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의 홈그라운드인 경찰소설, 단편 소설집이다. F현 경찰청 강력계 소속 형사들의 이야기들이 담긴 연작단편집. 1반장 구치키, 2반장 구스미, 3반장 무라세, 수사에 있어서는 가히 초인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뛰어난 이 세명의 프로페셔널들을 중심으로, 다하타 과장이나 각 팀의 주임들, 형사들이 현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수사의 핵심인물인 각각의 반장들의 특징을 열거해보자면, 
 
1반장 구치키는 냉정하고 결코 웃지않는 남자. 파란귀신이라 불리우며 모든 형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검거율 백프로를 자랑하는 무패의 지휘관.

 
2반장 구스미는 공안 형사 출신 수사반장. 공안시절 수사중의 위반사항이 드러나는 바람에 관리부서를 전전하게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갑자기 강력계 반장이 된 남자. 책략가이며 계략과 함정수사에 능하다. 사적인 일 뿐만 아니라 수사에 관한 일에 있어서도 철저한 비밀주의를 추구하며 부하들로부터의 신뢰는 없다. 구스키처럼  검거율 백프로를 달성중.

 
3반장은 절대적인 육감의 소유자. 검독수리 무라세. 무라세의 그 감은 타반의 형사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이어서 현장에서 무라세가 내뱉는 말은 앞으로 다방면으로 흩어져 수사를 진행할 반원들의 지표로 작용하게 된다. 무라세도 단 한건을 제외하면 담당한 사건을 모두 해결하고 있는 유능한 반장.

 
각각의 반은 서로 완전이 다른 수사방침 하에서 움직이는데다가, 과장인 다하타의 지시따위는 무시하기 일쑤이다. 각 반은 나쁘게 말하면 서로 사이가 나쁘고, 좋게 말하면 라이벌 의식이 철저하다. 타 반을 앞지르자,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F현 경찰청 수사1과의 분위기는 언제나 살벌하기 그지없다. 술술 넘어간다고 할 정도로 템포가 좋은 이야기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엄청나게 좋다. 탐정소설처럼 훌륭한 트릭도 등장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의 등장하는 형사들의 일상이자 모든것이라고 할 수있는 수사, 그 행위와 과정자체를 그리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이 이 만큼만 의지가 되고 믿음을 주는 존재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게 된다. 뭐 내부의 분쟁같은것은 좀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각 반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고, 어쩌면 그 라이벌 의식이 형사들을 분발하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있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표제작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인 제3의 시효만 간략히 소개하면,

 
구스미가 이끄는(이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2반의 이야기. 15년전 동창이였던 남자에게 강간당한 데다가 남편까지 살해당한 혼마유키에. 지명수배된 용의자의 공소시효가 곧 끝나가려고 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해외에 나가있는 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법조항이 있다고 한다. 사건발생으로부터 정확히 15년째를 제1의시효, 해외도주기간을 고려한 진짜 시효성립의 날을 제2의시효라고 하며, 범인이 이 제2의 시효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정하에 혼마 유키에의 자택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형사들. 지휘관인 구스미는 현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그리고 제2의 시효가 끝나는 시점에 나타난 구스미의 의미심장한 말. 제3의시효. 도대체 제3의 시효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형사들의 땀방울, 구질구질한 옷차림, 고생한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형사들의 모습을 일절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지만, 오히려 찌든 담배냄새까지 맡아질 것 같은 현실감 있는 묘사가 형사라는 직업을 돋보이게 한다. 아마도 그 프로페셔널한 모습에서 멋과 카리스마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반면에 출세라던가 보신, 가정이나 연애문제로 고민하면서, 힘든 업무를 견뎌가는 모습은 조금 애처롭다. 그리고 경찰 내부의 라이벌 의식, 공명 다툼, 이런 현실은 좀 답답하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만은 이것 조차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흥미진진, 이야기에 박진감이 넘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오히려 이런게 없는 삶은 밋밋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삶은 싸움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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