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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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희곡읽기는 <맨 끝줄 소년>이다. 이 책은 북플에서 최근에 리뷰가 많이 올라왔고, 평들도 좋아서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핑크색 표지와 사악한 가격이 좀 그렇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읽을 가치는 충분했다.

맨 끝줄 소녀(?)인 미미님이 이 책의 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당신도 맨 끝줄에 앉아봤어"

"가장 좋은 자리야. 아무도 거기는 못보는데 거기서는 모두를 보지"


맨 뒷줄에 앉아있는 "클라우디오"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뛰어난 통찰력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작문을 하여 그의 문학 선생님인 "헤르만"을 놀라게 하는데,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글로 쓴다고 말하는 "클라우디오는"는 작문 내용을 확장하기 위해 점점 더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오히려 문학 선생님인 "헤르만"을 농락(?) 하기까지 한다.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어쩌면 처음부터 "클라우디오"의 글쓰기 목적은 "헤르만" 선생님을 골탕먹이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우디오"가 쓴 작문의 주요 내용인 "라파"의 집에서 경험한 것들은 어쩌면 "헤르만"이 지어낸 허구일지도?? 이 부분은 읽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맨 끝줄 소년>의 전반적인 구성은 구체적인 설명, 대화의 구분, 장면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다소 모호해 보이는 부분이 많다. 또한 이게 작문속의 상황인지, 실제 상황인지도 다소 햇갈린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은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둔 것이라 여겨진다.

[독자를 믿어, 독자가 채울 거야. 등장인물의 기분상태를 네가 묘사하려고 하지 마, 등장인물의 행동들을 가지고 우리, 독자들이 파악해야 해.] 59페이지


아무도 나를 보지는 못하지만, 나는 모두를 보는 자리인 맨 끝줄은 어떻해 보면 집단과 거리를 두고싶어하는 사람이 앉는 자리이고, 몰래 다른 행동을 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나도 항상 뒷자리 창가쪽에 앉으려고 했던 것 같다. 세미나 같은 걸 할때도 그렇고,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로 뒷자리 창가에 앉는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무언가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걸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학교 다닐때는 몰래 책도 보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관망할 수 있는 자리는 매력적인 자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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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5 21:0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댓글은 맨앞줄! 👆

새파랑 2021-07-05 21:14   좋아요 5 | URL
😄 생각보다 책을 금방 읽었어요~!

초딩 2021-07-05 23:30   좋아요 4 | URL
와우 ㅎㅎㅎ 좋네요 ~

초딩 2021-07-05 23:31   좋아요 4 | URL
댓글의 댓글은 다시 맨 끝줄!!!

미미 2021-07-05 21: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 2등 ✌ 엄청 빨리 읽으셨네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읽는 사람에 따라, 읽을 때마다. 다른게 보이고 감상도 달라질것 같은 작품이었어요. 작가처럼 전지전능을 꿈꾸는 맨끝자리ㅋㅋㅋㅋ

새파랑 2021-07-05 21:49   좋아요 5 | URL
아 희곡을 하나 더 읽어야하나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봐야 하나 다른 책을 읽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ㅎㅎ 맨 끝줄 미미님의 추천 작품은 언제나 좋네요 👍

붕붕툐툐 2021-07-05 21:2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3등!!ㅋㅋ 읽으셨군요~ 저야 말로 이 책의 맨 끝줄 독자 될 듯!ㅋㅋ

새파랑 2021-07-05 21:50   좋아요 5 | URL
희곡 마니아인 툐툐님이 좋아하실 만한 작품인거 같아요~!! 맨 끝줄은 좋은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행복한책읽기 2021-07-05 21: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 지두 맨끝줄 소녀였어요. 고딩때까지만 해도 눈 밝은 소녀라 친구들에게 자리 양보한다고 끝에 앉았는데. 히야~~~진짜 저 문장처럼 아무도 못봐 도시락 엄청 까먹었답니다. 요 희곡도 찜!!^^ 새파랑님 바지런 넘 닮고 싶음요.

새파랑 2021-07-05 22:14   좋아요 4 | URL
도시락 까먹는건 좀 어려워보이는데요? ㅎㅎ 저도 시력이 좋아서 뒤에 앉아도 잘보이더라구요~!! 시간날 때 몰아서 책읽어서 그렇지 바지런 하지는 않습니다~!!

mini74 2021-07-05 2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과거 단체로 사냥다닐 때,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자리를 산호하는 습관이 남아서 대부분이 구석이나 눈에 안 띄는 곳을 좋아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커피숍 가면 자리가 넘쳐나도 어디 구석탱이에 앉는 이들이 많은 것처럼요. 이 클라우디오도 살아남기 위해서 ? ㅎㅎㅎ 저는 중간에 클라우디오가 혹시 헤르만의 어린시절이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했어요 ㅎㅎ

새파랑 2021-07-05 22:23   좋아요 5 | URL
아하 살아님기 위한 습관이군요. DNA처럼 남아있는~! 어쩐지 저도 카페가면 무조건 외진곳에 앉는데 ㅋ
아 어린시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저는 해보지 않았는데 깜놀할만한 시각인거 같아요~!!

초딩 2021-07-05 23: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맨 끝줄에 앉았는데
모두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이는 걸 봤어요
동조해서
교수님은 몰랐어요
우리가 카트라이더를 다 함께 하는 걸
모두다
전 맨 끝줄에서 알았죠. 전체를 보니 ㅎㅎㅎ

새파랑 2021-07-05 23:42   좋아요 5 | URL
카트라이더 ㅎㅎ 맨 끝에서 관찰하는 재미를 잘 느끼셨군요~!! 이 작품에도 언급되는데 책 제목은 중요한거 같아요😄

희선 2021-07-07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 뒤에 앉은 아이가 자기는 거기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다 보인다고 말한 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어딘가에 나온 말... 앞에 있으면 앞밖에 안 보이겠습니다 뒤에 있어야 이것저것 보고 가끔 다른 짓도 할 텐데... ‘독자를 믿어 독자가 채울 거야’는 실제 이 책을 보는 사람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 채워 보라는 듯... 저는 그런 거 잘 못하는데...


희선

새파랑 2021-07-07 05:47   좋아요 2 | URL
정말 뒤에 있어야 다른사람이 보이는거 같아요. 앞만보면 주위를 볼 수가 없죠. 희선님의 독서량을 보면 어떤 책ㅇ든 잔 채울수 있을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