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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이야기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귀스타브 플로베르˝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마담 보바리> 이다.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가 남긴 작품이 별로 없어서 못읽고 읽다가 우연히 <세 가지 이야기>라는 그의 책을 알라딘 우주점에서 발견하고 구매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에는 정직한 제목과 같이 세 가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순박한 마음>,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 세편이다.
이 중 <헤로디아>는 성경에 기반한 이야기 인데 이쪽 분야의 지식이 전무한 관계로,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확 이해하지는 못했다. 대신 나머지 두편을 소개해 보면,
1. 순박한 마음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안타깝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람에게 새로운 사랑의 마음을 다시 준다. 끝나지 않는 마음을 줄 수는 없는 걸까? <순박한 마음>은 여주인공인 ˝펠레시테˝의 이별 이야기이다. 첫사랑의 배신, 조카 빅토르의 죽음, 주인집의 딸 비르지니의 죽음, 주인마님과의 헤어짐, 마지막으로 앵무새까지 그녀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그녀는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 담긴 ‘앵무새‘를 박제하여 간직하고, 그녀가 이생에서 보내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앵무새 한마리를 보게 된다.
[푸른빛 향연이 펠리시테의 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신비로운 쾌락에 휩싸인채 향내음을 맡은 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샘이 말라 없어져가듯, 메아리가사라지듯, 심장박동이 차츰차츰 약해지다 아주 잦아들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녀는 반쯤 열린 하늘에서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하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를 본 것 같았다.] P.60
이야기 자체는 단조롭고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왜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보내야 하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2.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인간이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것, 아니 살생을 하는 것은 죄악일까? 생존일까? 그리고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걸까? 이 작품의 주인공 ˝쥘리앵˝은 태어나면서 두가지 예언을 듣게 되는데 하나의 예언은 어머니가, 하나의 예언은 아버지가 듣는다.
어머니가 들은 첫번째 예언은 ˝그대의 아들은 앞으로 성인이 될 것이오˝ 이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아들이 대주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아버지가 들은 두번째 예언은 ˝그대의 아들은!.많은 피! 무한한 영광! 영원한 행복! 황제의 가문˝ 이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이 정복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강하게 성장한 ˝쥘리앵˝은 사냥에 몰두하게 되고, 점점 무자비하게 살생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사슴가족을 잔인하게 학살하게 되고, 그는 숫사슴으로부터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극악무도한 놈아. 언젠가 너는 네 아비와 어미를 죽일 것이다!˝ 라는 저주에 가까운 세번째 예언을 직접 듣게 된다.
자신이 자신의 부모를 죽일지도 모는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부모 곁을 떠나게 되고 용병의 무리에 합류하여 나중에는 정복자로서의 위신을 떨치게 되며 황제의 딸과 결혼하게 된다. 아버지가 들은 두번째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한편 아들의 저주받은 세번째 예언을 알지 못한 채 아들 ˝쥘리앵˝을 찾아 오랫동안 방랑하던 그의 부모는 드디어 아들이 살고 있는 성을 찾게 된다. 그런데 ˝쥘리앵˝은 마침 사냥을 나가있었다. 자신이 들은 마지막 저주 때문에 사냥을 하지 않았던 그는 하필 부모님이 방문한 날에 오랜만의 사냥을 나간 것이다. 사냥에 실패하여 살기에 가득 차 있던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부모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내의 불륜으로 오해하여 부모님을 죽이게 된다. ˝쥘리앵˝이 들은 세번째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결국 저주가 이뤼지게 되고, 그는 심한 충격 때문에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들은 첫번째 예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최근에 관련된 책을 읽어서인지 <순박한 마음>은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은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떠올랐다. ˝오스카 와일드˝가 ˝플로베르˝보다 동생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기본배경이 종교이다 보니 읽다보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뒤에 있는 해설에서 시대적 배경을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세 가지 이야기>는 ˝플로베르˝가 살던 동시대(순박한 마음), 찬란한 기독교의 시기인 중세(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그리고 이교도의 시기인 고대(헤로디아) 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욕망으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야 했던 이야기로,
‘콩트‘라는 형식의 통일성과 ‘성스러운‘ 이야기라는 테마의 통일성이 조화를 이루어, ‘한 시인의 역량으로 창작된 완전무결하고, 완벽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해설에 있는 이런 극찬을 읽다보니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명작은 단순히 읽는것 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