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가 시작되면서 한국의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그 전설의 근친상간 소설, 앤드류스의 다락방 시리즈. 어찌 보면 미성년자 불가 같기도 한데 이런 식의 대중소설을 처음 접한 당시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화제의 대상이 되어, 지금도 인터넷에는 그 당시 읽었던 감상을 적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다락방 시리즈라 하면, 제1권<다락방의 꽃들>, 제2권 <바람에 날리는 꽃들> 제3권 <가시가 있다면> 제4권 <어제 뿌린 씨앗들> 제 5권 <그늘진 화원>입니다.어떤 이는 <오도리나>가 이 시리즈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독립된 작품입니다.
앤드류스는 어릴 때 겪은 사고로 평생을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지만 소설을 써서 엄청난 판매부수를 올린 기적의 여인입니다.하지만 1986년에 타계했으니 우리나라에서 번역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었죠.그리고 역자해설을 보면 알겠지만 이 시리즈는 우리정서에 맞지 않은 지나친 장면을 삭제했다고 했습니다.물론 근친상간 장면이 노골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의 정서를 그런 식으로 염려해주는 것도 번역자의 월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5권 <그늘진 화원>은 작가 사후에 발견된 원고를 바탕으로 했다고 광고했는데 사실은 다른 작가가 앤드류스 소설을 모방해서 쓴 것이라고 합니다.어쨌든 그 작가는 앤드류스 소설을 많이 연구해서인지 앤드류스 소설로 착각될 만큼 잘된 유사품(?)이란 평을 받았으니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합니다.앤드류스는 이 외에도 새벽 시리즈, 헤븐 시리즈 등 많은 소설을 집필했습니다.엄청난 분량이지요.하지만 역시 헤븐 시리즈 중에서도 첫 두 권만 앤드류스 작품이고 나머지 세 권은 다른 사람 작품이라고 합니다.원저자가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있으니 그녀 사후에도 그 인기에 편승한 결과 이런 일이 생긴 것이죠.
다락방 시리즈는 한마음사에서 번역되었습니다.이 시리즈만으로 출판사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데 출판사는 물론 그 역자인 이영미 씨 요즘 안부가 궁금합니다.20여년 전 이 소설을 읽었던 이들은 세월이 지난 지금 이사가고 하는 바람에 몇 권씩 잃어버린 경우가 많죠.인터넷을 뒤지고 헌책방을 뒤져 찾는데...하지만 이 책 찾는 이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다섯권 모두를 다시 구입한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소문입니다.저도 광주 헌책방에서 딱 한 군데에 다섯권 한질이 남아있어 최근에 구했습니다.만약 무삭제 완역본이 나온다면 얼마나 팔릴까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출판계에서 가장 우울한 화제는 고려원의 몰락이었습니다.고려원은 학술서적은 물론 대중소설, 정치인 회고록까지 온갖 분야 책을 다 내는 출판사였죠.특히 드릴러물이나 추리물도 많이 내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그 중 토마스 해리스와 톰 클랜시 책이 특히 인기를 끌었습니다.최근 도서관에서 이들의 초기 인기작들이 많이 사라졌더군요.벌써 이십년이 지난 책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예를 들어 해리스의 출세작인 <양들의 침묵>,<레드 드래건>도 시중의 도서관에 없더군요.살인마 이야기라서 많은 독자들이 손에 땀을 쥐고 읽은 명작이지요.요즘 해리스 작품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팩션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고려원에서는 톰 클랜시 작품도 많이 냈습니다.클랜시는 노골적인 미국우월주의 색채가 짙지만 전투장면이라든가 국제정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그의 작가적 역량에 대해 뭐라 시비 거는 이는 없는 편입니다.그래서 분량이 꽤 많은 편인데도 금방 읽어치울 수 있죠.초창기 걸작인 <붉은 10월호>는 꽤 오래전부터 희귀본이 되었고, 고려원이 망하면서 <베카의 전사들>(공포의 총합과 동일작품),<적과 동지>,<패트리어트 게임>도 헌책방으로 넘어갔습니다.클랜시 작품들은 그 성격상 여성독자는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고려원에서 많이 낸 로렌스 샌더즈 작품도 요즘엔 절판상태더군요.아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