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까지도 말을 타고 멕시코의 국경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남아있다. 언덕과 구릉, 구불구불한 고갯길, 산과 숲과 초원과 밭과 마을과 황폐한 대지에 내리는 굵은 비, 번개, 그리고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그런 세상 속을 나는 지금 주인공과 함께 말을 타고 헤매고 있다.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중 2번째 작. 때는 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41년 전후, 미국 뉴 멕시코주의 작은 목장에서 자란 16살의 소년 빌리는, 덫에 걸린 암컷 늑대를 고향인 멕시코의 산으로 돌려보내 주려고 혼자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향한다. 하지만 고난의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빌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모님이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했다는 무서운 소식. 빌리는 살아 남은 남동생 보이드를 데리고 빼앗긴 말을 되찾기 위해서 다시 멕시코의 국경을 넘는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 다양한 인종과 혁명, 사건들, 그리고 자연과 신화로 물든 이국의 국경을 되풀이해서 넘나드는 소년의 운명을 저자 특유의 서사시와 같은 문체로 장대하게 그려낸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의 긴박한 늑대와 소년의 묘사가 압권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꽤 어려운 문체이지만 그 먹먹한 분위기에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매카시는 묵시록적인 묵직한 분위기 안에서 철학적인 것을 이야기한다. 4부로 구성된 이 이야기에서 빌리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들을 마주한다. 거기에 주인공이 헤매는 소설의 세계가 겹쳐 세상은 다층적이며, 다양한 것임을 보여준다. 빌리는 국경을 넘어, 언어의 벽도, 인종의 벽도, 대지와 자연의 벽도 넘어 여행을 계속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고 난 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읽을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매카시의 세계는 결코 화려한 수식어로 장식되어 있지 않은데도, 독야청청, 고고하다는 말이 딱 맞는 매우 아름다운 세계다. 멜빌의 백경과 비교되는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국경을 넘어>는 <국경 3부작>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유독 철학적으로 보인다. 그런 철학적인 면이 가혹한 자연의 묘사와 함께, 그 "고고함"을 한층 더 두드러지게 한다.

자연을 관찰하는 매카시의 눈은 날카로워서, 자연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험하고 무정하고 어렵고 야박하기도 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만, 그런데도 그가 그리는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다. 자연을 그려내는 그의 문장이 아름답다. 예술적인 문장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바로 코맥 매카시의 문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루한 풍경묘사에 쉽게 감동하는 편은 아니지만, <국경을 넘어>만큼은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씹어 음미하며 읽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단숨에 후루룩 읽어 넘길 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이 있는가 하면, 이 작품과 같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차분하게 소중히 읽고 싶은 기분이 드는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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