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와 사회 - 유년기의 사회적 의미를 다룬 발달심리학의 고전
에릭 에릭슨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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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 과정에 대한 심리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는<유년기와 사회>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릭 H. 에릭슨'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아 발달 이론'과 '정신 분석학의 사회과학에의 응용'이라는 두가지 의미에서 정신 분석학계에 공헌한 책입니다. 1950년에 발표된 후 1963년과 1985년에 개정된 바 있으며, 이책은 그중 1985년 판의 번역본입니다. 꽤 어려울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지만, 흥미로운 주제인만큼 생각했던 것보다는 쉽고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용어를 심리사회학의 맥락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 바로 이책의 저자인 '에릭 에릭슨'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책속에서 인생을 8 단계로 나누어 각각의 시기에 이루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말합니다. 그 발달 과제들을 각각의 단계에서 수행해 나가면서 우리는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이 사회에서의 자신의 포지션을 획득해 가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라고 하면 떠오르는 높은 벽같은 이미지처럼 사실 접근성이 높은 분야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이런 류의 연구로서 이만큼 재미있고, 친숙하고 설득적인 책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아기 형성에 대한 이론을 세우는 데 있어서 스프링 보드로 사용되는 사례들은 모두 흥미롭고, 이를 통해서 저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여러힘들 사이의 미묘한 밸런스로서 인간의 생명 과정을 설파합니다. 인간의 8개의 발달 단계에 대한 인상적인 전반부에는 유아기와 사회 생활의 모습, 미국 인디안 두 부족의 유아기, 자아의 성장 등의 장이 포함됩니다. 인디언에 대한 것이나, 미국, 독일, 러시아인의 성격의 검토 등등, 선구적인 실적이라 해야 할 이 기록들에는 진정한 고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명의 힘이 있습니다. 

 

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는 인간의 생명 과정을 역사, 문화,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통찰력있게 인식해내고 또 청년기의 정체성의 문제점을 부각시킵니다. 청년기의 정체성의 감각을 부정하는 듯한 정치적 경제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저자는 유아기를 중시할 것을 역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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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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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이라는 것만 두고 보면 마치 남자는 굶주린 하이에나, 여자는 초식동물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그게 진실이 아님은 모두가 잘 안다. 성욕 앞에서 남자는 항상 적극적이고 여자는 항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런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오랫동안 여자들의 본능을 억압하는 쪽으로 진화해온 윤리관 때문은 아닌가. 오히려 그런 적극성은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 개개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남자든 여자는 본능앞에서 무기력해지는건 매한가지다. 
 

21세기가 되어서도 메이저로 쉽게 나오지 못하는 주제가 바로 여자들의 성이다. 여자들조차도 선입관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성을 똑바로 보지 못할 정도니, 그동안 제대로 된 연구가 있었을리도 만무하다. 이책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전속작가 '대니얼 버그너'가 쓴, 여성의 성욕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지식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 놓는 과학 에세이다. 학술적 용어나 딱딱한 이론에 가로막히는 일 없이 실험과정에서의 에피소드나 실험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소개하는 부분이 주가 되어 쉽다. 
 

여성의 성적 자극에 대한 실험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피실험자가 시청하고 있는 포르노 영상을 묘사하는 문장들은 다른 과학에세이에서는 볼수 없는 참신하다면 참신한 부분이다. 여성들의 성욕이 어떤 프로세스로 작동하며 신체적으로는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그리고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이라기 보다는 강요당해 오던 이미지와 다르게, 여성의 성욕이 실은 남자들의 그것과 다를바가 없는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이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조차도 남성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일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란하다 뭐다 해서 성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연히 해소되어야할 본능이 심리적으로 너무 억압당하는 것도 행복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종족을 보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보다 종을 더 잘 유지하기 위한 쪽으로 우리 몸과 신체작용이 진화해 왔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책속에서도 말하듯이 개개인이 '나는 종족을 보존해야할 의무가 있으니까 욕구를 풀어야 해!' 라고 생각하느냐 하면 그건 역시 이상하다. 성욕을 해소하는 목적은 만족감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됐든 만족스런 방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면 여자들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물론 남자들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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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새가 말하다 1
로버트 매캐먼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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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설 중에서는 당분간은 아마 주저없이 이책을 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밸런스, 스토리, 번역을 원망할 여지가 없는 평이한 묘사 등등, 완성도가 높고 매력있는 작품입니다. 두권 합쳐 1200페이지 이상이라는 분량이 부담이 될까요. 페이스가 느린 독자라면 이책만으로도 한 2, 3주는 느긋하게 즐길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알뜰상품이기까지 합니다.

 

<밤의 새가 말하다>는 미스터리이자, 판타지이며, 조금 공포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만큼 장르를 분류하기보다는 훌륭한 이야기라고 뭉뚱그려서 표현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판타지 요소라고는 해도 해리포처럼 마법이 난무하는 허무맹랑한 세계관은 아닙니다. 마녀는 정말로 존재하는가? 저주는? 괴물은? 그런 것들이 아직 애매모호하던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17세기 말 신세계인 미대륙. 영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모여든 어느 개척자 마을에서 불길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0년 이상 전의 사회입니다. 불길한 일이 반복되면 '마녀 때문이 아닌가?', '저 여자가 마녀가 아닌가?', '여자를 마녀재판에 회부해라!' 이런 논리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시대입니다. 우드워드 판사와 판사서기관인 주인공 매튜가
마녀재판을 맡게되어 이 마을을 찾아옵니다. 아직, 미개척인 시절인만큼 마을은 그럭저럭 형성되어 있어도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이동루트는 습격자, 인디언, 맹수같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둘의 여행은 이미 마을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고난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그런 영상들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집니다. 칠흑의 어둠. 겨우 도착한 마을, 이상한 분위기, 흑인 노예들, 마녀로 의심받고 있는 레이첼이라는 아름다운 여성, 해적의 비보전설 등등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구축되어 갑니다.

 

절필 선언후10년 만에 발표된 작품이라 팬들을 애태웠다고 하는데, 번역본을 읽는 입장에서는 2년만에 읽을수 있게 된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작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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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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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유망한 젊은 수학교수에게 배달되어 온 소포 폭탄. 폭탄은 개봉과 동시에 폭발하고 맙니다. <요주의 인물>은 이 폭탄테러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 되는 아시아계 수학자 '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수잔 최'는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계 유대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 작가입니다. 단지 한국계 작가의 영미소설이라는 친근함 때문만이 아니라 퓰리처상 최종심까지 오른 미국이 주목하는 작가라고 해서 더 관심이 갔습니다. 많은 이민자 출신의 저자들이 그렇듯이 이민자의 시선에서 주로 작품을 써온듯 합니다. 생경한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 이 작품도 역시 그렇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남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 이방인 문제. 그들이 겪고 있을 심리적 갈등을 깊고 섬세한 터치로 그려냅니다. 단지 이민자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폭탄이 터지는 첫장면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리의 갈등의 묘사에서 이미 인물의 내면을 깊숙히까지 파고드는 소설임을 예감하게 합니다.

 

'리'는 늙어버린 자신과 비교해 젊고 유능하고 게다가 인기많은 동료교수 '헨들리'에게 시기랄까 질투랄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헨들리가 소포에 의한 폭탄테러를 당하는 순간, 옆방에 있던 리는 그것을 직감하고 묘한 성취감마저 느낍니다. 그런데 동료교수의 문병은 물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거짓진술까지 하는 그의 수상한 행적이 곧 FBI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테러용의자로서 FBI의 밀착마크를 받게 된 리는 스스로 진범을 찾아 나섭니다. 소설에서 이 진범찾기는 리 본인의 과거를 더듬는 회고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사건 이후 티비에 나온 그의 모습을 발견한 과거의 지인들과 링크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민자로 살아온 그의 삶의 궤적들이 하나둘 보여집니다. 친구 아내를 빼앗고 하나뿐인 딸아이에게는 무책임했던 리. 스스로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이들에게 상처를 입혀온 한 이민자의 지난 날들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우편물로 위장한 폭탄 테러 사건이 중요한 소재이긴 하지만, 스릴러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본질은 이민자 가족의 삶의 굴곡, 마음의 주름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는 울음을 참으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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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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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유전 개발의 이권을 둘러싼 분쟁 중에 일어난 피살 사건.  

주인공은 AN통신(아시아 넷 통신)의 기자 '다카노 가즈히코'.  

AN통신은, 공식적으로는 인터넷 상에서 아시아 각지의 사건이나 패션 정보등을 제공하는 회사이지만, 그 진짜 정체는 스파이 활동을 벌이는 첩보 단체입니다. 다카노는 부하인 '다오카 료이치'와 함께 이 사건의 배후를 캐기 시작합니다. 사업상 경쟁상대인 데이비드 김과 수수께끼의 미녀 AYAKO가 암약하고, 위구르 반정부 조직에 의한 폭파 계획의 소문이 도는 와중에, 다오카가 누군가에게 납치되고 맙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파크 라이프, 퍼레이드, 악인,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노스케 이야기등 베스트 셀러이거나 영상화 되거나 해서 유명세를 탄 작품의 수만 해도 손으로 다 꼽기 힘들만큼 많습니다. 그중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라면 대부분 읽어보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와 같은 작품은 읽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읽으면 이 작품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라고 알아채는 독자가 과연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그 정도로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의 향기가 아주 옅은 작품입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본격적인 스파이 소설이라는 점에서 첫인상은 생소하지만,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이런 류의 소설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계속 써내면 어떨까 싶을 정도이고, 어쨌든 저자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서 놀랐습니다. 정통 스파이 소설보다는 화려한 액션을 동반한 헐리우드 영화 같은 스케일이라고 할까요. 일단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잠시 혼란스럽지만 주요인물은 몇명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읽힙니다. 

 

첩보 기관, 수수께끼의 미녀, 한국의 첩보원, 홍콩의 실업가, 반정부 과격파, CIA 등등 스파이소설 느낌나는 재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게중에는 이건 조금 지나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잠입 액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짜릿한 탈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비화나 따뜻한 인간관계 등등 다채로운 장면들이 있어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는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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