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강도짓을 한 어떤 여성 범죄자의 예쁜 얼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명 얼짱강도로 인터넷에서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참 별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이 사람의 외모에 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본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설사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외국의 어느 조사에서도 잘 생긴 사람이 더 잘 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까 외모가 인간의 무기중 하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개탄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여 보았자 본능까지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명인 18살의 소년 에릭이 바로 이런 얼짱 범죄자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큰키에 잘생긴 외모의 미소년. 그가 연기하는 슬픈 미소는 소녀들로 하여금 그가 수감되어 있는 소년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설치게 만들고, 대중의 동정심을 끌어내어 그가 무고하다고 믿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에릭이 존속살인을 저지르고도 교도소가 아니라 소년범죄로서 소년원에 수감될 수 있었던 것도 다 잘생긴 외모로 슬픈 미소를 연기한 덕택이였다. 18세가 된 에릭은 곧 석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계부의 끈적끈적한 관심을 받고 있는 15살의 소녀 로리는, 그때문에 상처받을 엄마에 대한 걱정으로 몇번째인가의 가출을 한다. 로리에게는 어떤 상대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버리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집착증 같은 것이 있다. 유명 뮤지션과의 염원하던 키스를 해내고 만 그녀는 티비를 통해 에릭이 소년원에서 석방되는 소식을 접한 직후, 다시 키스의 유혹에 휩쓸린다. 에릭과는 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만난적이 있었다. 로리의 기억속의 에릭은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로리는 그를 만나러 간다.

 

에릭은 계부에게 학대당하던 끝에 계부와 친엄마를 죽인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은 그 전부터 이미 다른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부드러움을 갈구하면서 소녀들을 살인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석방되어 자유를 얻은 에릭은 새로운 부드러움을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로 닮은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도 닮은 에릭과 로리. 로리는 스트레이트한 방법으로, 에릭은 굴절되고 비틀린 방식으로 욕망을 해소하려 한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되풀이하는 에릭에게서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에릭의 갱생을 바라게 되는 것은 그가 가진 왜곡된 강박의 뿌리깊은 원인을 익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운적도 없고 표현하는 방법도 모른다. 비틀린 방식으로 밖에는 그 감정의 결핍을 해소할 줄 모르는 에릭이 이제라도 정상적인 사랑을 배울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순진한 얼굴 뒤에 예리한 직감을 지니고 있는 로리에게 에릭의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찾아온 라스트는 너무나 쇼킹하고 뜻밖이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잠시동안 아연실색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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