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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N22070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국내문학에 손이 잘 안가는데, 아마 너무 주변에 있는 이야기 같아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애장하는 작가님이 몇 분 있는데 그 중 한분이 최은영 작가님이다. 지금까지 최은영 작가님의 작품은 전부 읽어봤는데 다 좋았다.
이번에 나온 최은영 작가님의 단편집 <애쓰지 않아도> 역시 너무너무 좋았다. 마치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마음속 이야기를 작가님이 대신 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최은영 작가님도 ENFJ인 걸까?
모든 단편들이 다 좋았지만 몇편에 대한 감상평을 써보자면, (너무 짧아서 줄거리는 생략)
1. <애쓰지 않아도>
표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그런걸까? 주인공인 ‘나‘의 감정이 낯설지가 않았다. 나도 그런적이 몇번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친하고 좋아했었는데 어느순간 멀어져 버린 사람들.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노력하였지만 그럴수록 거리감만 커졌던 순간들.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그때의 내 마음을 돌아봤다. 나는 유나의 공감을 바라서 그 말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유나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유나가 나를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다.] P.23
잊기 위해 원망도 하고 미워하려고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 아쉬움만이 남았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어느정도 괜찮아 질 수 있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이런건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잊혀지는걸까?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릴수 있다는걸 알았다면 조금 더 편했을까?
[나는 이제 애쓰지 않아도 유나를 별다른 감정 없이 기억 할 수 있다. 아마 영원히 그 애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알고 싶다. 유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애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P.32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그 사람들은 그때 어떤 마음이었고, 지금은 또 어떤 마음인지...
2. <꿈결>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가끔 꿈에 나올때가 있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추억을 떠올리다보면 그날 밤 꿈에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 꿈을 기억하고 싶어도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사람의 뇌가 원래 그런걸까, 아님 내 무의식이 지워야 한다고 강박해서 그런걸까?
[우리는 네 꿈에서 자주 만났어. 알잖아, 꿈을 기억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었다는 거. 넌 깨어나기 전에 선택할 수 있었어. 그리고 매번 기억하지 않는 걸 선택했고.] P.67
차라리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을 안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하곤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언젠가는 시들해지고 그래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면, 차라리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이 좋은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했어.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모든 게 수월했을 텐데.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도 우리는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 거야.] P.62
3. <무급휴가>
다른 작가의 작품 리뷰에서도 비슷하게 썼었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그 사람에게는 당연한게 아닐 수도 있다. 말하지 않는다면 절대 알수없는 보이지 않는 사실들.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오해하기도 하고, 말을 해주더라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공감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다가감을 멈추어야 할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다가가서 조금이라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그게 바로 사랑이니까.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P.220
쓰다보니 리뷰가 아니라 감성 에세이(?)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하여튼 이 책은 많은걸 생각하게 해줘서 좋았고, 선물로 받은 책이어서 그런지 더욱 좋았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ps. 2022년 오늘 기준으로 70권을 읽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독서 목표인 150권이 가능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