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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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RHK북클럽

지금부터 내가 쓸 이 글은 자기 잘못에 대한 고백록이자 참회록이 될 것이다. ‘도서협찬’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독을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이창래 작가의 글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하여 호기심이 동하였고 ‘RHK북클럽’이라는 좋은 기회에 이 책을 받아들어 읽을 수 있게 되었으나 결과론적으로는 이 작품은 나와 전혀 맞지 않았다. 어떤 지점이 날 힘들게 하였는지를 조심스레 이 글에 밝혀보도록 하겠다.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재미’다.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해 읽는다기보다는 그저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 소설이 그리고 있는 세계에 푹 빠져있는 몰입의 쾌감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에는 어떤 재미를 느끼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여러가지 재미를 느낄 요소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대답한다. 하나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서사적인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문장 하나하나가 내 심금을 울리는 듯한 ‘문학적인 재미’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다 포기한 <타국에서의 일 년>은 두 가지의 재미 중 어느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일단 이 작품에는 불필요한 장면들이 지나치게 길고 많았다. 초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틸러’라는 주인공이 ‘퐁’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를 만나 기존의 삶을 버리고 그와 함께 떠난다는 내용인데, 틸러가 퐁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지루했다. 굳이 이런 장면까지 디테일을 살렸어야 했는가 싶은, 삭제하더라도 극의 전개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법한 문장들이 매우 많았다. 만약 이런 장면들을 구태여 살리고 싶었다면, 그 장면들을 설명하는 데에 쓰인 문장들이 아름답다거나 소소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점들이 있어야 계속하여 소설을 읽을 맛이 날텐데 (이를테면 최은영 작가 같은 문장들이 필요했달까), 이 작품은 그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이 ‘틸러’라는 인물의 내면이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 뭔가 깊이 생각한다거나 진심으로 대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붕 떠있는 듯하여 마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같은 태도가 너무 꼴보기 싫… 아 아니 매력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서사 자체도 흥미롭지 않는데다가 주인공까지 너무 별로이니 이 작품을 읽는 게 힘들 수밖에…

이 글을 쓰기 전 다른 분들의 후기도 많이 살펴보았다. 혹시 나만 이런 걸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초반에는 읽는 게 수월하지 않았으나 끝까지 참고 읽으니 여운이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즉, 나는 그 초반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절반 이상 읽기는 했다만…) 지금은 서평을 쓰는 데까지의 기간이 한정되어서 이렇게 글을 쓰지만,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오랜 시간을 두고 이 책을 천천히, 꼼꼼히 읽어내려 가보고 싶다. 일단 지금의 나와는 인연이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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