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역사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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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을 학문으로 배웠다.
그러나 철학은 삶의 방법(Way of Life)이었다.

 

 

학이란 학문을 따로 떼어놓고 논하는 일은 말 그대로 따분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심오한 사상가들의 머릿속을 이해하기엔 우린 한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철학이라 하면 졸린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 공부에 빠져본 이들이라면 철학을 같이 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철학과 관련된 단어들도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딴청을 피웠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단어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시점에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들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인의 남편이 철학과 교수가 되기 위해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결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내와 아들은 한국에 둔 채 홀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 철학에 대해서 거의 무지했던 나는 철학교수의 비전을 의심하며 안타깝게 바라본 적이 있었고 요즘 누가 철학 같은 학문을 하냐며 철학이란 학문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철학을 빼놓으면 생각을 멈추고 있다는 의미와 동등하다고 보아도 될 만큼 철학적 사고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또한 그 지인에게 느꼈던 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철학은 파편처럼 흩어진 역사적 사실들을 의미 있게 엮어 주는 날실이고,
역사는 허공에 떠도는 사변들을 현실로 풀어주는 씨실이다.

 철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독서를 하면 할수록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엔 가벼운 철학서적을 몇 권 들여놓긴 했는데 아직 제대로 들여다보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목차만으로 흥미를 끈다. 왜냐하면 고등학생용 독서 평론에 연재된 칼럼을 모아 출판하였기에 철학 입문서로 딱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벌써 10년 전에 나온 책으로 이번에 내용을 조금 다듬고 추가한 개정증보판인데 컬러사진과 그림 부가 설명이 잘 되어 있으며 책에서 깊이감 있게 다루지 못한 내용들은 추가 도서를 별도로 언급해 놓았다. 안광복님의 열정만큼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가 있는 책인듯하다.

시대가 시끄러우면 철학적 사고를 할 일이 많아진다는 저자의 언급이 딱 맞나 보다. 최근 나라가 어지럽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생각할 일이 많아져서 인가 철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이념이 나누어진 국가이다. 그놈의 종북세력, 빨갱이란 단어를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갖다 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만큼 이념의 양분화에 희생이 된 국가도 드물 것이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만 파고들어도 우리는 많은 사상가들을 만날 수 있고 종교전쟁을 공부하면서도 여러 학파를 접해볼 수 있으니 철학이란 학문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는 것 같다.

초반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종교전쟁과 공산주의 자본주의까지 읽어가다 보면 그들이 내세운 이념과 사상이 단순히 그 시대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많은 해결책도 제시함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고전이 사랑받고 있으며 각 사상가들의 책을 펼쳐들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분야는 아무래도 최근에 읽은 책들이 주로 2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책이다 보니 히틀러의 내면을 지배하게 된 사상에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는데 히틀러의 나치즘에 일조한 니체의 사상은 니체가 아닌 그의 여동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독한 유대인 혐오주의자였다는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트는 니체의 메모를 자기 입맛대로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았고 니체를 히틀러의 사상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에 의해 니체는 새롭게 재해석되고 나치 철학자의 누명도 벗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한민족과 관련된 사상 또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조선왕조를 500년 동안 넘도록 지탱해준 사상인 주자학으로 인한 우리의 외교정책의 아쉬움과 권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주자학의 흔적은 지금의 4대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상식으로 알면 좋을 듯하다.
"흥인문[門, 동대문], 돈의문[敦義門, 서대문], 숭례문[門, 남대문], 홍지문[洪智門, 북대문],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닫게 하던 종이 있는 자리는 보신각[]이다. 여기서 가운데 글자만 따보자. 인의예지신[]. 이는 곧 유교의 생활 원리인 오상(,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5가지 도리)을 가리킨다."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다 가질 수는 없겠지만 나라의 흥망성쇠와 큰 역사적 흐름과 함께 한 사상을 공부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처럼 요즘 내가 그렇다. 무심히 보내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독서를 통해 나의 생각을 끌어내다 보니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상가들의 끊임없는 생각 속에 태어난 이 단순한 명제들을 기반으로 민주주의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끊임없이 사고하여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토론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덮고 [철학브런치]라는 책을 읽고 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상류층 청년들에게 아이돌과 같은 존재였다는 문구에 누가 떠오르는가? 그렇다. 바로 소크라테스다. 초반부터 시선을 끄는 사상가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열어볼 참이다.~^^

 

 

"아주 유능하고 교활한 기만자가 있어 나를 철저하게 속인다고 해보자. ‥‥‥
그가 마음껏 나를 속이게 해 보자.
그러나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 데카르트의 [성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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