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구멍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 클래식 3
반성희 그림, 이민숙 글 / 책고래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생이었을 때 용돈을 모아서 한 권씩 사서 읽던 재미가 있는 책이 있었다. 한국전래동화 시리즈였는데, 항상 새로운 옛날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두근거리며 찾아보았다. 어쩌면 전집으로 샀다면 흥미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접하게 되어서 더욱 맛깔나는 기억으로 남는 것이리라. 그런 기억이 있어서일까. 옛날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제목에서 주는 궁금증에 더해서 표지에 있는 도사님이 무슨 도술을 부릴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동전 구멍》은 책고래클래식 세 번째 그림책으로 유아그림책이다. 조선 시대의 한문 단편을 모은《이조한문단편집》에 실린 이야기 중 '환희'를 글과 그림으로 재구성한 한국그림책이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 중기 익명의 작가가 쓴 우리 고전문학이다.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풍자,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고전이다. 조선시대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림이 주는 느낌도 좋아서 이 책《동전 구멍》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그동안 몰랐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현씨라는 역관이 나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씨는 자나 깨나 돈 벌 궁리를 하느라 통역일은 뒷전이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지었다. 사람들의 돈을 꿀꺽해서 모은 돈이니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따졌지만 현씨는 시침을 뚝 떼고 나몰라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깥이 웅성웅성해서 보니 도사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도사는 꽃씨를 뿌려 꽃을 피우기도 하고, 꽃송이를 동전으로 변하게 만들기도 했다.

 

 

도사는 동전을 하나 골라 "흠! 으흠!" 헛기침을 한 뒤 바닥에 내리꽂았는데, 작은 동전이 수레바퀴만해졌고 구멍은 사람이 드나들 만큼 커졌다. 제목에 나오는 '동전 구멍'은 도사가 도술을 부려서 사람이 들어갈만한 크기의 구멍으로 만든 것이다.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자 바닥에 있던 동전이 새끼줄처럼 엮여서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구멍 안을 들여다보지 마시오."라고 사람들에게 한 마디 남기고 도사는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사라졌다. 욕심쟁이 현씨가 과연 구멍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들어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이에게 읽어주다보면 아이도 궁금하고 이 책을 읽어주는 어른도 궁금해질 것이다. 

 

이 책에는 도사의 마법이 욕심 많은 현씨에게 어떻게 펼쳐지는지 글과 그림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원작의 이야기는 다소 어렵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간결하게 구성한 것이 이 그림책의 특징이다. 그림으로도 잘 표현해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흥미진진하게 듣게 될 것이다.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옛날 이야기가 아닌, 처음 접하는 이야기의 신선한 느낌도 한몫할 것이다. 5세 이상의 어린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이다. 읽어주기에 좋은 입말체로 풀어내어 아이가 친근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롬 심플한 살림법
장새롬(멋진롬) 지음 / 진서원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으며 정리에 몰입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그냥 얼핏 보면 보이지 않던 부분도 책을 읽다보면 하나씩 점검하게 된다. 청소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에는 굳이 하루종일 시간을 저당잡히며 대청소에 돌입하는 일은 없다. 그저 책을 읽다가 평소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점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장마철의 칙칙함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 이 책『멋진롬 심플한 살림법』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장새롬(멋진롬).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던 평범한 주부인데, 비우기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한국형 심플라이프의 전도사가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이미 유명인이 된 그녀는 옆집 언니 같은 여자의 눈높이 심플라이프 실천법을 들려주고 있다.

 

물론 내 이야기는 이미 출간된 '심플한 삶'에 관한 책들과 어느 정도 겹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실천하고 터득한 결과를 내 시점으로, 내 몸으로 느낀 깨달음을 위주로 써나갔다. (지은이의 말 中)

저자도 말했듯이 심플한 삶에 관한 책을 읽고 적용하다보니 비슷한 내용이 눈에 띄긴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된 것은 저자가 주는 에너지였다. 처음부터 심플라이프를 실천한 사람이 아니라, 쇼핑광이었던 전력이 있는 평범한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같은 내용도 다른 책에서 읽으니 신선하게 다가온다.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주변인인 듯한 느낌, 옆집 언니같은 느낌이기에 오히려 행동에 옮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가 가득하다. 정리를 하는 데에 있어서 가족은 복병. 잔소리하면 싸움만 나니 '내 짐부터 비운다. 신랑 짐이 많아서 신경 쓰이고 거슬려도, 일단 내 짐이나 다 버리자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는다'는 문장이 정답이다. 기분 좋은 변화는 가족이 먼저 알아챌 것이다. 처음에는 내 짐부터 혼자 하게 되어도 결국에는 서로 도우면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된 부분은 '식비를 확 줄이는 냉장고 비우기'. 냉장고 파먹기(냉파)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고 실천 중이기에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이 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메뉴를 생각하고, 냉장고 청소하며 냉장고가계부 적으라고 한 부분은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기억해둔다.

냉동실 비우기 행동수칙

지금, 또는 한달 안에 먹지 않는다면 1년이 지나도 먹지 않을 것이니 버린다.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입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보관기간이 심하게 지난 식재료를 먹으면 건강을 상할 수 있다. 그냥 버린다. (156쪽)

장을 보러 가면 다음에 또 올 때를 기약할 수 없으니 눈에 띄는대로 사곤 했는데, 냉장고는 그저 잠시만 보관하는 장소일 뿐이라 생각하며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

 

중고물품 처분하기, 자잘한 살림 줄이기, 옷장, 화장대, 장롱, 주방, 아이방, 욕실, 냉장고 등 틈틈이 정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고, 재테크와 육아까지 살림하는 여성을 위한 꿀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멋진롬 팁, 멋진롬 체크리스트는 정리할 때 펼쳐보면 새록새록 책 속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새롭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동안 주로 일본인의 정리에 관한 책을 많이 보았는데, 살림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체감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고 친근한 이웃같은 느낌도 들고, 우리의 정서에 맞는 이야기를 펼쳐내기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특히 육아에도 정신없고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
전윤호 지음, 유남영 그림 / 세종주니어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초등학교 어린이를 위한 역사 인물 사전이다. 이 책의 머리말 제목은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 갑니다'이다. 역사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온 기록이니 당연히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에 이 땅에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보았을 때 어떤 사람들이 살아갔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은 예전 사람들의 모습을 훑어보며 어떤 사람들이 이 땅을 거쳐갔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이 책에는 고조선, 발해, 고려, 조선 초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 광복까지의 인물들을 담고 있다. 마치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노래를 듣는 것처럼 순식간에 훑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노래는 역사 속 인물의 이름만을 나열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이름뿐만 아니라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역사 속의 사건까지 바라볼 수 있다.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기에 꼭 알아야 할 핵심 사항을 기억할 수 있다. 역사 속 인물과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데,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기에 역사 상식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

 

단군을 시작으로 유화부인, 주몽, 유리왕, 광개토왕, 원효, 장보고, 왕건, 이규보, 이성계, 김시습, 연산군, 조광조, 허준, 정조, 김홍도, 박지원, 한용운, 안중근, 윤봉길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153명의 역사 인물을 이 책을 통해 훑어볼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일단 중요한 것은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간단하고 짤막하게 역사의 흐름을 파악한 후에는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역사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며, 호기심 어린 시각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책에는 역사 속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어서 생동감 있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역사는 지루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어린이라면, 길지 않은 설명으로 핵심만을 살펴보는 것으로도 기본기는 갖출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일러스트를 통해 시각적 효과도 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역사 속 인물을 살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읽기에도 좋고, 궁금한 인물을 하나씩 찾아서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역사 순으로 인물이 나열되어 있어서 다시 찾아보기 힘들다면 이 책의 맨 뒤에 있는 '찾아보기'를 통해 궁금한 인물을 찾아 읽어볼 수 있다. 학교 공부를 하다가, 문득 어떤 인물이 궁금해질 때, 이 책에서 압축된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며 의문 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역사에 흥미를 잃은 어른들이 기본 상식으로 알아두기에도 더없이 좋은 '역사 인물 사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맛비가 며칠 째 내리고 있다. 이런 때에는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푹 빠져드는 책을 읽고 싶어지는데, 이 책『미스터 하이든』을 읽으며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 작품의 대략적인 설명만 보고는 헨리 하이든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왜 아내를 죽이고 내연녀마저 없애버리려고 했던 것일까? 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이 없지만 이미 벌어진 일. 어느새 헨리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사악한 밑바닥까지 파헤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사샤 아랑고. 1959년 베를린 태생으로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 중 한 명이다. 다수의 연극, 방송 대본을 집필했으며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방송 상인 '그리메 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그의 소설 데뷔작이다. 독일 내에서는 물론 런던도서전에서 크게 화제가 되어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며 20여 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하였다. 각종 미디어에서 "심리 묘사가 훌륭한 걸작 스릴러, 아름다운 누아르이자 훌륭한 페이지 터너"라는 호평을 들었다.

 

이 소설은 헨리 하이든의 내연녀 베티가 임신을 하여 헨리가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시작부터 찌질하고 솔직한 헨리의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타인의 속마음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다행인 것인가? 헨리는 아내 마르타를 생각하며 앉아있었지만, 헨리의 눈에 눈물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베티는 그가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첫 장면부터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읽다보면, 사실은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헨리 하이든.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처녀작 <프랭크 엘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부가 팔려나갔고 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연극무대에도 올려졌다. 그런데 거기에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헨리가 그 소설 중 단 한 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마르타뿐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헨리의 아내 마르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그녀는 선천적 공감각의 소유자였다. 그녀에게는 모든 냄새와 소리에 각각의 색깔과 무늬가 존재했다. 어린 시절 알파벳들이 뿜어내는 신비로운 빛에 대한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말했다가 바로 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 이후로 헨리를 만나기 전까지 그건 그녀만의 비밀이었다. 그녀는 밤새 글을 쓰지만 자신의 원고를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다시 읽지도 않는다. 그냥 글 쓰는 게 좋을 뿐이다. 신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헨리가 실수로 베티 대신 마르타를 죽인 것이 안타까웠고, 혹시나 마르타가 살아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져서 책장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헨리는 살인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냥 잔혹한 성향이 있기 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 포장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 중에 살인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의 거짓말이 들켜버릴 상황이 왔고 더 이상 발뺌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보게 되는데, 어찌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방어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잔혹한 살인마의 이중적인 모습으로 인간 본연의 사악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디테일은 그의 적이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 깜빡하고 빠트린 사소한 정황,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것을 망친다. 살인자는 자신이 한 행동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기억을 돌이켜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침묵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된다. 비밀을 지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평생 비밀을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고통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볼 때 살인자는 살인을 한 순간부터 벌을 받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책 속에서)

 

심각한 것인데 평범하게 술술 풀어나간다. 어느 부분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읽어나가다가 문득 생각을 해보면 깜짝 놀라고 오싹하게 된다. 무섭다고 대놓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수록 잔인한 느낌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무서운 책을 읽어야지'가 아니라 '인간 심리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헨리의 독백이 더욱 와닿을 것이다.  

거짓말쟁이들은 잘 알겠지만 거짓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려면 아주 약간의 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 한 방울만 들어가도 충분할 때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거짓말 속의 진실은 마티니 속의 올리브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소설을 읽을 때 등장 인물에 대한 이해와 앞으로의 사건에 대한 궁금증은 독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있다. 이 책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과연 헨리 하이든의 거짓말은 밝혀질 것인가. 그의 아내 마르타는 죽은 것일까, 혹시 살아있지는 않을까. 헨리가 베티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 옌센 형사는 그의 범죄를 밝힐 것인가. 헨리의 자료를 샅샅이 모은 기스베르트 파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펼칠 것인가. 일단 책을 펼치면 의문투성이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궁금한 생각에 결국 할 일을 미룬 채 끝까지 읽어나갔다. 바쁜 일정이 있는 사람은 일단 일을 마치고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밥도 배불리 먹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간에 끊는 것이 싫었으니 말이다.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과 탁월한 심리 묘사가 압권인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밥의 여왕 - 쉽고 간단하게 따라 하는
고귀원 지음 / 티나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들어 방송이나 책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전에는 요리를 하려면 큰맘 먹고 재료도 구입하고 레시피를 따라해도 실패 확률이 높은데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할 때도 많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상에서 평범한 반찬으로 적절한 기본적인 것인데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준비했어요' 하는 거창한 요리가 대부분이었기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큰맘먹고 따라했다가 대실패를 해서 자신감이 바닥을 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나같은 사람을 위한 요리책이 출간되어 반가운 느낌이다. 이 책『집밥의 여왕』은 요리에 재능도 없고 시간을 많이 투자할 의욕도 없는 초보자에게 집밥에 재미 붙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고귀원. 맞벌이를 하는 평범한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대한민국 열혈 주부이다. 7년 전, 남편과 두 아이의 유학으로 삼시 세끼를 타국에서 챙겨야 하는 남편을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 '집밥의 여왕 고여사 http://blog.naver.com/bluevirtue '를 운영하면서, 오늘도 친정엄마의 손맛을 닮은 나만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이 주부 고 여사의 가족을 위한 마음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공무원인 남편이 멕시코로 3년간 유학을 가게 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던 일을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에는 남편이 아이들 도시락까지 싸게 되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래서 블로그에 차곡차곡 담아낸 레시피를 모아 엄선해서 책을 출간한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이라면 요리 초보 중의 초보일 것이다. 그들에게 쉽고 간단하게 하면서도 영양을 소홀히 하지 않은 레시피를 선별하는 데에 정성을 쏟았을 것이다. 또한 레시피를 적는 데에 있어서도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엄선했으리라는 생각에 그의 가족이 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에는 다양한 요리가 담겨있다. 종류별로 모아놓았으니, 어떤 음식을 선택해서 만들지는 책장을 슬쩍 넘기다가 하나씩 골라 잡으면 될 것이다.

기운을 북돋아주는 든든한 한 끼 식사 죽, 밥. 손쉽게 뚝딱 만들면 일주일이 즐거운 요리,반찬. 감칠맛 제대로 우러나는 얼큰담백한 국,찌개. 평범한 휴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별미,영양간식. 달아난 입맛도 되살려주는 매콤새콤 면 요리. 밥도둑이 따로 없는 손맛 나는 김치,장아찌. 엄마의 애정과 센스가 돋보이는 건강차,잼.

 

먼저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집밥을 해먹고 싶은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미심쩍어하며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고 결심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STEP 1부터 5까지 단계를 밟으며 고여사의 설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계량법, 친절하게 설명하는 채소 써는 법, 일일이 참견하는 재료 보관법, 즐겨 사용하는 기본양념, 뚝딱 만들어 자주 사용하는 양념 등 일단은 눈으로 보며 '이런 것이 있구나' 생각하고 넘어가면 된다. 요리에 재미를 붙이다보면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세하게 볼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는 맨 위에 보면 소요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오래 걸리는 요리가 귀찮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먼저 보고 하고 싶은 요리를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몇 인분 기준인지, 분량은 어느 정도 준비하면 좋은지, 요리하는 순서는 어떤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직접 요리하는 사진을 첨부하여 이해도를 높인다. 또한 고 여사의 시크릿 팁이 있는데 이 부분도 유용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다 집밥으로 만들어볼 반찬이 많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사먹는 밥에 질린 자취생들이나 초보 주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김치 담그는 것도, 건강차나 잼 만드는 것도 이렇게 쉬웠나?' 생각하며, 주말에 시간을 내어 만들어볼 계획을 세우게 된다. 기초적인 것을 하나씩 익히며 요리를 익숙하게 하는 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