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전도유망한 젊은 수학교수에게 배달되어 온 소포 폭탄. 폭탄은 개봉과 동시에 폭발하고 맙니다. <요주의 인물>은 이 폭탄테러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 되는 아시아계 수학자 '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수잔 최'는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계 유대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 작가입니다. 단지 한국계 작가의 영미소설이라는 친근함 때문만이 아니라 퓰리처상 최종심까지 오른 미국이 주목하는 작가라고 해서 더 관심이 갔습니다. 많은 이민자 출신의 저자들이 그렇듯이 이민자의 시선에서 주로 작품을 써온듯 합니다. 생경한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 이 작품도 역시 그렇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남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 이방인 문제. 그들이 겪고 있을 심리적 갈등을 깊고 섬세한 터치로 그려냅니다. 단지 이민자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폭탄이 터지는 첫장면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리의 갈등의 묘사에서 이미 인물의 내면을 깊숙히까지 파고드는 소설임을 예감하게 합니다.

 

'리'는 늙어버린 자신과 비교해 젊고 유능하고 게다가 인기많은 동료교수 '헨들리'에게 시기랄까 질투랄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헨들리가 소포에 의한 폭탄테러를 당하는 순간, 옆방에 있던 리는 그것을 직감하고 묘한 성취감마저 느낍니다. 그런데 동료교수의 문병은 물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거짓진술까지 하는 그의 수상한 행적이 곧 FBI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테러용의자로서 FBI의 밀착마크를 받게 된 리는 스스로 진범을 찾아 나섭니다. 소설에서 이 진범찾기는 리 본인의 과거를 더듬는 회고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사건 이후 티비에 나온 그의 모습을 발견한 과거의 지인들과 링크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민자로 살아온 그의 삶의 궤적들이 하나둘 보여집니다. 친구 아내를 빼앗고 하나뿐인 딸아이에게는 무책임했던 리. 스스로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이들에게 상처를 입혀온 한 이민자의 지난 날들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우편물로 위장한 폭탄 테러 사건이 중요한 소재이긴 하지만, 스릴러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본질은 이민자 가족의 삶의 굴곡, 마음의 주름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는 울음을 참으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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