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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꿈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23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종소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평점 :
˝어쩌면 정말로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아저씨의 꿈>은 도선생님의 중기 작품시기에 쓰여진 첫 작품이다. 시베리아 유형을 가기 전까지 쓰여진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 부터 <네또츠까 네즈바노바>까지가 그의 전기 작품이고, <지하로부터 수기> 부터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까지가 후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도선생님의 중기 작품들은 전기와 후기작품에 비해 명성이 높지는 않지만 도선생님 후기에 주로 쓰여진 명작들의 탄생에 중간단계의 역할을 했다고 보여지고, 전기의 감성적인 측면과 후기의 심리적인 측면의 중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전기와 후기의 작품들을 대부분 읽었고, 이제 중기 작품 위주로 남았는데, 중기의 첫 작품인 <아저씨의 꿈>이 너무 훌륭해서 앞으로 남은 중기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남은작품 :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상처 받은 사람들>, <악어 외>, <영원한 남편>, <미성년>
이 작품은 돈많은 노공작인 K공작의 직위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어머니인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가 자신의 딸인 ˝지나˝를 노공작과 결혼시키려고 하는 해프닝을 그린 풍자 소설이다.
노공작인 K 공작은 우연한 계기로 ˝모조글랴코프˝라는 젊은 청년(노공작의 먼 친척임) 과 함께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이하 어머니) 집에 방문하게 된다. 참고로 ˝모조글랴코프˝는 ˝지나˝에게 끊임없이 구혼을 하고 있으나, ˝지나˝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지는 않는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기억이 오락가락한 노공작은 가발, 콧수염, 코르셋 등 젊어보이기 위한 치장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으며, 여전히 젊고 예쁜 아가씨들에 눈독을 들인다.
[그분은 반은 죽은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분은 인간의 기념물에 지나지 않고, 다만 땅에 묻히는 것을 잊어버렸을 뿐이에요!] 35페이지
(땅에 묻히는 것을 잊어버렸다니...이런 재미있는 표현은 도선생님이 최고인것 같다.)
이러한 점을 노린 ˝어머니˝는 젊고 아름다운 그녀의 딸 ˝지나˝를 노공작에게 결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왜냐하면 노공작은 곧 죽을 것이기 때문에 ˝지나˝가 노공작과 결혼하면 얼마 후에는 노공작의 직위인 공작부인과 엄청난 재산을 딸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는 어머니의 생각에 반대하고, 오히려 폐병으로 병석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가난한 가정교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그럼 간단하게 말하면, 공작님과 결혼해서 그분의 재산을 받아먹은 뒤에 죽기를 기다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결혼하라는 거로군요. 이제야 어머니의 그 교활한 속셈을 드러냈군요~!] 79페이지
결국 끈질긴 어머니의 설득에 ˝지나˝는 결혼 계획을 승낙하게 되고, 어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노공작에게 계속 술을 먹여서 정신을 없게 한 다음에, 노공작이 자신의 딸인 ˝지나˝에게 청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을 엿듣고 상황을 파악한 ˝모즈글랴꼬프˝는 이러한 사실에 분개하여 노공작을 찾아가 모녀의 음모를 알리고, 이를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노공작의 청혼은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닌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었다고 해명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결혼 계획을 우스꽝스러운 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건 내게 있어서도 큰 영광이니까 말이오. 그러나 아까 그것은 꿈이었던 게 틀림없어. 분명히 꿈이었소. 하지만 뭐 나라고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이 있나? 그런 걸 가지고 걱정할 필요야 있겠어요?] 225페이지
어머니는 어떻게든 노공작의 청혼은 꿈이 아닌 실제 청혼이었다고 노공작을 설득하려 하지만 이는 실패하고, 결국 화가 폭발한 어머니는 노인을 심하게 모욕하며 해프닝은 웃프게 끝난다. 또한 이에 충격을 받은 노공작은 얼마 후 죽게 된다.
이러한 해프닝이 끝난 후 ˝지나˝가 사랑한 가정교사의 죽음이 임박하게 되고, ˝지나˝는 그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모든 것은 결국 죽어야 하는 거야. 지노치까. 모든 것. 심지어 추억까지도 죽지 않을 수 없거든! 그리고 우리의 고상한 감정도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지. 그리고 그 대신에 분별이라고 하는 것이 들어앉게 되지. 그렇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어. 지나, 생활을 즐기고, 오래 살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야 해. 사랑할 수만 있다면 어떤 다른 사랑의 대상을 찾아야지. 죽은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어! 다만 가끔이라도 좋으니 내 생각을 해줘. 그러나 언짢은 것은 잊어버리고 내가 나쁜 일을 했다면 용서를 빌겠어. 지노치까, 우리의 사랑에도 즐거웠던 기억은 없지 않을 거야.] 242페이지
마지막 이야기가 더 있지만 스포 때문에 줄거리는 여기까지...
꿈이라는 단어는 크게 두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현재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나타내는 긍정적인 꿈이며,
또하나는 현실의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현재를 지우려고 하는 부정적인 꿈이다.
누군가가 현실의 어떤것을 부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꿈은 또다른 누군가 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일수도 있다. 당신에게 꿈은 어떤 의미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