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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2009년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고 한다. 팻 콘로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의외로 번역되어 있는 것은 사우스 브로드가 유일한 것 같다.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와의 첫만남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독서가 되었던 것 같다.
상하권 합쳐 천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대형 소설을 막상 읽고보니, 중후하고 따스하면서도, 그러나 슬프고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단지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60년대 미국인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서 뿐만 아니라, 그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고난들과 당당하게 마주하려는 저자의 의지와 긍정적인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여년이라는 장대한 시간에 걸쳐 묘사되는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찌보면 이것이야말로 언제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바로 우리 개개인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힌트가 되어 준다.
1969년, 당시 열여덟살이던 레오폴드 블룸 킹은 학교 선배의 마약을 맡아 가지고 있다가 마약소지죄를 뒤집어 쓰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신세였다.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레오폴드는 찰스턴의 명문가 출신인 친구들과 산골에서 자란 고아 친구들, 그리고 공립 고등학교의 최초 흑인 풋볼 감독의 아들인 아이크 등과 친구가 되어 인종, 계층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간다. 훗날, 친구들은 칼럼니스트인 레오를 필두로 법조계, 학교, 음악, 할리우드등 각 분야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각자의 인생을 걷게 되지만, 친구들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친구들과의 우정, 사랑 뿐 아니라 수녀였던 레오폴드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사랑하던 형의 죽음,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내 스탈라, 허리케인의 급습등,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삶 속에 얽히고 섥힌 장애물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 더욱 더 단단해져 가는 레오폴드의 모습을 그려낸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 주변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레오폴드는 성장해 간다.
자극적인 소설들 혹은, 평범함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는 기발한 이야기들에 익숙해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적 쇼크가 될 수도, 혹은 기본으로의 회귀라고도 할만한 경험이 될 지도 모른다. 긴장감은 있으나 스릴과도 로맨스와도 거리가 멀다. 그저 레오를 중심으로한 등장인물들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갈 뿐이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인생이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방대한 이야기이지만, 찰스턴 사람들의 삶속에 뛰어들어 같이 하는 동안 단 한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