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의 사람들
발레리아 루이셀리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시간, 시공간, 3차원, 4차원이란 복잡 다양한 언어들 속에 놓여있는 구조와 인물들 간의 관계는 마치 과거인 듯 현재인 듯, 그리고 실존 인물인 듯 죽은 자인 듯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며 혼란에 빠뜨린다.

무중력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평면적인 단어는 유령이 먼저 떠오른다. 큰아이도 책 제목을 보더니.. 무중력의 사람들이라면 유령 이야기냐고 바로 단정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어의 고리를 만들어 본다면 삶의 중력의 범위를 벗어난 자들의 이야기, 즉 삶의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인가보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은 역시나 친절하지 않다. 옮긴이의 친절한 해설이 없었다면 이렇게 불친절하게 나열되어있는 단락들을 조합하느라 애먹었을 것이다. 1920년대와 1970년대 그리고 현재를 오가며 그 시대의 인물들이 엮여 있는데 정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내가 지금 어느 시대를 지나고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짧은 단락은 누구의 삶인지 조차 헷갈린다. 그래서 내게 있어 중간 아이는 이 소설의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중첩된 시간의 연결고리를 잘 찾아내는데 있다고 보아야겠다.

소설은 평범해 보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소설가인 현재의 그녀가 주축이 되지만 그녀가 쓰고 있는 소설 속 화자와 그 소설 속 그녀를 통해 또 다른 화자 힐베르토 오웬이 등장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과거의 장면으로 이동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것은 오웬이 실존 인물인데다 그 외 등장하는 문학계의 여러 이름들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와 소설 속 그녀 그리고 오웬은 시공간이 분명히 다름에도 그들을 연결해 주는 말라죽은 오렌지 나무와 지하철이라는 공간들은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놓쳐버리기 쉬운 대목이다. 또한 여기에 나오는 화자들이 하나같이 글을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숨은 그림을 찾듯이 그림이 희미하게나마 그려진다. 중간 아이가 그렇게 하던 숨바꼭질 놀이가 왜 그렇게 등장한 건지 짐작하게 되면서 읽는 나조차도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심정이 들었다. 심지어 이건 환상인가.. 환영인가.. 막연하게나마 짐작될 뿐이다.

등장인물의 성격들 역시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소설 쓰기를 열망하지만 그녀의 주어진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더욱 현재의 그녀가 소설 속 그녀로 반영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녀의 남편 또한 그녀와 소설 속 그녀를 혼동하기에 이른다. 그리곤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중간 아이에게 남겨진 아빠의 이미지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중엔 벌레만큼 작아진 이미지로 변해버리고 중간 아이가 부르는 노래가 이 소설에서 제일 우울한 장면인듯했다.
" 무너진 집, 병든 아이들, 화난 아빠, 우는 엄마 ‥ 큰일 났어, 조심해야 돼!"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그녀의 무거운 심정을 대변하는 장소인 묘지와 그녀가 쓰고자 하는 소설의 목표만으로 만 그녀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어느새 그녀와 소설 속 그녀의 내면을 동일시하고 있는 듯하다.
" 거기만 가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길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p.27"
" 소리를 일절 내지 않고 환영과도 같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p.29"

결국은 그녀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오웬이 소설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다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오지만 오웬의 무언가 절제되지 않은 삶에서 그가 잃어가고 있던 만큼 갈망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그것이 문학이었는지 새로운 세상이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직으로 이야기하는 수평적 소설'이라던지 '수평으로 이야기하는 수직적 소설'이라는 단어가 의미는 어렵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또 다른 시간이 존재하는 4차원으로 본다면 그곳은 다른 시간과의 연결된 통로쯤으로 이해하련다.

시간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냥 모든 것들은 스쳐 지나가는 환영일 뿐이다. 지구는 그냥 자전과 공전을 할 뿐이고 우주의 무중력상태 속 지구는 무수한 생명을 탄생시키고 소멸시키고 있다. 모든 생명체 중 생각하며 진화한 인간들만이 그들의 삶을 계속 위태로운 공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한 인간들이 유일하게 일구어낸 생각의 산물, 문학이 희망이며 쓰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인생의 결핍이 주는 욕망은 시대를 넘어 그 시대를 대변하던 예술가들의 목마름으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갈수록 인간들의 강박관념은 더욱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문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끝이 없다.
이 소설 또한 우리의 의식의 모호한 경계선까지도 간지럽혀 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더욱 난해한 소설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난 소설을 제독해야 했고 제독을 통해 그녀가 조목조목 써 놓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옹골차면서도 틈이 많은 소설, 마치 아기의 심장처럼 - p.60
즉, 틈과 불연속성이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그의 사진을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니까, 실제보다 더 견고하고 확신에 찬 -자기와는 다른- 성격의 일부를 끌어와 자신의 어떤 약점을 은폐하려고 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p. 85
그리고 시작된 진통, 그것은 단순한 통증이라기보다는 번뜩이는 빛과 비슷했다. 뒤로 희미한 꼬리를 남기는 섬광, 흔적을 남기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빛. -p.86
누구든 다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 기존의 삶을 버릴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p.107

생소한 이 멕시코 작가 루이셀리는 어린 시절 서울에서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책 속 기와라는 단어가 더욱 반갑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배운 세상의 시각이 넓어서 일까, 실험적인 소설로 주목받고 있는 그녀의 첫 작품은 나에게도 실험적인 작품이다.
작가의 머릿속의 있는 구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답답함이 들지만 그냥.. 느끼기로 했다.. 주석이라도 그냥 바로 밑에 달아놓지 왜 뒷장에 달아놔서 읽기 불편하게 해 놓았지 라며 거추장스러운 타박으로 마무리 하련다.ㅎㅎ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바퀴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래서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퀴벌레 때문에 며칠 전엔 악몽도 꾸었다. 사무실 물건을 정리하다 툭하고 떨어진 왕바퀴벌레에 소스라치게 놀라 남편에게 잡아달라고 뛰어갔다 다시 오니 그놈이 세상에 독수리만 한 사이즈로 커서 벽에 붙어 있다 밖으로 나갔다. 눈을 뜨곤 온몸이 저려오는 게 특히 종아리에 쥐가 난듯했다. 이건 다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대왕바퀴벌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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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엽서 수채화 - 스케치 도안으로 누구나 쉽게 그리는
박시현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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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하고 픈 계절..이 왔네요~^^
겨울내내 꼭꼭 숨어있던 자연색들이 하나둘 그 색감을 드러내는 봄말이죠~
그런 봄기운들이 제 몸이곳저것을 기웃거리고 있던차~
바로 제 눈에 띄인 실용서가 바로 수채화책이었답니다.
더욱이 화면 넓은 도화지에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살짝 덜어낸 엽서 수채화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그림을 손놓고 포토샵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손으로 무얼 쓰고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었어요.
그러다 수채화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맘먹은건 새해목표중하나였어요.

 

곧바로 수채화물감 담뿍 짜놓은 팔레트를 셋팅해 놓고
가볍게 다양한 컬러를 찍어보고 칠해 보고 물의 농도로 명암도 표현해 보고 연습을 시작했어요.

 

스케치 도안의 안내 /  물의 농도 조절하는 방법 / 부드럽게 명암을 조절하는 방법 /

중요한 수채화그림을 더욱 빛나게 해줄 기법
그리고 수채화물감의 색상표는 모두 초보자에도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랍니다.

 

하나의 오브젝트가 주어지고 그 오브젝트에 쓰여진 컬러와 붓사이즈도 나와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답니다.
스케치후 칠하는 방법이 순서대로 나와있는데요.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대로만 따라하시면
예쁜 그림하나를 만나실 수 있답니다.

 

자..그럼 제일 먼저 나와 있는 동백꽃을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정말 초보자들도 잘 따라할수 있게끔 구성이 되어 있구요.
예시의 그림들 또한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아요.
스케치 도안은 뒷면에 모두 수록이 되어 있어서
따라그리기가 어려우신 분들은 먹지를 이용하시면 된답니다.
수채화의 매력은 어느정도 살짝살짝 색감만 입혀 주어도 나만의 멋진 그림이 탄생한다는점이 장점이죠.
미완성인듯한 느낌 또한 나름 매력이 있고
꼼꼼하게 색을 입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필요없어서 더욱 즐거운 작업이 되지요.~

 

한 장, 한 장 마음을 담아 그려보세요.

 

꽃그림을 시작으로 나름 자신감과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엽서사이즈의 스케치북을 장만하여 시작해 보았답니다.

 

 

 작약
머릿속으로는 잘 표현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초반엔 손과 감각이 따로 노네요..
꽃 스케치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 낼것 같았는데 보고 그리는 일도 손이 왜이리 떨리는지.ㅎㅎ
두번째 작업이라 붓질을 많이 해서 그런지 표가 납니다.

 

 

 

아네모네 꽃다발
세번째 꽃그림이라 그런지 자신감도 붙고 시간도 빨라졌어요..
이렇게 작은 스케치북에 그리니 더욱 작품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렇게 책과 비스무리한 꽃다발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시트러스
다양한 사물을 그려보는 재미중 FOOD그림도 상당히 다양한 색감을 내어 볼 수 있어서 좋은 작업인것 같아요.
우선은 연습용으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 과일로 선택하였어요.
확실히 꽃보단 쉽게 그려내었답니다.

 

 

 

플라밍고
책표지에서 상당히 인상적이게 보았던 그림이여서 꼭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스케치를 하면 할수록 똑같이 그려내는 제 손이 조금 신기방기하네요~^^
조금더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나만의 그림그리기로 이어질 수 있을것 같네요.

 

 

 

 

고양이
고양이는 딸아이가 그려달라고 해서 그려보았어요.
요건 스케치만 잘해도 되요..색은 그렇게 많이 입히지 않아도 그럴싸한 작품이 탄생하거든요.
포인트만 잘 살려주면 좋을 듯 합니다.

 

 

 

 

풀잎리스
별도의 도안을 그리지 않고 표현을 하려니 균형이 잘 잡히지 않더라구요.~
이것도 숙련된 감각과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여서
여러번 풀잎작업을 해보면 어느새 구도를 익힐 수 있을것 같았어요.~
그전에 여러번 써본 캘리글씨로 마무리를 지어보았답니다.

 

 

 

 

 

우리 집 귀염둘이 둘째 녀석 냥이를 그려보았답니다.
이제 자신감이 팍팍 붙어서 부지런히 실력을 키워보려합니다.

 

 

 

 

 

 

4가지테마로 이루어진 다양한 오브젝트와 스케치 도안으로 연습을 하시면
어느새 나를 표현해 줄 나만의 그림이 탄생할꺼에요.
요렇게 그려두었다가 뜻깊은 날 엽서로 쓰시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구요.
글을 쓰는 일 만큼이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 그리고 삶의 쉼표를 찍어보는 일이 바로 그림인것 같네요.
초보자도 쉽게 따라하고 친해 질 수 있는 엽서 수채화북으로
이 봄 수채화 물감과 친해져 보길 바랍니다.
미리 기본도구를 준비해 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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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역사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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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을 학문으로 배웠다.
그러나 철학은 삶의 방법(Way of Life)이었다.

 

 

학이란 학문을 따로 떼어놓고 논하는 일은 말 그대로 따분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심오한 사상가들의 머릿속을 이해하기엔 우린 한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철학이라 하면 졸린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 공부에 빠져본 이들이라면 철학을 같이 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철학과 관련된 단어들도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딴청을 피웠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단어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시점에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들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인의 남편이 철학과 교수가 되기 위해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결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내와 아들은 한국에 둔 채 홀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 철학에 대해서 거의 무지했던 나는 철학교수의 비전을 의심하며 안타깝게 바라본 적이 있었고 요즘 누가 철학 같은 학문을 하냐며 철학이란 학문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철학을 빼놓으면 생각을 멈추고 있다는 의미와 동등하다고 보아도 될 만큼 철학적 사고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또한 그 지인에게 느꼈던 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철학은 파편처럼 흩어진 역사적 사실들을 의미 있게 엮어 주는 날실이고,
역사는 허공에 떠도는 사변들을 현실로 풀어주는 씨실이다.

 철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독서를 하면 할수록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엔 가벼운 철학서적을 몇 권 들여놓긴 했는데 아직 제대로 들여다보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목차만으로 흥미를 끈다. 왜냐하면 고등학생용 독서 평론에 연재된 칼럼을 모아 출판하였기에 철학 입문서로 딱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벌써 10년 전에 나온 책으로 이번에 내용을 조금 다듬고 추가한 개정증보판인데 컬러사진과 그림 부가 설명이 잘 되어 있으며 책에서 깊이감 있게 다루지 못한 내용들은 추가 도서를 별도로 언급해 놓았다. 안광복님의 열정만큼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가 있는 책인듯하다.

시대가 시끄러우면 철학적 사고를 할 일이 많아진다는 저자의 언급이 딱 맞나 보다. 최근 나라가 어지럽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생각할 일이 많아져서 인가 철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이념이 나누어진 국가이다. 그놈의 종북세력, 빨갱이란 단어를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갖다 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만큼 이념의 양분화에 희생이 된 국가도 드물 것이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만 파고들어도 우리는 많은 사상가들을 만날 수 있고 종교전쟁을 공부하면서도 여러 학파를 접해볼 수 있으니 철학이란 학문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는 것 같다.

초반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종교전쟁과 공산주의 자본주의까지 읽어가다 보면 그들이 내세운 이념과 사상이 단순히 그 시대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많은 해결책도 제시함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고전이 사랑받고 있으며 각 사상가들의 책을 펼쳐들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분야는 아무래도 최근에 읽은 책들이 주로 2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책이다 보니 히틀러의 내면을 지배하게 된 사상에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는데 히틀러의 나치즘에 일조한 니체의 사상은 니체가 아닌 그의 여동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독한 유대인 혐오주의자였다는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트는 니체의 메모를 자기 입맛대로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았고 니체를 히틀러의 사상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에 의해 니체는 새롭게 재해석되고 나치 철학자의 누명도 벗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한민족과 관련된 사상 또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조선왕조를 500년 동안 넘도록 지탱해준 사상인 주자학으로 인한 우리의 외교정책의 아쉬움과 권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주자학의 흔적은 지금의 4대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상식으로 알면 좋을 듯하다.
"흥인문[門, 동대문], 돈의문[敦義門, 서대문], 숭례문[門, 남대문], 홍지문[洪智門, 북대문],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닫게 하던 종이 있는 자리는 보신각[]이다. 여기서 가운데 글자만 따보자. 인의예지신[]. 이는 곧 유교의 생활 원리인 오상(,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5가지 도리)을 가리킨다."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다 가질 수는 없겠지만 나라의 흥망성쇠와 큰 역사적 흐름과 함께 한 사상을 공부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처럼 요즘 내가 그렇다. 무심히 보내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독서를 통해 나의 생각을 끌어내다 보니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상가들의 끊임없는 생각 속에 태어난 이 단순한 명제들을 기반으로 민주주의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끊임없이 사고하여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토론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덮고 [철학브런치]라는 책을 읽고 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상류층 청년들에게 아이돌과 같은 존재였다는 문구에 누가 떠오르는가? 그렇다. 바로 소크라테스다. 초반부터 시선을 끄는 사상가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열어볼 참이다.~^^

 

 

"아주 유능하고 교활한 기만자가 있어 나를 철저하게 속인다고 해보자. ‥‥‥
그가 마음껏 나를 속이게 해 보자.
그러나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 데카르트의 [성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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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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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라는 이름의 무게와 권력을 내려놓고
기록 너머 사람을 본 검사의 솔직하고 담담한 사건과 사람, 그리고 인생 이야기

 

 

저자의 직업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그리고 그가 기록한 사건들의 묵직함까지 더해졌지만 저자의 인생의 무게감은 복잡한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이 가벼운 마음이다. 책장을 덮고는 한 사람의 반성문인듯하면서도 자기 치유 같기도 한 이 책 한 권으로 각자의 인생의 에너지는 얼마나 되는지 점검해 볼 수도 있겠다. 또한 그의 담백한 글들은 그가 많은 글을 써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사건들의 일지 혹은 검사라는 특별한 직업에 한정하지 않고 저자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 대해 비중을 두어 이야기하고 싶다. 저자는 검사들의 고충과 어려움만을 호소하진 않는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에 안타깝고 억울한 일들로 가슴을 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진정 그가 원하던 직업관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면서 그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서려 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진정성을 함께 느껴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들 때문에 들른 서점에서 인생의 책을 만난다. '책 쓰기 방법'이라는 책은 그의 심장의 두근거리게 했고 그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였다. 본격적인 그의 글쓰기는 그 자신을 위한 치유 과정이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아성찰뿐 아니라 인생도 알아간다. 그는 책상 위 놓인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얽힌 스토리, 그리고 그 사건 속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진정 인간의 참다움이란 무엇인지 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이 책은 요즘 뜨고 있는 쓰기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겠다.

오래전 즐겨보던 미드 프로 중 해결되지 못한 미제 사건을 다시 꺼내어 해결하는 프로가 있었다. 끔찍하고 소름 돋는 장면도 많았지만 그 프로에 매력을 느꼈던 점도 바로 범죄적 시각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과거의 사건이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같이 등장을 하며 공감력을 끌어내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유일하게 모든 회차를 챙겨 본 프로였다. 의도하지 않았든 분노나 복수심이었든 간에 모든 사건에는 가슴 한편 저려오는 그들의 인생사가 있다. 그렇기에 주인공 강력계 형사가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공감력과 인간애는 진정 법을 집행하는 이의 표본인 것 같아 동경했던 것 같다.
최근 정의를 부르짖는 검사의 이미지보다는 권력의 이동경로에 발을 맞추는 부패한 검사들의 이미지가 더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 부정함과 소시민을 대변하는 정의감과 인간적인 검사들이 더 많다는 걸 느끼게 되어 다행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다양한 사건에서 다양한 인생들을 경험한다. 즉 타인의 인생은 검사실뿐 아니라 법정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그런한 그들에게 삶을 배워나간다. 따뜻한 가정이 그리운 청소년범죄자, 예상치도 못한 안타까운 살인을 하게 된 취준생아가씨, 생계형 절도부터 추악한 성범죄자와 사기꾼들을 통해 때론 다독이기도 하고 때론 혼도 내면서 자신의 인생도 살피게 된 것이다.
그는 사건들을 종이서류로 보지 않았으며 그가 정의사회 구현을 외친 것처럼 사람을 먼저 살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다가오는 4차 혁명의 시대에 인간에게 제일 요구되는 능력이 공감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
" 스킬만으로 전정성을 이길 수 없다." 던 어느 선배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라고 했다.
인생, 아니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사람 일은 판례로 일도 양난 저울질이 불가능하다. ‥ p.136
☆☆☆

겉만 보면 잘 나가는 검사에 인생 탄탄대로인 듯하지만 그러한 과정으로 이르는 길이 절대적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그가 몸소 알려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달려왔던 인생을 표본으로 그의 인생을 향한 결단력과 실행력은 본받을 만한 것이었다.
쉼 없이 달려야만 하는 인생, 그렇다 보니 엄청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악몽도 꾸며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느긋해 보인다. 실패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쉬어가기도 하면서 자신과 가족에게 진심을 쏟아붓는다. 세상의 삐딱함으로 인해 조금은 삐딱한 시선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트의 고충이나 투정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릇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 그렇게 보면 우리네 삶의 철학은 비슷비슷할 것이다. 
세상의 불공평함 아래 법에 대한 잣대마저도 불공정할 때도 많지만 법 이상으로 중요한 건 소통, 공감이라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당신이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좀 잘 들어주고 맞장구만 쳐주면 돼요.
자기가 내 편인 것만 확인되면 되는 거라고요. 그걸로 위로받고 사는 거라고요." ‥ p.290

 

 

 

문득 독자로 40대의 나이가 참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위부모 세대와 아이들의 중간자적 위치는 위아래 모두를 소통하는 가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인 것이다.눈물이 날 리가 없는 구절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가 하면 그 흔한 문장 하나에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존 속의 공감력, 이 능력을 어떻게 버무리고 적절히 발휘해야 하는지 또 배워가고 있다. 내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 등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고 싶다. 그들의 눈 속에 머물러 있을 내가 좀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요즘 얼어붙은 경제만큼이나 두 어깨가 무거운 남편 손에 쥐여주고 싶다. 자식의 입장도 이해하고 아버지로서의 자리도 느껴보게 될 좋은 예로 그에게 인생을 헤쳐나감에 있어서 나침반이 되어 줄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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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험 - 대한민국을 바꾸는 교육 혁명의 시작
이혜정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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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

 

 

EBS 다큐프라임 [시험]편을 보고 충격을 받아 내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우왕좌왕하다 그렇게 시간만 지나왔다. 그러는 사이 반갑게도 학교에서는 차츰 시험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아이들 숨 좀 트이게 되었다며 반기는 부모도 있지만 걱정과 혼란을 떠안고 변하고 있는 교육제도에 원망의 소리를 늘어놓는 부모도 있다. 이유인즉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대학입시제도와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과도한 교육열 때문이다. 또한 초중교실에서 무조건 시험이 사라지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내가 가장 자신 없어 했던 과목이 국어였다. 4가지 혹은 5가지 보기에서 정답을 찍어내는 일은 애매한 단어들의 조합만큼이나 머리를 쥐어짜야 했고 더욱이 주관식에 진땀을 빼던 나는 조리 있게 답안을 작성하는 일도 힘들었다.
이렇듯 모든 수업내용들을 듣고 받아 적던 수동적 수업이 대부분이었던 수업방식으로 인해 우리는 문학작품 하나 제대로 느껴볼 새가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또한 항상 틀에 끼워 맞추어야 하는 교육 탓에 창의성과 호기심은 자라날 틈이 없었다. 오죽하면 노트 필기 잘하는 학생이 곧 우등생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있을 만큼 우리는 지식을 기록하고 쌓아두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뛰어난 암기력의 소유자라면 시험에서 상위권 정도는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였다. 그래서 줄세우기식 학교교육의 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은 언제쯤 뿌리내릴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함이 컸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이혜정 교수가 제안하는 대안에 상당히 신뢰가 간다. 저자는 조목조목 장점과 단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를 잘 설득시켜 놓았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바라고 내 아이가 이러한 교육의 장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꺼내는 교육' 과 '집어넣는 교육'의 차이 때문이다.
'집어넣는 교육'이 정답이라는 '결과'를 가르치는 교육이라면 '꺼내는 교육'은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p.82

교육의 변화의 장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로써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키우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이른바 토론하는 수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여전히 자신의 아이를 상위권에 줄 세우고 사교육의 배를 불려주고 있긴 하지만 양보단 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부모들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이 시험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지 아이의 창의성을 키운다는 명목 아래 삐뚤어진 교육열로 아이를 만능으로 만들려는 부모의 욕망이 커져 이 학원 저 학원을 들락날락하는 아이들이 더 늘어만 가는 것도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이혜정 교수가 내놓은 시험의 롤모델로 IB와 IGCSE 시험을 꼽았다. 즉 이 두 시험은 국제적으로 공인받아 보편성을 띠고 한국어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는 목표 아래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책에 실린 IB 시험문제를 접한 순간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렵다는 생각보단 이런 문제들에 우리의 두뇌가 전혀 훈련이 안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또한 한국아이들에게 시험을 보게 한 후 아이들의 의견을 보면 대부분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과 시험조차도 현실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수한 시험을 일본은 벌써 도입했다는 사실에 무엇보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변화를 이루어냈으며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왜 항상 우리가 뒤쳐져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교육이 길러야 하는 능력은 지금은 없는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자면
'결과'를 가르치는 교육에서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문제해결력'이 중심인 교육에서 '문제발굴력'이 중심인 교육으로, 그리하여
'지식 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를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 -p.276

마지막으로 미국 우드베리 공립학교의 일화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태껏 일방적인 강의 수업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100% 토론 수업이 주는 효과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험에 응하는 분위기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그들의 능력을 맘껏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실로 문제아들이 득실거리는 학교 수준을 끌어올린 결과만 보아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가.

교육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기회이다. 학교는 즐거워야 하며 아이들의 배움을 향한 욕구는 증대되어야 한다.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욕구 충족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1%를 꿈꿀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즐거움의 본질마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일을 정부에만 떠 넘겨선 언제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교사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또한 학부모들도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마인드를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전 국민이 모두 보아야 할 책이며 같이 고민해야 한다. 더욱이 정치적으로도 우리의 교육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가진이에게 표를 주어야 할 것이다. 핀란드와 같은 교육조건이 우수한 나라를 마냥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한시 빨리 대한민국의 시험이 바뀌어 좀 더 싱싱한 교육, 살아있는 교육의 장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갔으면 바람이다.

" 교사는 한 번에 한 아이를 바꿈으로써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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