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풀만 뜯어먹고 살아도 불안한 세상이다. 광우병이니 조류 인플루엔자니 하는 이야기가 하루도 끊일날 없이 방송매체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고, 과자에서는 쥐가 섞여나오질 않나, 원산지 허위 표기에 유통기한 속이기등등, 통조림이나 아이스크림에서 벌레나 금속조각같은 이물질이 나오는건 이제 뉴스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GMO는 또 어떤가? 뭐하나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게 없다. 예전에는 식재료 사고를 보면 그냥 저런 경우도 있는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무얼 먹어도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걸 직접 재배하고 길러서 먹을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가 내돈내고 먹으면서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것인가.

 

이 책은 현역기자인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한 미국의 도축시스템의 실체가 담겨있는 논픽션이다. 논픽션이라고는 해도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수가 있었다. (내용은 편치 못하다.) 

처음에는 요즘 한참 화두가 되고있는 광우병에 대한 관심으로 펼쳐든 책이지만 막상 읽고보니 문제는 비단 광우병만이 아니였다. 소뿐만 아니라 돼지, 말 ,닭 혹은 토끼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는 미국의 도축시스템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요, 살육의 현장이고 지옥이다. 오물로 가득찬 공간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남은(?) 가축들은 미처 숨이 끊어지지도 않은 채로, 혹은 거의 멀쩡한 상태에서 다리가 잘리고, 껍데기가 벗겨지고, 뜨거운 물에 담겨진다.

 

그런 비윤리적인 도살방식의 폐해는 그저 동물이 잔인하게 학대당하고 있다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바로 도축된 결과물의 위생으로 직결된다. 도살장은 온갖 세균의 서식처이자 새로운 세균이 만들어지는 곳이며,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그런 세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햄버거를 먹다가 아이가 목숨을 잃을 정도라면 이건 그저 비위생적인 식품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음식을 가장한 독극물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즐겨먹는 햄 안에 돼지의 창자에서 나온, 길이 30센티미터짜리 회충이 그대로 갈려서 섞여있을 수 있다고 상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몇년전의 쓰여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불과 몇년이라는 시간동안 모든것이 개선되고 뒤바뀌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무관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반 인간적이고 불결한 도살시스템이 오랜세월동안 방해받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배후에 거대한 힘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공하는 자의 희미한 윤리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그리고 그런 비윤리적인 오너가 한사람이라도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건강을 담보로 해서라도 자신의 이득만 취하면 된다는 탐욕과 이기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좀먹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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