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와 연대해야 한다.(157)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발레리 트루에가 말했다. “세상 모든 나무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말한다. “세상 모든 나무는 각자 지닌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이 흘러나온다.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나무 이야기에 참여하는 행동, 이를 일러 연대라고 한다.

 

나무와 연대해야 한다고 한 말은 현재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사실은 다시 현재 상태가 인간에게도 나무에게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불러낸다. 그 좋지 않는 상황을 여실히 살펴서 연대 구성과 운동 원리를 그려낸다. 분산하는 자율주체. 화쟁하는 공동체. 창발하는 군집지성. 아는 바다.

 

이 원리를 정확히 뒤집어놓은 세상을 만들어 살고 있는 인간이므로, 나무와 연대하는 일은 불가결한 만큼 불가능해 보인다. 대한민국만 보더라도 아득해진다. 상위 0.1% 과두 패거리가 매판프레임으로 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그악한 상황에서 나무와 연대하라는 말은 소음만도 못한 객소리다.

 

객소리일수록 사무치게 전하고 싶어지는 물색없음이 객쩍은 변방 사람 본성이다. 변방 사람 본성이 나무 본성에 더없이 가까우니 변방 사람부터 시작하면 언젠가 중원 사람도 움직일 날 오리라. 중원 사람 등에 대고 나는 소리친다, 내가 들은 버드나무 말을. 나는 간다, 버드나무 이야기 숲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이는 현실과 보이지 않는 현실을 모두 지닌 나무는 땅의 물질성과 하늘의 정신성을 이어준다.(144~145)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 없다. 허파는 호흡을 보여주고, 염통은 순환을 보여주고, 콩팥은 배설을 보여주고.......심지어 머리는 정신을 보여준다. 나무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 있다. 허파가 보이지 않는데 어찌 숨을 쉬는가. 염통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 생명물질이 도는가. 콩팥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 걸러 내보내는가. 더구나 머리가 보이지 않는데 어찌 지혜가 발휘되는가. 나무에게 있는 보이지 않는 현실은 허파도 염통도 콩팥도, 심지어 머리도 없지만, 수천 년이나 지혜롭게 살아가는, 인간 눈에 보이는바로 그 현실이다. 그 보이는 현실은 보이지 않는 현실이 빚어낸 형상이다. 나무에게서는 그냥 하나인 물질성과 정신성이 인간에게서는 둘에 한없이 가깝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 정신성은 거의 화석화하고 있다. “이어준다는 말은 신비한 축복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준엄한 명령으로 몰아쳐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는 인간 정신을 영적이고 내밀한 측면으로 안내하지만 이성 모델이기도 하다.......나무 형상은 특히 인간이 모든 혼란에서 논리적 구조를 도출하는 데 적합하다.


   .......나무는 논리적 진행에 형상을 부여한다.(138)

 

인간은 인간만이 감정·이성·의지로 이루어진 정신, 정신을 조절하는 혼, 혼 네트워킹인 영, 영 활동으로 일어나는 창발인 신을 지닌다고 굳게 믿지만, 이 모두 나무가 그려낸 풍경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자랑인 이성이야말로 나무 풍경에서 빛나는 전경이다. 나무 형상이 인간 논리 구조와 진행에 모델로 작용한다. 부동의 진실임에도 수긍하고 내용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좀 더 되작여볼 필요가 있다.

 

나무 형상은 치밀한 나무 화쟁의 산물이다. 화쟁은 더도 덜도 없이 적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마련하는 과정으로서 날카로운 이성 아니면 실행이 불가능하다. 화쟁을 진행하는 동안 감정 부침, 의지 소장消長 같은 요동으로 나무이성이 균열하는 경우란 없다. 통전 이성이 화쟁으로 만들어내는 솔루션은 그러므로 실패커녕 실수도 없다. 나무 형상 놓고 뭐라 하는 인간 평가는 종편견일 따름이다.

 

옹골차게 정색하고 음미해보자. 이성이라는 인간 언어는 인간 정신 한 측면을 가리키는 은유다. ‘인간 은유를 나무가 적용하는 일이 가당한가?’를 묻는다면 이는 도착이다. 로빈 월 키머러의 어법으로 진실을 말한다. “나무 적응adaption에서 비롯한 은유를 인간이 적용adoption해 언어가 되었다.” 그러니 균열한 인간 이성을 온전함으로 복귀시키려 명상·참선 따위에 매달리지 말고 나무를 껴안으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에게 물은 생명기조이자 나무가 일으키는 근본 행동이다. 모든 나무는 물길이다.(137)

 

길은 노정이라는 뜻도 담는다. 좀 더 핍진하게 어감을 살피면, 예컨대 , 지금 가는 길이야!”라고 할 때, 길은 길 따라 가는 행동이 진행되고 있음까지 담아낸다. 나무가 물길이라는 말도 단순히 나무가 물 흘러가는 통로라는 뜻을 넘어, 나무 형성이 물 흐름으로 진행되는 항상적 과정이라는 역동성까지 담아낸다.

 

인간이 쓰는 말 또한 물길이다. 인습에 사로잡히면 말은 흐르지 못해 썩어버린다. 말이 썩으면 그 말을 쓰는 인간도 썩는다. 최악으로 썩은 인간이 권력과 돈을 움켜쥔다. 그렇게 쌓은 권력과 돈은 다시 말 부패 토건을 일으킨다. 매판수구집단이 현대사를 관류하며 부패시킨 모국어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전히 준동하는 저들 살아 있는 권력에게 우롱당해마지 않는 비정규직 선출권력 수장이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무를 전공하고 싶다했다. 내 귀에는 현실 인간 정치가 무엇인지 간파하게 하는 圖南意在北으로 들린다. 나무본성을 따라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비원처럼 들린다. 물길을 그리워하는 애가로 들린다.

 

애가로 따지자면 내가 쓰는 나무 글이야말로 죄다 애가다. 나무 슬픔, 그 빙산 일각조차 전하지 못하는 애가임에도 나는 극상 슬픔으로 한 단어 한 문장을 쓴다. 내 생전 어느 날, 로빈 월 키머러의 가슴으로 이끼 슬픔을 노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그저 쓴다. 글에 담긴 생각이 알량할지언정 물길을 끊지는 않으리라.

 

다시, “나무에게 물은 생명기조이자 나무가 일으키는 근본 행동이다. 모든 나무는 물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라질 파라Para주가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 숲에서 선택한 면적 25%에 오늘날 이차림二次林이 생겼다. 이차림이 탄소를 흡수하는 비율은 원시림으로 불리던 예전 숲보다 20배 높다. 라틴아메리카 숲 45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평가에 따르면 벌목된 후 숲이 본래 생물량 90%를 회복하는 데 65년이면 충분했다. 열대림에 대한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이차림에 살고 있는 조류 수는 원시림에 비해 12% 정도 적을 뿐이었다. 가장 크게 위협받던 특정 조류 구성은 100년 만에 99%나 회복했다.

  .......

  인간이 나무에게 정착하고 번식하며 확산하는 능력을 넘겨주기만 하면 나무는 최악 조건에서도 적응한다. 그러나 인간이 공간을 통제하는 방식 때문에 나무는 이 세 가지 방식을 더 이상 안전하게 발휘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 미래는 불안하다.(128~129)

 

인간은 나무 금도襟度를 넘었다. 인간이기에 너무 금도禁盜를 어겼다. 나무에게서 정착하고 번식하며 확산하는 능력최악 조건에서도 적응못할 만큼 깡그리 훔친 결과, 마침내 제 목숨마저 훔칠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하양 이데아 사양하고 미완성으로 영속하는 나무 공화국을 인간은 검정 이데아 거머쥐고 완성으로 파멸하는 제국 식민지로 만들었다. 바야흐로 식민에서 식목으로 참회해야 할 때다. 참회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인간이 돌아갈 제자리는 바로 그 나무 깃이다.

 

이른 아침 지하철 안. 나보다 몇 살 더 먹어 보이는 늙은이 하나가 도끼눈을 하고 서 있다. 앞자리에 앉은 젊은이에게 자리를 내놓으라는 시위 시선이다. 젊은이는 단호한 눈길로 거절한다. 늙은이는 마치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잽싸게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가 앉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