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6. 4. 21. 목. `모렐의 발명`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 46

모렐은 삶을 촬영하고 실제의 모습 그대로 영원히 상영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 하고 도망자 신세인 주인공 나는 그 영상 속에서 일생일대의 여인과 조우하고 또 사랑에 빠진다.
남미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낭만이 반짝이면서도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게 하는 힘이 매력적이다.

소설 속 이야기가 지닌 묘한 판타지는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고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비 내리고 어두운 하늘은 내 현실 감각 마저 무디게 한다.
무인도 섬에서 영원히 재생되고 있는 어느 일행의 즐거운 한 때.
그리고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들 사이를 배회하며 그 안에 자신의 모습을 함께 새겨넣는 것에 성공하는 주인공.
자신이 이룬 작은 성공에 만족하고 위안을 얻는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이 시리다.

1940년에 쓰여진 이 환타지 소설안에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아 소름끼친다.
`내가 살고 있는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인류 기술의 발전에 늘 찬사를 보내기만 해왔다.
그리하여 우리 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오랫 동안,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은 점점 깊어졌고
아름다운 것, 즐거운 것을 손쉽고 빠르게 나누고 공유하고자 하는 계획은 차질없이 착착 실행되어졌다.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와도 접속하여 이야기나눌 수 있고
필요한 것은 클릭 몇 번으로 손 안에 넣을 수 있는 너무나도 경이로운 세상...
그렇다면 우리의 발명은 우리를 얼마나 이롭게 한 것일까.
물질적인 이익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익에 대한 고민은 누구의 몫이었을까?... 우리도 실제가 아닌 허상을 붙들고 그 안에 녹아들고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우리의 영혼이 기술의 진보와 발맞추어 오기는 했을까? 저만치 뒤에서 함께 가자고 손짓하고 있지는 않을까?..

...... 여전히 하늘은 흐리다. 이렇게 오늘도 난 `이대로 좋은가. 이대로 괜찮은가`를 되뇌이며 방황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