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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평점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가정의 불행은?"
민음북클럽 에디션으로 선택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한 가정의 불행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희곡 작품이다. 희곡은 주로 "셰익스피어" 작품으로만 접해서 어렵지 않을까란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읽는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재미있는 작품.
한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오히려 대본처럼 자세하게 쓰여있어 특별한 상상력 없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게다가 초반부의 대화속에서 은연중에 암시되는 인물들의 비밀이 점점 드러나면서 스릴러 장르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등장인물은 단 다섯명이다. 아버지 "타이론", 어머니 "메리", 첫째아들 "제이미", 둘째아들 "에드몬드", 하녀 "케슬린".
그리고 등장하지는 않지만 "제이미"와 "에드몬드" 사이에 있었던 아들 "유진"이 있었는데, 이 아이의 부재가 가정의 불행을 일으키는 중요 원인이 된다.
"유진"은 아기였을때 부모없이 할머니 집에 머물다가 첫째 아들은 "제이미"의 홍역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이러한 비극 이후 "메리"는 우울증이 생기게 되는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병이 악화되어 이후 모르핀(마약)에 중독된다.
첫째인 "제이미"는 은연중에 부모로부터 미움을 받는 아이가 되었고 점점 삐뚤어지게 자라며, "유진"이 죽은 후 태어난 "에드몬드"는 부모의 애정을 받지만 병약하여 폐병에 걸리게 되었으며, 이러한 두 아들을 바라보면서 어머니인 "메리"는 점점 마약에 빠지게 된다.
그럼 남편이자 아버지인 "타이론"은 어떤 인물이냐? 지독한 구두쇠로 출세 지항적인 성격으로 가족에게 인색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며, 돈을 아끼기 위해 부인의 마약 중독과 둘째 아들의 치료를 소홀히 하여 상태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불행과 서로에 대한 불신, 책임전가를 통해 그들 가정은 점점 파괴되는데, "유진 오닐"은 날카로운 대사와 행동묘사를 통해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이끈다. 특히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상처를 주는 말들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아픔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마무리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한다. 가족 간의 가식...)
이런 관계를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메리"는 수녀가 되고 싶었던 꿈, "타이론"을 처음 만난 그때를 그리워하며, 그때를 연기하면서 끝이 난다.
[과거는 바로 현재에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106페이지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밤으로의 긴 여로 동안 어두운 안개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원망히면서 그렇게 남아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 밤도 이렇게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