의 소년 에릭이 바로 이런 얼짱 범죄자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큰키에 잘생긴 외모의 미소년. 그가 연기하는 슬픈 미소는 소녀들로 하여금 그가 수감되어 있는 소년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설치게 만들고, 대중의 동정심을 끌어내어 그가 무고하다고 믿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에릭이 존속살인을 저지르고도 교도소가 아니라 소년범죄로서 소년원에 수감될 수 있었던 것도 다 잘생긴 외모로 슬픈 미소를 연기한 덕택이였다. 18세가 된 에릭은 곧 석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계부의 끈적끈적한 관심을 받고 있는 15살의 소녀 로리는, 그때문에 상처받을 엄마에 대한 걱정으로 몇번째인가의 가출을 한다. 로리에게는 어떤 상대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버리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집착증 같은 것이 있다. 유명 뮤지션과의 염원하던 키스를 해내고 만 그녀는 티비를 통해 에릭이 소년원에서 석방되는 소식을 접한 직후, 다시 키스의 유혹에 휩쓸린다. 에릭과는 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만난적이 있었다. 로리의 기억속의 에릭은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로리는 그를 만나러 간다.

 

에릭은 계부에게 학대당하던 끝에 계부와 친엄마를 죽인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은 그 전부터 이미 다른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부드러움을 갈구하면서 소녀들을 살인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석방되어 자유를 얻은 에릭은 새로운 부드러움을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로 닮은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도 닮은 에릭과 로리. 로리는 스트레이트한 방법으로, 에릭은 굴절되고 비틀린 방식으로 욕망을 해소하려 한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되풀이하는 에릭에게서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에릭의 갱생을 바라게 되는 것은 그가 가진 왜곡된 강박의 뿌리깊은 원인을 익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운적도 없고 표현하는 방법도 모른다. 비틀린 방식으로 밖에는 그 감정의 결핍을 해소할 줄 모르는 에릭이 이제라도 정상적인 사랑을 배울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순진한 얼굴 뒤에 예리한 직감을 지니고 있는 로리에게 에릭의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찾아온 라스트는 너무나 쇼킹하고 뜻밖이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잠시동안 아연실색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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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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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홈그라운드인 경찰소설, 단편 소설집이다. F현 경찰청 강력계 소속 형사들의 이야기들이 담긴 연작단편집. 1반장 구치키, 2반장 구스미, 3반장 무라세, 수사에 있어서는 가히 초인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뛰어난 이 세명의 프로페셔널들을 중심으로, 다하타 과장이나 각 팀의 주임들, 형사들이 현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수사의 핵심인물인 각각의 반장들의 특징을 열거해보자면, 
 
1반장 구치키는 냉정하고 결코 웃지않는 남자. 파란귀신이라 불리우며 모든 형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검거율 백프로를 자랑하는 무패의 지휘관.

 
2반장 구스미는 공안 형사 출신 수사반장. 공안시절 수사중의 위반사항이 드러나는 바람에 관리부서를 전전하게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갑자기 강력계 반장이 된 남자. 책략가이며 계략과 함정수사에 능하다. 사적인 일 뿐만 아니라 수사에 관한 일에 있어서도 철저한 비밀주의를 추구하며 부하들로부터의 신뢰는 없다. 구스키처럼  검거율 백프로를 달성중.

 
3반장은 절대적인 육감의 소유자. 검독수리 무라세. 무라세의 그 감은 타반의 형사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이어서 현장에서 무라세가 내뱉는 말은 앞으로 다방면으로 흩어져 수사를 진행할 반원들의 지표로 작용하게 된다. 무라세도 단 한건을 제외하면 담당한 사건을 모두 해결하고 있는 유능한 반장.

 
각각의 반은 서로 완전이 다른 수사방침 하에서 움직이는데다가, 과장인 다하타의 지시따위는 무시하기 일쑤이다. 각 반은 나쁘게 말하면 서로 사이가 나쁘고, 좋게 말하면 라이벌 의식이 철저하다. 타 반을 앞지르자,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F현 경찰청 수사1과의 분위기는 언제나 살벌하기 그지없다. 술술 넘어간다고 할 정도로 템포가 좋은 이야기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엄청나게 좋다. 탐정소설처럼 훌륭한 트릭도 등장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의 등장하는 형사들의 일상이자 모든것이라고 할 수있는 수사, 그 행위와 과정자체를 그리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이 이 만큼만 의지가 되고 믿음을 주는 존재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게 된다. 뭐 내부의 분쟁같은것은 좀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각 반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고, 어쩌면 그 라이벌 의식이 형사들을 분발하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있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표제작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인 제3의 시효만 간략히 소개하면,

 
구스미가 이끄는(이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2반의 이야기. 15년전 동창이였던 남자에게 강간당한 데다가 남편까지 살해당한 혼마유키에. 지명수배된 용의자의 공소시효가 곧 끝나가려고 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해외에 나가있는 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법조항이 있다고 한다. 사건발생으로부터 정확히 15년째를 제1의시효, 해외도주기간을 고려한 진짜 시효성립의 날을 제2의시효라고 하며, 범인이 이 제2의 시효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정하에 혼마 유키에의 자택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형사들. 지휘관인 구스미는 현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그리고 제2의 시효가 끝나는 시점에 나타난 구스미의 의미심장한 말. 제3의시효. 도대체 제3의 시효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형사들의 땀방울, 구질구질한 옷차림, 고생한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형사들의 모습을 일절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지만, 오히려 찌든 담배냄새까지 맡아질 것 같은 현실감 있는 묘사가 형사라는 직업을 돋보이게 한다. 아마도 그 프로페셔널한 모습에서 멋과 카리스마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반면에 출세라던가 보신, 가정이나 연애문제로 고민하면서, 힘든 업무를 견뎌가는 모습은 조금 애처롭다. 그리고 경찰 내부의 라이벌 의식, 공명 다툼, 이런 현실은 좀 답답하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만은 이것 조차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흥미진진, 이야기에 박진감이 넘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오히려 이런게 없는 삶은 밋밋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삶은 싸움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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