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이스트
다카야마 마코토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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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게 된 데에는 조금 웃픈 비하인드가 있다. 민음사 하반기 패밀리데이 행사 때 다와다 요코의 <개 신랑 들이기>를 구입하면서 비슷한 판형과 디자인을 보고선 그녀의 다른 작품인 줄 알고 같이 구입했던 것이다. 막상 책을 받아들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쓴 작품, 그것도 심지어 퀴어문학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먼저 읽어본 <개 신랑 들이기>는 정말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이어서 리뷰조차 쓰지 않았던 터라, 이 작품에 대해선 정말 ‘0’에 수렴할 정도로 아무런 기대감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지 않은가, 기대가 없으니 실망은 커녕 놀라움만 가득할 수밖에.



소설은 주인공 ‘고스케’의 아픈 과거를 본인이 스스로 톺아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스케는 어렸을 때 여성스러운 성격 탓에 학교 폭력을 심하게 당했었고, 열 네살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는 슬픔도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주인공은 도망치듯 그의 외딴 시골 고향으로부터 벗어나 대도시 도쿄에 상경하여 LGBTQ 커뮤니티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고스케에게 그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청년 ‘류타’를 만난다. ‘류타’ 또한 아픈 어머니의 병간호 및 병원비를 대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할 만한 일을 도맡아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던 것이다.



고스케와 그의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된 류타는 운동 외에도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지만, 어느날 류타는 고스케에게 느닷없는 이별을 통보한다. 당시에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고스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류타가 하던 일이 ‘몸을 파는 일’이었던 것이다. 류타의 프로필이 등록되어있는 어플을 통해 다시금 류타를 만나게 된 고스케는 자신이 류타에게 지속적으로 얼마간의 돈을 지급할테니 그 일을 그만두고 헤어지지 말자는 제안을 건넨다. 류타 역시도 고스케를 마음에 계속 품어온 상태에서 헤어지자 말한 것이기에 고스케의 제안을 수락하며 다시금 두 사람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스포일러 주의)

그렇게 류타는 막노동에 뛰어들며 당당하게 고스케와 연애를 시작하는가 싶지만, 너무 무리한 탓이었을까, 결국 죽고 만다. 고스케는 자신 때문에 류타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에 휩싸인다. 소설의 제목이 ‘에고이스트’인 것도 이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에고이스트’란 자신의 이해득실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타인의 처지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즉 이기적인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고스케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자신의 사랑이 이어지기만을 생각해서 류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는 생각을 아마 스스로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심리가 이 작품에 너무도 애절하고 씁쓸하게 그려져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슬프고 무겁게 내려앉히는 여운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을 소설이 너무도 절절하게 담아냈기에, 한동안 생각에 잠겨 소설의 여운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나는 고스케에게 이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류타 역시 고스케와의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것이라고, 고스케가 건넨 제안이 고스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류타 역시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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