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포옹
박연준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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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37

"가장 좋은 건 언제나 우연히 왔다."


에세이를 자주 읽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편이다. 소설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가끔 에세이를 읽으면서 공감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책은 내용이 너무 감성적이거나, 너무 화려하거나, 왠지 진심이 안느껴져서 공감이 안가기도 하지만, 이번에 읽은 박연준 작가님의 <고요한 포옹>은 정말 좋았다. 문장이 과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평소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 이게 바로 공감이지 않을까?


몇몇 공감한 문장을 써보자면,

[원작에는 그 그림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없는 침묵과 고요함이 있다고 존 버거가 말했던가. 침묵과 고요함은 '진짜'가 갖고 태어나는 위엄이다.] P.52

언제나 반가운 존버거와 침묵이 결합한 문장. 요즘 그런생각을 많이한다. 진심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것을.




[번아웃은 '나 아닌 상태'로 무언가를 이루려 오랫동안 애쓸 때 일어난다. 누군가 내게 노력을 요구할 때 거부감이 드는 건 외부에서 요구하는 노력이 나를 상하게 할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사랑을 받기 위해, 얻고 넘고 오르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노력은 나에게 성취감을 주고(물론 좌절감도 주지만) 삶의 의욕을 갖게 한다. 반면 남에게 보이기 위한 노력, 남들을 따라서 하는 노력은 나를 지운다. 이러한 노력은 인생을 무겁게 만든다. 의무감으로 살게 하고 삶을 버텨야 할 시간으로 느끼게 한다.] P.59

요즘 번아웃되는 기분을 자주 느낀다. 일하는데 있어서 진정성 보다는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그런걸까?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할 가능성은 없다. 행복은 체험이다.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자주, 쉽게 겪을 수 있다. 유년에 저금해둔 행복을 한꺼번에 찾아 즐겁게 누리는 어른을 본 적이 없다.] P.61

완전 공감하는 문장이었다. 내 가치관과도 일치하고. 행복도 자주 해봐야 행복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난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한다. 뭐든 할 수 있을때, 잘해 줄 수 있을때 해야한다.




["어떤 침묵은 외면이겠지만, 어떤 침묵은 그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다"] P.200

나도 누군가에게 말이 아닌 침묵으로 위로해주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게 진심이다.




[타인의 슬픔을 다 알 순 없겠지만 내 슬픔의 방 한쪽에 그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다 자라지 못한 그의 아이를 간직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눈물을 흘린 까닭은 내 안에 그의 방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P.202

타인의 슬픔을 다 알수 없다는 말이 좋다. 가끔 타인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불가능한데 말이다... 아는것 보다 더 중요한게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슬픔이라면 더...



박연준 작가님의 다른 책도 더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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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22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새파랑님 번아웃 되시면 아니됩니다~~

새파랑 2023-06-22 18:39   좋아요 0 | URL
ㅋㅋ 기분만 그렇지 실제로는 잘 놀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3-06-22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문장들!
완전 공감입니다.
근데 이렇게 인식하고서 또 자꾸 까먹어요 ㅎㅎ
그래서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봐요^^
번아웃 되지 않게 넘 열심히 일하지 마십시오^^

새파랑 2023-06-23 06:16   좋아요 1 | URL
ㅋ 맞습니다. 저도 읽고 실천하려고 하는데도 몇일지나면 까먹습니다 ㅎㅎ
번아웃안되게 책을 읽어야 할거 같아요 ^^

구름모모 2023-06-22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에 대한 좋은 글 함께합니다. 침묵으로 위로하는 진심까지도 ~
번아웃은 멀리하시구요^^

새파랑 2023-06-23 06:17   좋아요 0 | URL
구름모모님 감사합니다 ~!! 위로는 가까이 하고 번아웃은 멀리하고 ^^

은오 2023-06-22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세이 좋아하는데 또 제일 고르기 어려운 게 에세이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너무 감성적이거나 화려해도 골치아프고 또 너무 가벼워도 돈 아깝고, 저자의 사상이 제일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르이다보니 저자랑 잘 맞으면 짜릿하게 통하는 느낌이지만 안 맞으면 애매.... 새파랑님께서 맘에 드는 작가를 만나신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네요 ㅎㅎ 저는 61페이지 발췌문이 맘에 듭니다 공감하는 바입니다!

새파랑 2023-06-23 06:20   좋아요 1 | URL
매일매일 재미있는 페이퍼와 댓글을 쓰시는 은오님도 저의 맘에 드는 작가님이십니다 ~!!
에세이는 정말 복볼복인거 같아요. 유명한 책이어도 나랑 안맞으면 별로라는 ㅋ

페크pek0501 2023-06-22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에세이가 좋아요. 예전엔 주로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언제부턴가 에세이를 주로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새파랑 2023-06-23 06:22   좋아요 0 | URL
전 그래도 아직은 소설입니다 ㅋ 왠지 좀 지칠때 에세이가 더 땡기는거 같습니다~!!

희선 2023-06-24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사람은 위로하기 어렵죠 괜히 말했다가 기분 안 좋게 할 수도 있으니... 말하지 않고 가까이 있는 게 더 낫겠습니다 말한다면 그저 들어주기, 그것도 괜찮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3-06-24 11:27   좋아요 1 | URL
그래서 책 제목이 고요한 포옹인거 같아요~! 상대방의 슬픔을 가늠하가는 정말 쉽지 않은거 같아요~!

서니데이 2023-06-26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쁜데 충분한 휴식이 계속되지 않으면 번아웃이 오는 것 같아요.
잠을 평소보다 줄여서 잘 때도 그렇고요.
그런데 번아웃 오면 금방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니까, 오지 않도록 미리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하지만 그게 어렵지요.
새파랑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6-27 06:15   좋아요 1 | URL
하루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거 같은데 여유가 없습니다 ㅜㅜ 서니데이님도 날씨도 덥고 습한데 건강 잘 챙기시길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