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책을 사지 않고 아파트 폐지수거일에 나오는 책만 가져왔습니다.돈도 아끼고 또 있는 책이나 더 열심히 읽자는 생각이었죠.또 신문 정독에 매진한 이유도 있고요.그러다 9월부터 네 번 헌책방을 갔는데 계속 사고 싶은 책이 늘었습니다.9월 초 학술서적 산 것 빼고는 주로 대중소설을 구입했는데 집이 좁으니 책만 쌓아놓을 수도 없습니다.어쩌겠습니까...기존의 책들 중 골라 처분해야죠.
그런데 처분할 책을 고르기도 쉽지 않습니다.이 놈을 버리기도 아깝고 저 놈을 버리기도 아깝고...또 예전에 버려놓고 후회한 적도 있어서 더 망서려지게 됩니다.얼마전 나치잔당들의 음모를 다룬 스릴러물을 읽고 논평 비슷한 것을 써봐야겠다고 책들을 뒤졌는데...아차! A 마이켈 <악마의 유언>을 없애버렸구나...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이게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첩보전에 나치잔당까지 얽혀 싸우는 내용이거든요.우리나라야 독일이 과거사 반성하는 나라라고 칭찬을 많이 합니다만, 정작 나치독일과 맞서 싸운 서구나라들은 나치부활에 대한 공포가 많아서인지 그런 분야의 스릴러물이 지금도 많이 나옵니다.마이켈의 위의 책은 스릴러물 좋아하는 이라면 기억날 출판사 <대작사>에서 나왔지요.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지니 책 버리기가 쉽지가 않습니다.또 버려두려고 책을 쌓아놨다가 엉뚱하게 다른 책까지 함께 자루에 넣은 채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제임스 클라벨 <노블 하우스> 상권도 그런 식으로 없어져 버린 경우입니다.요즘 이 책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하지만 헌책방에서 희귀한 책을 발견하면 그런 아쉬움이 없어집니다.나치잔당의 음모를 그린 알란 폴섬 <모레>전 3권이 요즘 광주 헌책방에 나오고 있으니 싸게 구입할 수 있겠죠.문제는 윌리엄 골드만 <마라톤맨>입니다.더스틴 호프만과 로렌스 올리비에가 명연기를 펼치는 영화로도 유명한데 역시 30여년 전 베스트셀러라 구하기가 힘들군요.올리비에가 나치잔당부활을 꿈꾸는 악당으로 나오는 영화죠.소설도 영화도 스릴러의 걸작으로 꼽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뒤져 처분할 책을 구석에 쌓아놨습니다.쌓아둔 책들 사이로 걸어가는 것도 고역이니까요.다음주 월요일이면 이 책들은 안녕입니다.역시 책들이 가득 꽂힌 서가는 어느 정도 집이 커야 해요.책들아! 집이 좁아서 이별해야 한단다.돌아서는 내 옷자락 잡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