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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N22021
누군가가 기억한다면 곁에 없더라도 사라지는것은 아니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다소 모호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게 해준다. 소설의 재미와 에세이의 진정성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영어의 원제는 <Levels of Life>로,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 세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첫번째 장은 하늘을, 두번째 장은 땅을, 세번째 장은 지하(죽음)를 배경으로 한다.
<비상의 죄>
이 장에서 "줄리언 반스"는 열기구의 개척자이며 사진작가인 실제인물 "나다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헤미안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그는 무작정 하늘을 갈망한다. 책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는 왜 "나다르"에 대한 이야기를 첫장에서 다루고 있는지 몰랐었는데, 해설을 읽고나서 어렴풋하게 이해가 되었다. 상승과 추락을 할 수 밖에 없는 기구를 통해 그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슬픔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기구는 자유를 대변했다. 그러나 그 자유는 바람과 날씨의 권력에 영합하는 자유였다.] P.21
[태초부터 새들에게 날개가 있었으니, 새는 신이 만드신 것이었다. 천사들에게 날개가 있었으니, 천사는 신이 만드신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긴 다리와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빈 등을 타고났으니, 신이 이유가 있어 그리 만드신 것이었다. 하늘을 나는 문제에 개입하는 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였다. 오랜 투쟁과 교훈적인 전설을 증명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P.23
<평지에서>
이 장에서는 "나다르"와 마찬가지로 기구에 빠져서 사는 또다른 인물인 "버나비"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베르나르"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유로운 보헤미안이었던 "버나비"와 "베르나르", 하지만 사랑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다. 그녀와 결혼하여 영원한 사랑의 비상을 꿈꿨던 "버나비", 하지먀 "베르나르"는 그와의 사랑은 일시적일 뿐이며, 열기구가 예측할 수 없는 바람에 기댈 수 밖에 없듯이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생각하여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
[그는 3개월 동안 그의 능력껏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의 사랑에 타임스위치가 내장되어 있었던 것 뿐이다.] P.101
그리고 "버나비"는 그녀를 떠나고 이후 다른 여인과 결혼한다. "베르나르" 역시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버나비"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하늘에 떠있는 기구 안에서 그녀와 함께 비상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한다.
[그는 그들이 커플이 되어, 떨어져 있던 것을 하나로 이어, 하나의 삶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은,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P.81
[지금, 하늘에 둥둥 떠있는 그의 귀에는 오로지 그녀의 음성만 들려왔다. 몽 셰르 카피텐 프레드,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 말에 여전히 가슴이 아렸다.] P.104
<깊이의 상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마지막 장인 <깊이의 상실>이다. 이 장에서 "줄리언 반스"는 그가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갑작스럽게 잃고나서 그가 느꼈던 절망의 감정을 처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의 상실감은 너무나 컸었고, 아내 없이 혼자서 지내야 했던 그의 삶은 처절하기만 하다. "줄리언 반스"는 슬픔을 토해내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아련하게 읽었다. 누군가의 영원한 부재는 슬프기만 하다.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P.109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P.169
첫장에서 마지막장으로 갈수록 배경의 고도가 위에서 아래로 낮아지는데, 반대로 슬픔은 마지막 장으로 갈수록 더 깊어진다. 상실은 너무나 슬프다.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 그래야 사랑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사랑은 끝나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