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냉동 삼겹살을 구워 먹었습니다.냉동은 외국산이 많아서 어느 나라 것인고 하고 물어보니 동생이 "오스트레일리아인가 오스트리아인가 그 쪽 것 같애..." 합니다.나는 당연히 오스트레일리아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우리나라에 오는 호주산 쇠고기가 많기 때문에 자연히 돼지고기 삼겹살도 호주 것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입니다.하지만 원산지 표시에 호주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지,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표기된 것은 보지 못해서 이상하다...생각하고 직접 삼겹살 비닐봉지를 확인하니 오스트리아산이었습니다.
세계화니 뭐니 해서 꼬부랑말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하지만 여전히 오스트레일리아보다는 호주라고 해야 더 익숙합니다.오스트리아를 오지리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아직도 경제학이나 철학 법학 쪽에는 '오지리 학파'라는 용어가 있습니다만 일상 생활에서 오지리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그냥 오스트리아지요.오지리라고 하면 어쩐지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기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반대로 호주라고 하지 않고 굳이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면 좀 잘 난 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그냥 호주라고 해야 편하지요.
호주산 쇠고기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기에 냉동 삼겹살도 호주산이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했습니다.오스트리아 하면 대학물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왠지 좀 고급스런 고전음악이나 합스부르크 제국 말기의 유명한 소설가 사상가를 한 두명 들어줘야 유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지적 허영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니 지극히 한국적인 삼겹살과 오스트리아를 연결시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오스트리아는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입니다.여행다큐를 보면 오스트리아 남부 알프스 지대에 양을 많이 키우는 산골마을에서 치즈를 제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유유 치즈, 양젖 치즈 모두 많이 만들지요.그런 나라이니 돼지도 많이 기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70년대만 해도 어린이 그림책의 캥거루 그림 밑에 오스트라리아의 동물이라고 표기된 것이 많았습니다.당시는 저작권 개념이 흐릿하여 일본 책들을 해적판으로 번역했는데, 일본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오스트라리아라고 표기했기 때문입니다.그래선지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혼동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습니다만, 이 두 나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언어도 다릅니다.호주에 유학이나 이민 가는 한국인들이 많아서 호주가 영어권 국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하지만 오스트리아가 독일어권 국가임을 모르는 사람은 꽤 있더군요.
축산업과 가축 품종에 대해 관심이 많으니 오스트리아에서는 어떤 돼지 품종을 많이 기르는지도 알아봐야겠습니다. 요즘은 세계 각국의 농축산물이 많이 들어오니 그 원산지도 확인하면서 해당국가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는 것도 좋겠지요.이제 나에게 오스트리아 하면 삼겹살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