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29

˝분명하고 확실하게 도착하는 유일한 것은 죽음뿐입니다.˝


젊은 시절 목숨을 걸고 혁명군에서 복무했던 대령은 참전용사에 대한 연금을 약속한 정부를 믿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60년이 지났다. 그는 정부의 연금 게시 편지를 기다렸지만 편지는 오지 않는다.

[10월이었다. 그날과 같은 수많은 아침으로부터 살아남은 대령 같은 사람도 피해가기 힘든 아침이었다. 마지막 내전이 끝난 이후 오십육 년 동안 대령은 기다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령에게 도착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10월이었다.]  P.7



그러는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대령의 동료들은 모두 연금을 받아보지 못한채 죽었고, 대령 부부는 가난에 찌들어 살아야 했으며, 하나뿐인 아들 ˝아구스틴˝은 투계장에서 반정부 활동에 연루되어 군인에게 살해되었다.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의 불행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참고 견딘다.

[˝내 동료들은 모두 편지를 기다리다가 죽었습니다.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공화국을 구하기 위해 분골쇄신했습니다.˝]  P.37



하지만 더이상 팔 물건도 없던 대령 부부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싸움닭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싸움닭은 아들 ˝아구스틴˝이 남긴 유일한 유산이다. 부인은 싸움닭을 팔고 싶어한다. 당장 먹을것도 없었고, 이놈의 싸움닭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당신에게 약속했던 알록달록한 새들을 이십 년이나 기다렸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죽은 아들뿐이에요.˝ 아내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 ˝죽은 아들뿐이란 말이에요.˝]  P.64



하지만 대령은 싸움닭을 파는걸 망설인다. 싸움닭은 대령과 그 동네에 남은 마지막 희망이었고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투계장이 열렸을 때 자신의 싸움닭은 절대 질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대령과 그럼 그때까지 무얼 먹고 사냐고 따지는 부인, 과연 두 부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뭘 먹고 살게 될까? 설마?

(스포때문에 여기까지만 쓴다.)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럼비아의 근대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나는 당연히 이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해설을 읽고 나서야 마르케스가 이 작품에 어떤 메세지를 담으려고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해설이 거의 논문급이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배경이 없더라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읽는데는 별로 지장은 없다. 다만 분량은 적은데, 해설이 너무 길어서 왠지 손해본 기분이 들었다.



Ps. 지금까지 마르케스의 작품은 네편을 읽었고, 다음에 읽을 작품은 <족장의 가을>이다. 생각보다 국내에 출판된 마르케스의 책이 별로 없는것 같다. 지금까지 최고는 <백년의 고독>, 재미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이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2-02-19 23: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콜레라시대의 사랑과 백년의 고독만 읽었어요
이책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항상 관심이 가던 책이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논문급 해설도 그렇고^^

새파랑 2022-02-19 23:40   좋아요 5 | URL
구매보다는 빌려서 보시거나, 서점에서 읽는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레이스님이라면 한시간이면 다 읽으실 거에요 ^^

대장정 2022-02-20 00: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만 읽어봤는데, 마르케스🤔 어려워요ㅠㅠ 한페이지 넘도록 끝나지 않는 문장. . . 복잡한 가계도. . .그래서 다른 책도 저는 선뜻 손이 안가더라구요ㅠㅠ

새파랑 2022-02-20 07:35   좋아요 4 | URL
저도 <백년의 고독>은 인물들이 복잡해서 가계도를 계속 보면서 읽었어요 😅 <콜레라시대의 사랑>은 안복잡하고 재미있습니다~!!

대장정 2022-02-20 07:36   좋아요 3 | URL
! 그런가요. 도전해보겠습니다. 책방에서 들었다 놨다 했거든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새파랑 2022-02-20 07:38   좋아요 3 | URL
대장정님 이시라면 금방 재미나게 읽으실거라 확신합니다~!!

페넬로페 2022-02-20 08: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스토리가 새파랑님 말씀처럼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무래도 책을 읽으려면 배경지식이 많아야 이해도 잘될것 같아요^^

새파랑 2022-02-20 08:13   좋아요 6 | URL
전 배경지식없이 냅다 읽는 스타일이라 읽고 맨붕온 적이 많습니다 ㅋ 그렇다고 해설은 잘 안읽어지더라구요 ㅎㅎ 전 세계문학전집 읽으면서 느껴지는 뭔가 낯선 분위가 좋더라구요 ^^

coolcat329 2022-02-20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 빌려서 읽는게 좋아요. 저는 샀는데 해설이 반인거 보고 놀랐어요

새파랑 2022-02-20 09:48   좋아요 4 | URL
해설이 반이어서 저도 놀랐어요 ㅋ 갑자기 읽다가 보니 중간에 끝나서요 ㅋ 마지막 부분 너무 좋았습니다 ^^

coolcat329 2022-02-20 13:25   좋아요 4 | URL
마지막 잊을 수 없는 단어! 😉

mini74 2022-02-20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 쿨캣님 리뷰 보고 읽어봐야지 했는데 ㅎㅎ 까먹고 있었어요. 그때 쿨캣님 올리신 첫 문장이 참 좋더라고요 ㅎㅎ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

새파랑 2022-02-20 13:37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좀 최신(?)이어서 미니님 전집에는 없나봐요 ㅎㅎ 쿨캣님은 왠만한 고전책은 다 읽으신거 같더라구요 ^^

coolcat329 2022-02-20 18:33   좋아요 3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당~😆
근데 새파랑님! 저보다 훠~~얼씬 많이 읽으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ㅋㅋ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새파랑 2022-02-20 20:12   좋아요 2 | URL
전 쿨캣님이 더 많이 읽으셨을거라 확신 합니다 ^^

coolcat329 2022-02-20 20:47   좋아요 3 | URL
아니라는 데에 제 책을 다 걸겠습니다! 😆

새파랑 2022-02-20 20:57   좋아요 2 | URL
앗 😅 아쉽군요 쿨캣님의 책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ㅎㅎ

Jeremy 2022-02-21 0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The only thing that comes for sure is death, colonel”
― Gabriel Garcí­a Márquez, No One Writes to the Colonel and Other Stories

새파랑 2022-02-21 06:19   좋아요 3 | URL
영어로 봐도 명문장입니다 ^^

희선 2022-02-22 04: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보니 장은진 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가 생각납니다 그건 정치와는 상관없는 진짜 편지가 오지 않았다 생각한 거지만... 나중에 왔다는 거 알아요 마르케스 소설에서는 대령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편지를 받지 못한 듯하네요 꼭 보답받으려고 한 일은 아닐지라도 그런 사람을 알아주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독립운동한 분들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2-02-22 07:02   좋아요 2 | URL
좀 안타까웠어요 ㅜㅜ 그때 고생한 대가가 겨우 이런 인생이라니~ 원래 편지는 기다리면 안오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