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놈 때문에 우리나라가 통일이 안 돼!" 한때 이런 말은 큰 욕이었습니다.속마음은 어찌됐건 겉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해야 했죠.하지만 한국전쟁을 겪지 못한 사람들이 환갑이 가까워가는 요즘은 통일이 왠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그대신 남북 통일은 관심없고 엉뚱한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바로 얼굴이 비슷해져가는 얼굴의 통일입니다.
서울 강남의 번화가를 걷는 아가씨들 얼굴이 전부 비슷해 보인다고 합니다.하긴 굳이 서울에 가서 확인 안 해도 텔리비전 화면에 나오는 젊은 여자들 얼굴도 마찬가지입니다.과학의 힘을 빌려 칼을 댄 얼굴들이 비슷해지는 현상인데 영 어색합니다.남자인 내가 봐도 성형한 얼굴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어색하다 못해 기괴한 느낌까지 주는 얼굴... 이른바 성형괴물(줄임말로는 성괴!)입니다.
성형 유행은 젊은 여자뿐 아니라 아줌마 할머니까지 퍼지고 있습니다.중년 아줌마들의 얼굴이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여 우는 상인지 웃는 상인지 애매한 얼굴표정들을 하고 있습니다.게다가 아직까지 목주름이나 손의 노화는 어떻게 할 수 없는지 팽팽한 얼굴 바로 밑의 목주름은 선명하여 기괴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꼭 저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더군다나 할머니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니 가히 대한민국은 성괴공화국이 되려나 봅니다.
예뻐지려는 여자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지만 성형한 얼굴은 예쁘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유명 연예인 몇 명은 오히려 성형 이전보다 더 이상해진 경우도 꽤 있습니다.정말 괴물이 되고 말았다는 비아냥이 빈말이 아닙니다.여배우 같은 경우는 성형수술 때문에 표정연기가 안 되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슬플 때나 기쁠 때나 똑같은 표정이니 실감나는 연기가 될 수 없지요.배우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드라마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등 그 드라마 자체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한국과 일본은 집단주의 성향이 비교적 강한 나라에 속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대도시 번화가는 다양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편입니다.어느 주한 외국인은 몇 년 전 한창 서인영의 뱅헤어가 유행일 때 서울 거리가 온통 뱅헤어를 한 여자로 꽉 찬 광경을 보았다며 정말 기이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이제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을 넘어 얼굴까지 똑같아지고 있으니 과연 이것이 한국의 독특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얼굴이 너부대대 하고 월매처럼 생긴 시어머니가 "얘야. 요즘 송혜교 얼굴 성형이 유행이니 나도 성형해야겠다" 고 며느리에게 돈을 요구한다면? 그것 참..."어머니. 어머니 같은 얼굴은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송혜교가 될 수 없어요" 하고 솔직히 말한다면 난리가 날 것 같고, 들어주자니 돈을 퍼주기해야 되겠고...골치 아프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