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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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소개된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나 <사요나라 사요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소설. 한동안 범죄를 소재로 한 묵직한 이야기를 쓰는가 했더니 다시 청춘소설로의 회귀다. 뭐 어느 쪽이든 요시다 슈이치의 필력은 여전하다. 청춘소설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인 "요코미치 요노스케"의 이름은
에도시대 대표적인 성애소설 속 유명한 호색한의 이름과 같다는 듯 하다. 이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자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아마도 변강쇠쯤 되는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 이름만 같을 뿐 이 책의 요노스케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닙니다. 호색한은 커녕 어느쪽이냐 하면 평범하다 못해 오히려 순수하다고 할까. 처음 등장한 요노스케는 때묻지 않고 어수룩한 전형적인 시골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18살의 요노스케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규슈의 시골마을에서 상경해 겪는 1년간의 이야기.

요노스케는 외모가 출중한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머리가 좋거나 영리한 것도 아닌데, 어찌된 일인지 주변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게 한다.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도쿄에 올라와 알게 된 동기들이나 선배, 연상의 여성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어간다.

80년대 후반의 버블이 한창이던 일본을 배경으로, 무엇을 해도 즐겁고 떠들썩한 대학생 요노스케의 캠퍼스 생활이 그려진다.(엄밀히 말하면 학교 밖에서의 장면이 더 많지만)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그렇다고 놀라운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려지는 것은 그저 태평하고 마음 편한 요노스케의 하루하루. 그렇지만 그러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에게 무언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도 성장해 간다.

"요노스케와 만나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만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청년이 바로 요노스케다.

일상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삽입된 등장인물들의 20년 후의 에피소드, 그 안에서 요노스케의 이름이 회고될 때마다 그를 더욱 가까이 느끼게 된다. 줄곧 히죽거리면서 즐겁게 읽었지만, 읽는 내내 그리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라도 요노스케를 알면 이 무공해같은 청년에게 매료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요노스케와, 요노스케가 있는 80년대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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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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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고 한다. 팻 콘로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의외로 번역되어 있는 것은 사우스 브로드가 유일한 것 같다.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와의 첫만남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독서가 되었던 것 같다.

상하권 합쳐 천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대형 소설을 막상 읽고보니, 중후하고 따스하면서도, 그러나 슬프고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단지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60년대 미국인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서 뿐만 아니라, 그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고난들과 당당하게 마주하려는 저자의 의지와 긍정적인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여년이라는 장대한 시간에 걸쳐 묘사되는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찌보면 이것이야말로 언제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바로 우리 개개인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힌트가 되어 준다.

1969년, 당시 열여덟살이던 레오폴드 블룸 킹은 학교 선배의 마약을 맡아 가지고 있다가 마약소지죄를 뒤집어 쓰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신세였다.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레오폴드는 찰스턴의 명문가 출신인 친구들과 산골에서 자란 고아 친구들, 그리고 공립 고등학교의 최초 흑인 풋볼 감독의 아들인 아이크 등과 친구가 되어 인종, 계층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간다. 훗날, 친구들은 칼럼니스트인 레오를 필두로 법조계, 학교, 음악, 할리우드등 각 분야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각자의 인생을 걷게 되지만, 친구들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친구들과의 우정, 사랑 뿐 아니라 수녀였던 레오폴드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사랑하던 형의 죽음,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내 스탈라, 허리케인의 급습등,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삶 속에 얽히고 섥힌 장애물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 더욱 더 단단해져 가는 레오폴드의 모습을 그려낸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 주변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레오폴드는 성장해 간다.

자극적인 소설들 혹은, 평범함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는 기발한 이야기들에 익숙해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적 쇼크가 될 수도, 혹은 기본으로의 회귀라고도 할만한 경험이 될 지도 모른다. 긴장감은 있으나 스릴과도 로맨스와도 거리가 멀다. 그저 레오를 중심으로한 등장인물들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갈 뿐이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인생이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방대한 이야기이지만, 찰스턴 사람들의 삶속에 뛰어들어 같이 하는 동안 단 한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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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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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 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기도 하고, 현재 이스라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사람이라는 "에트가 케렛"의 작품집. 주로 숏스토리라 할 수 있는 짧은 작품들이 담겨있다. 실려있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유머러스하고 허를 찌르는 기발한 상상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표지에 쓰여있는 "기묘하고 경이로운 짧은 이야기들"이라는 표현은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있는 작가인만큼 대수롭지 않은 듯한 소재에서 의외의 전개를 끌어내는 감각이 돋보인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예외없이 다 마음에 든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괜찮은 발견이라고도 할만한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좀처럼 읽히지 않는 문장 때문이다. 술술 읽어내려간다는 것은 정말로 역부족이었다. 난해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라서? 아니다 순전히 번역의 문제다. 번역소설을 읽다보면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만나는 일은 흔하다. 이는 원어민이 아니면서 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복불복으로 받아들이는게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번역의 수준을 운운할 정도의 역량도 자격도 없는 나로서는 보통은 혼자 아쉬워하는 정도로 끝내고 말지만, 이책의 경우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건, 앞 뒤가 안맞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전후 문단을 파악한 뒤에 유추해 내야 하는 문장이 그야말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나를 콕 집어서 예를 들만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그렇다. 본래는 술술 읽어 넘길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이야기로 둔갑시킨 이 책은 중반즈음 넘어가면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거꾸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 부터 이야기 해놓고, 다시 책 소개를 하려니 조금 뻘쭘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야기 자체는 대체로 감각적이다. 그 누구라도 늦게 오는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인 표제작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그가 이런 고지식한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늦게 온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그것을 제시간에 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운전사의 의도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승객들의 눈에는 그저 야박한 버스기사로 비칠 것이 틀림없다. 그런 그가 에디에게만은 왠일인지 예외를 적용한다. 에디에게 보내는 마지막 슬픈 윙크는 에디의 속사정을 모두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정말로 특별한 존재인가? 그저 버스의 움직임에 몸을 내맡기고 앉아있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승객들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 기상천외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지 타인으로서는 도저히 알길이 없다. 보이는 것 이상의 현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런 것일지 모른다. 날기를 거부하는 천사, 박물관에 전시된 엄마의 자궁, 트레이닝중에 허리가 부러지는 공중곡예사, 인정에 약한 청부살인업자, 죽은 사람들의 세상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미묘하게 걸쳐져 있는 이 이야기들은 평소에 우리의 머리를 문득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엉뚱한 상상들과도 많이 닮아있다. 예를 들자면, 사실은 내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외계인이고 나만 지구인인게 아닐까, 와 같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만은 더 소개되었으면 한다. 꼭 재도전 해보고 싶다. 모처럼 만난 마음에 드는 작가와 이렇게 겸연쩍게 헤어지게 되서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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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케옵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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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 접한 항구도시 마르세유에는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전후 북아프리카의 프랑스령 식민지 국가들로부터의 이민자들이 주로 많지만, 그외에도 아랍계, 유럽계등 온갖 국적의 이민자들이 모여드는 가히 "인종의 도가니" 할 만한 곳이다.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 충돌이 잦고, 특정 이민자의 배척을 강하게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활개를 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있다. 특히 이 이야기 속에서 아랍계 이민자는 최하층으로 간주된다. 그런 이민자들이 안고 있는 초조함이나, 답답함같은 것들이 이야기 전체를 통해 진하게 묻어나온다.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파비오 몬탈레"에게는 마누와 우고라는 친구가 있었다.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함께 강도짓을 하며 소년시절의 우정을 나누던 이들 셋은 갑작스럽게 마지막을 고하게 된다. 한사람은 마르세유에서 범죄조직의 일원이 되고, 또 한사람은 마르세유를 떠나 국제 지명 수배범이 되었다, 그리고 파비오는 마르세유 경찰서의 수사관이 되었다. 그 세명의 인생이 20년 후, 마르세유에서 다시 교차한다. 그러나, 마누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그 복수를 위해서 마르세유로 되돌아온 우고는, 복수를 감행한 직후 경찰의 총에 사살된다. 파비오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친구들과의 우정 때문에, 둘의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때, 파비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젊은 아랍계 여성 레일라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뒤 사체로 발견된다. 파비오는 마르세유의 뒷세계의 유력자들을 적으로 돌리면서, 복잡하게 얽힌 두 사건의 진상을 쫓는다.

불량 형사를 주인공으로 앉혀 놓고, 느와르라고도, 하드보일드라고도, 그렇다고 해서 경찰 소설이라고도 단언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30년, 40년 정도 전의 영화라도 보고 있는 듯한 이것이 바로 프렌치 느와르? 현실과 회상이 무의미한 진행없이 교착하는 독특한 구성은 꽤 재미있다. 또, 옛 친구들과의 과거를 회상 한다고는 해도, 예를 들어 <미스틱 리버>와 같이 우정이 강하게 회고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은 현재의 주인공의 행적. 레일라가 살아있을 때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들과 관계가 있던 파비오는, 아버지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감수성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도 보여지는 인물. 무리하게 등장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그리려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상황은 단지 흘러 간다. 예를들어 그것이 아무리 극적이라 하더라도 흘러가는 것에 변화는 없다. 인생무상이라고나 할까, 시종 흑백필름 같은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아랍계 이민자 출신 불량소년들이 모이는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거나, 이탈리아 범죄조직과의 접촉같은 하드보일드한 전개로 긴장감이나 섬뜩함을 맛보는 순간도 있다. 이민자들이 불러 일으키는 문제들과 거기에 반발하는 배타적인 극우 세력, 그런 현대 마르세유의 어두운 모습이 그려져 있어 매우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인 만큼 속편도 매우 기대된다. 다만, 저자가 이미 사망한 관계로 더이상 신작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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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지금까지 단 한편밖에 읽어보지 못해서 감히 "란포는 이런 작가다"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만은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어서 "나에게 있어서 란포는 이런작가다" 라고는 확실하게 말할수 있다.

오래 전에 일본어 공부를 하다가, 무리해서라도 원서로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별 생각없이 집어든 것이 바로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섬 악마"였던 것인데, 그 음침한 분위기가 초반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생각외로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다가 나중에 한글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결국 한글판으로 재도전.

란포는 커녕 추리소설이란 것 자체에 익숙치 않던 때라, 도입부부터 한 청년의 연인이 밀실에서 살해당하고, 게다가 사건을 맡기로 한 탐정까지 사람들의 눈앞에서 살해당해 버리는 장면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청년과 기묘한 관계에 있는 주인공이 밝혀낸 무서운 불구자 섬의 비밀은... 그걸 지금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져 올 지경이다.

굉장하고 무서운 책이었다. 성인이 된 뒤로는 이렇게까지 무서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없었다. 잔혹한 행위나 묘사에 의한 그로테스크함이 그 공포의 정체가 아니라, 범인의 생각 자체가 무섭다. 이야기 전체에 떠도는 일그러진 가치관이 너무나 섬찟하다. 전반은 불가능 살인의 수수께끼, 후반은 어떤 기괴한 쌍둥이의 이상한 기록, 그리고 외딴섬에 들어서고 나서의 절망의 동굴탐험, 이윽고 밝혀지는 배덕의 진실. 어쨌든 요상하고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정말로 지옥을 탐험하고 나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머릿카락이 쭈뼛쭈뼛 서게 만드는 기형적인 등장인물들의 묘사, 왠지 동성을 끌어 당기는 화자. 눈 깜짝할 사이에 무기력하게 살해당해 버리는 명탐정. 깊은 과거를 짊어지고 있는 아름답고 영리한 동성애자 등등. 이외에도 심각한 불구가 된 사람들이 대량으로 나오고, 무서운 이야기에는 익숙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그만 어질어질 해 버렸다.

게다가 차례차례 그려지는 비틀린 사랑까지도 등뼈를 진동하게 만든다. 동성애 뿐만 아니라, 엄마가 아들의 몸을 탐하고, 남녀가 결합된 샴쌍둥이가 한쪽이 한쪽을 사랑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미쳐 있다.

범인의 악은 너무나 농후하고, 그 광기어린 행위로 말할것 같으면 잔혹함에 있어서는 비교할 곳이 없음. 확실히 무서운 것을 넘어서 전율하게 만드는, 음침하고 기괴한 상상력의 극치라고 할 수있다.

결말부분에서 묘하게 무 자르듯 잘라내듯이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게 유일한 아쉬움이었지만,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의 이름을 뇌리에 남기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작품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의 작품들이 칭송받고 여전히 임팩트를 잃지 않는 이유를 잘 알수가 있었다.

수많은 후배작가들이 란포의 작풍의 영향을 받았고, 아직도 여전히 받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 원조의 벽을 넘을수 있는 작가는 앞으로도 영원히 등장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란포의 작품에는 당시의 특수한 시대상이나 가치관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란포뿐 만 아니라 요코미조 세이조 같은 초창기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그 시절의 일본이라는 공간을 살아가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을 써낼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완전히 다른 시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의 사람들의 상상력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친다고 해도 그 뿌리까지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란포의 작품과 같은 작품을 읽으려면 란포를 읽는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는건가. 고작 한 작품을 읽은 것만으로 이런 이야기를 주절거릴 수 있을 만큼 그와의 첫만남이 강렬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란포의 소설은 그동안 좀처럼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작품이 없어서, 이 외딴섬 악마를 몇번을 꺼내 읽었는지 모른다. 고맙게도(놀랍게도) 이번에 두드림에서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이 총 3권 모두 출판 되었다는 소식이다.

에도가와 란포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두드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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