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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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 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기도 하고, 현재 이스라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사람이라는 "에트가 케렛"의 작품집. 주로 숏스토리라 할 수 있는 짧은 작품들이 담겨있다. 실려있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유머러스하고 허를 찌르는 기발한 상상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표지에 쓰여있는 "기묘하고 경이로운 짧은 이야기들"이라는 표현은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있는 작가인만큼 대수롭지 않은 듯한 소재에서 의외의 전개를 끌어내는 감각이 돋보인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예외없이 다 마음에 든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괜찮은 발견이라고도 할만한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좀처럼 읽히지 않는 문장 때문이다. 술술 읽어내려간다는 것은 정말로 역부족이었다. 난해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라서? 아니다 순전히 번역의 문제다. 번역소설을 읽다보면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만나는 일은 흔하다. 이는 원어민이 아니면서 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복불복으로 받아들이는게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번역의 수준을 운운할 정도의 역량도 자격도 없는 나로서는 보통은 혼자 아쉬워하는 정도로 끝내고 말지만, 이책의 경우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건, 앞 뒤가 안맞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전후 문단을 파악한 뒤에 유추해 내야 하는 문장이 그야말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나를 콕 집어서 예를 들만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그렇다. 본래는 술술 읽어 넘길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이야기로 둔갑시킨 이 책은 중반즈음 넘어가면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거꾸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 부터 이야기 해놓고, 다시 책 소개를 하려니 조금 뻘쭘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야기 자체는 대체로 감각적이다. 그 누구라도 늦게 오는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인 표제작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그가 이런 고지식한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늦게 온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그것을 제시간에 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운전사의 의도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승객들의 눈에는 그저 야박한 버스기사로 비칠 것이 틀림없다. 그런 그가 에디에게만은 왠일인지 예외를 적용한다. 에디에게 보내는 마지막 슬픈 윙크는 에디의 속사정을 모두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정말로 특별한 존재인가? 그저 버스의 움직임에 몸을 내맡기고 앉아있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승객들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 기상천외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지 타인으로서는 도저히 알길이 없다. 보이는 것 이상의 현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런 것일지 모른다. 날기를 거부하는 천사, 박물관에 전시된 엄마의 자궁, 트레이닝중에 허리가 부러지는 공중곡예사, 인정에 약한 청부살인업자, 죽은 사람들의 세상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미묘하게 걸쳐져 있는 이 이야기들은 평소에 우리의 머리를 문득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엉뚱한 상상들과도 많이 닮아있다. 예를 들자면, 사실은 내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외계인이고 나만 지구인인게 아닐까, 와 같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만은 더 소개되었으면 한다. 꼭 재도전 해보고 싶다. 모처럼 만난 마음에 드는 작가와 이렇게 겸연쩍게 헤어지게 되서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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