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른차일드>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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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키스 도나휴의 데뷔작. 유럽 민간 전승의 "체인즐링" 설화를 보기좋게 현대식으로 재탄생시켰다. 한국에서는 뭉뚱그려서 일괄적으로 요정이라 부르지만, 실은 본고장에서는 같은 요정이라도 다양한 이름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fairy, imp, troll, spirite, elf, changeling, hobgoblin 등은 그 중 일례에 불과하다. 각각 다른(혹은 닮은)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고작해야 요정이라든가, 정령, 도깨비 정도의 이름으로 마치 같은 종류인 것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그리는 "체인즐링"은 북유럽, 영국, 독일등에서는 친숙한 민담설화이다. 요정이 인간의 아이를 가로챈 뒤, 대신해서 두고가는 그들의 아이를 바로 체인즐링이라 한다. 숲에 사는 요정인 파에리들이 어느날 "헨리 데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가로채고, 그 대역으로 체인즐링을 두고 간다. 이 체인즐링은 헨리가 되어 헨리의 인생을 걷는다. 납치된 진짜 헨리는 파에리들과 함께 "애니데이"로서 살게 된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애니데이는 7살인 채로 영원의 생명을 얻고, 대신 체인즐링으로 남아 헨리로 살게된 소년은 피아노 연주에 특출난 재능을 보인다. 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점차 두 소년의 아이덴티티 찾기로 흘러간다.
헨리 데이와 애니데이가 교대로 화자가 되는 스토리가 훌륭하다. 매 장마다 화자가 바뀌는 기법은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볼 수 있지만, 모든 작품에서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라서, 각자의 이야기가 따로 놀아 리듬감이 좋지않다던가, 읽으면서 혼란스럽다던가, 불평을 내뱉고 싶은 경우가 자주 있지만, 스톨른 차일드에서는 화자의 변화에 따른 불협화음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원래는 자신의 것이 아닌 인생을, 한쪽은 훔치고, 한쪽은 도둑맞아 살아가는 그들, 그러면서도 서로가 없이는 존재 하지 못하는 헨리/ 애니데이의 관계가 안타깝다.
체인즐링 설화에 대해서는 작품 안에서도 접할 수 있지만, 그 사회적,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하면 역시 가슴이 막혀오는 부분이 있다. 중세, 그러니까 어린 아이의 생존률이 지금처럼 높지 않던 시대의 이야기다. 자신들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를 때, 예를 들자면 허약하거나, 지진아이거나, 자폐증을 가지고 있으면, 부모는 그 아이가 요정이 두고 간 체인즐링이라고 믿는다. 그러면 아이의 기묘한 버릇이나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고, 자신의 진짜 아이는 요정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가, 실은 체인즐링이라고 믿는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실로 심리적으로 편해지는 이야기로써 자신의 아이가 아닌만큼 양육할 의무도 없어지는 것이다. 부양할 가족이 많은 궁핍한 가정에는, 병약하거나 사회성 없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고난의 연속이었던 우리의 역사도 이런 체인즐링 설화와 전혀 관계없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옛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아이를 바꿔치기 하거나 버리는 장면을 종종 발견 할 수가 있다. 부양능력이 없는 어려운 가정에서 이러한 일종의 솎아냄이 있었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어쨌든 이 현대판 체인즐링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바뀐 후의 당사자 뿐만 아니라 아이를 바꿔치기 당한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찾아오는 변화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진짜 과거를 찾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두 데이의 이야기는 흡사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존 닷컴의 첫번째 영화산업 진출작으로 선정되어 영화화 된다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