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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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이야기의 배경은 타이완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용징’, 그리고 주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은 천씨 일가의 다섯 딸과 두 아들. 과연 이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작가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차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했을까?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이 일곱 남매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절망적인 서사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가내수공업을 통해 힘겹게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첫째 딸, 악성 민원에 대응하다가 신상이 털린 둘째 딸,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는 셋째 딸, 방 안에 틀어박혀 형제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넷째 딸, 의문의 죽음을 당한 다섯째 딸, 부정부패를 일삼다가 옥살이를 하게 된 여섯째 아들, 독일에서 동성 연인을 죽이고 형처럼 옥살이를 한 막내 아들까지… 소설은 이 막내 아들 ‘톈홍’이 자신의 고향 시골 마을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서 담고 있는 인물들의 서사가 아주 많고 복잡하다. 더군다나 각 장마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인물(시점)을 달리하여 전개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몰입이 힘들고 전개가 산만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이를 꾹 참고 읽어내려 가다보면 이들 사이에 무슨 원한과 사연이 있었는지 서서히 밝혀지고, 왜이리도 ‘귀신’이라는 소재가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또한 물씬 느껴진다.

그리고 이 과정 중에 실제 타이완의 역사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데, 이때 한낱 개인 따위가 어찌 감히 사회의 거대한 폭력과 억압에 맞설 수 있었는지, 그저 무력하게만 ‘당할 수밖에’ 없던 그 시절의 모습이 선연히 드러나 여간 착잡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인 타이완의 역사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한 부분이 꽤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일제에게 식민 지배를 당했다는 점) 다른 나라의 역사를 담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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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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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넷플릭스에 동명의 미국 드라마가 올라가있는 소설 <페일 블루 아이>를 좋은 기회에 읽을 수 있었다. 안그래도 해당 드라마에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했다길래 언젠가 한번 몰아서 봐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였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다만 받아들고 보니 엄청난 두께에 조금 놀라긴 했다. 얼마 전 <가장 나쁜 일>에 올렸던 리뷰처럼 요즘은 추리소설을 잘 읽진 않지만…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다면 얘기는 또 다르지…☺️)



소설의 주인공 ‘랜더’는 전직 형사로서 미군의 사관학교에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의뢰받고 조사에 착수한다. 군사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함은 바로 나무에 목을 매단 어느 병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이상한 점은 그 시체의 발이 바닥에 닿아있었단 점과 누군가가 ‘심장을 도려냈다’는 것이었다…! 비밀 준수 의무 때문인지 다들 랜더의 사건 조사에 좀처럼 협조적이지 않을 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생도가 나타나 그에게 이상한 말을 던진다. ‘범인은 시인이다’라고 말이다. 이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랜더는 포와 함께 협력하여 공동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 바람에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삼가도록 하겠다. 그러나 결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반전은 그냥 ‘놀랐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음을 묵직하게 내려앉히는 여운을 던지는 결말이었다. 솔직히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께의 작품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긴장감 넘치는 건 아니다. 중간에 조금 지루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술술 읽히는 작품이니 그 위기를 넘긴다면 깜짝 놀랄 만한 반전과 여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넷플릭스를 보러 가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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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다카야마 마코토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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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게 된 데에는 조금 웃픈 비하인드가 있다. 민음사 하반기 패밀리데이 행사 때 다와다 요코의 <개 신랑 들이기>를 구입하면서 비슷한 판형과 디자인을 보고선 그녀의 다른 작품인 줄 알고 같이 구입했던 것이다. 막상 책을 받아들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쓴 작품, 그것도 심지어 퀴어문학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먼저 읽어본 <개 신랑 들이기>는 정말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이어서 리뷰조차 쓰지 않았던 터라, 이 작품에 대해선 정말 ‘0’에 수렴할 정도로 아무런 기대감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지 않은가, 기대가 없으니 실망은 커녕 놀라움만 가득할 수밖에.



소설은 주인공 ‘고스케’의 아픈 과거를 본인이 스스로 톺아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스케는 어렸을 때 여성스러운 성격 탓에 학교 폭력을 심하게 당했었고, 열 네살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는 슬픔도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주인공은 도망치듯 그의 외딴 시골 고향으로부터 벗어나 대도시 도쿄에 상경하여 LGBTQ 커뮤니티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고스케에게 그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청년 ‘류타’를 만난다. ‘류타’ 또한 아픈 어머니의 병간호 및 병원비를 대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할 만한 일을 도맡아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던 것이다.



고스케와 그의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된 류타는 운동 외에도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지만, 어느날 류타는 고스케에게 느닷없는 이별을 통보한다. 당시에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고스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류타가 하던 일이 ‘몸을 파는 일’이었던 것이다. 류타의 프로필이 등록되어있는 어플을 통해 다시금 류타를 만나게 된 고스케는 자신이 류타에게 지속적으로 얼마간의 돈을 지급할테니 그 일을 그만두고 헤어지지 말자는 제안을 건넨다. 류타 역시도 고스케를 마음에 계속 품어온 상태에서 헤어지자 말한 것이기에 고스케의 제안을 수락하며 다시금 두 사람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스포일러 주의)

그렇게 류타는 막노동에 뛰어들며 당당하게 고스케와 연애를 시작하는가 싶지만, 너무 무리한 탓이었을까, 결국 죽고 만다. 고스케는 자신 때문에 류타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에 휩싸인다. 소설의 제목이 ‘에고이스트’인 것도 이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에고이스트’란 자신의 이해득실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타인의 처지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즉 이기적인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고스케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자신의 사랑이 이어지기만을 생각해서 류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는 생각을 아마 스스로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심리가 이 작품에 너무도 애절하고 씁쓸하게 그려져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슬프고 무겁게 내려앉히는 여운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을 소설이 너무도 절절하게 담아냈기에, 한동안 생각에 잠겨 소설의 여운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나는 고스케에게 이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류타 역시 고스케와의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것이라고, 고스케가 건넨 제안이 고스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류타 역시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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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사랑 이야기 거장의 클래식 2
찬쉐 지음, 심지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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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한줄평에 적은 ‘놀라울 정도로 이정표가 없는 소설’이라는 표현은 뒷표지에 쓰여있어서 읽기 전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개연성이 없을 줄은 몰랐다… 이를테면 주인공의 남자친구와 넷째숙부가 알고보니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다던지… 현실에선 전혀 일어날 일이 없는 사건들이 서슴없이 벌어지는데, 근데 그게 또 되게 술술 읽힌다…! 보통 우리가 꿈을 꿀 때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 작품이 딱 그러한 느낌이었다.



글을 쓰기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보았는데 다들 줄거리를 설명하기를 꺼려하셨다. 또한 마찬가지다. 도대체가 작품의 내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요약하여 설명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일말의 감조차 잡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리뷰는 줄거리는 생략한 짧게 쓰려고 한다. 말은 하고 싶다. ‘진짜 말도 안되는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지는데, 그와중에 가독성이 좋아서 쉽게 읽힌다.’ 나는 책을 읽는 방법으로뇌를 빼고 읽어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대체 인물들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런 생각을 하는지를이해하지 말고 그저받아들이기 한다면 작품은 정말 색다른 소설의 세계를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작가의 작품으로 <신세기 사랑 이야기> 만나게 되어 영광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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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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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RHK북클럽

지금부터 내가 쓸 이 글은 자기 잘못에 대한 고백록이자 참회록이 될 것이다. ‘도서협찬’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독을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이창래 작가의 글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하여 호기심이 동하였고 ‘RHK북클럽’이라는 좋은 기회에 이 책을 받아들어 읽을 수 있게 되었으나 결과론적으로는 이 작품은 나와 전혀 맞지 않았다. 어떤 지점이 날 힘들게 하였는지를 조심스레 이 글에 밝혀보도록 하겠다.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재미’다.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해 읽는다기보다는 그저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 소설이 그리고 있는 세계에 푹 빠져있는 몰입의 쾌감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에는 어떤 재미를 느끼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여러가지 재미를 느낄 요소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대답한다. 하나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서사적인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문장 하나하나가 내 심금을 울리는 듯한 ‘문학적인 재미’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다 포기한 <타국에서의 일 년>은 두 가지의 재미 중 어느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일단 이 작품에는 불필요한 장면들이 지나치게 길고 많았다. 초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틸러’라는 주인공이 ‘퐁’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를 만나 기존의 삶을 버리고 그와 함께 떠난다는 내용인데, 틸러가 퐁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지루했다. 굳이 이런 장면까지 디테일을 살렸어야 했는가 싶은, 삭제하더라도 극의 전개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법한 문장들이 매우 많았다. 만약 이런 장면들을 구태여 살리고 싶었다면, 그 장면들을 설명하는 데에 쓰인 문장들이 아름답다거나 소소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점들이 있어야 계속하여 소설을 읽을 맛이 날텐데 (이를테면 최은영 작가 같은 문장들이 필요했달까), 이 작품은 그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이 ‘틸러’라는 인물의 내면이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 뭔가 깊이 생각한다거나 진심으로 대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붕 떠있는 듯하여 마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같은 태도가 너무 꼴보기 싫… 아 아니 매력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서사 자체도 흥미롭지 않는데다가 주인공까지 너무 별로이니 이 작품을 읽는 게 힘들 수밖에…

이 글을 쓰기 전 다른 분들의 후기도 많이 살펴보았다. 혹시 나만 이런 걸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초반에는 읽는 게 수월하지 않았으나 끝까지 참고 읽으니 여운이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즉, 나는 그 초반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절반 이상 읽기는 했다만…) 지금은 서평을 쓰는 데까지의 기간이 한정되어서 이렇게 글을 쓰지만,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오랜 시간을 두고 이 책을 천천히, 꼼꼼히 읽어내려 가보고 싶다. 일단 지금의 나와는 인연이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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