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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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라는 이름의 무게와 권력을 내려놓고
기록 너머 사람을 본 검사의 솔직하고 담담한 사건과 사람, 그리고 인생 이야기

 

 

저자의 직업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그리고 그가 기록한 사건들의 묵직함까지 더해졌지만 저자의 인생의 무게감은 복잡한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이 가벼운 마음이다. 책장을 덮고는 한 사람의 반성문인듯하면서도 자기 치유 같기도 한 이 책 한 권으로 각자의 인생의 에너지는 얼마나 되는지 점검해 볼 수도 있겠다. 또한 그의 담백한 글들은 그가 많은 글을 써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사건들의 일지 혹은 검사라는 특별한 직업에 한정하지 않고 저자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 대해 비중을 두어 이야기하고 싶다. 저자는 검사들의 고충과 어려움만을 호소하진 않는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에 안타깝고 억울한 일들로 가슴을 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진정 그가 원하던 직업관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면서 그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서려 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진정성을 함께 느껴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들 때문에 들른 서점에서 인생의 책을 만난다. '책 쓰기 방법'이라는 책은 그의 심장의 두근거리게 했고 그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였다. 본격적인 그의 글쓰기는 그 자신을 위한 치유 과정이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아성찰뿐 아니라 인생도 알아간다. 그는 책상 위 놓인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얽힌 스토리, 그리고 그 사건 속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진정 인간의 참다움이란 무엇인지 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이 책은 요즘 뜨고 있는 쓰기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겠다.

오래전 즐겨보던 미드 프로 중 해결되지 못한 미제 사건을 다시 꺼내어 해결하는 프로가 있었다. 끔찍하고 소름 돋는 장면도 많았지만 그 프로에 매력을 느꼈던 점도 바로 범죄적 시각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과거의 사건이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같이 등장을 하며 공감력을 끌어내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유일하게 모든 회차를 챙겨 본 프로였다. 의도하지 않았든 분노나 복수심이었든 간에 모든 사건에는 가슴 한편 저려오는 그들의 인생사가 있다. 그렇기에 주인공 강력계 형사가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공감력과 인간애는 진정 법을 집행하는 이의 표본인 것 같아 동경했던 것 같다.
최근 정의를 부르짖는 검사의 이미지보다는 권력의 이동경로에 발을 맞추는 부패한 검사들의 이미지가 더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 부정함과 소시민을 대변하는 정의감과 인간적인 검사들이 더 많다는 걸 느끼게 되어 다행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다양한 사건에서 다양한 인생들을 경험한다. 즉 타인의 인생은 검사실뿐 아니라 법정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그런한 그들에게 삶을 배워나간다. 따뜻한 가정이 그리운 청소년범죄자, 예상치도 못한 안타까운 살인을 하게 된 취준생아가씨, 생계형 절도부터 추악한 성범죄자와 사기꾼들을 통해 때론 다독이기도 하고 때론 혼도 내면서 자신의 인생도 살피게 된 것이다.
그는 사건들을 종이서류로 보지 않았으며 그가 정의사회 구현을 외친 것처럼 사람을 먼저 살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다가오는 4차 혁명의 시대에 인간에게 제일 요구되는 능력이 공감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
" 스킬만으로 전정성을 이길 수 없다." 던 어느 선배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라고 했다.
인생, 아니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사람 일은 판례로 일도 양난 저울질이 불가능하다. ‥ p.136
☆☆☆

겉만 보면 잘 나가는 검사에 인생 탄탄대로인 듯하지만 그러한 과정으로 이르는 길이 절대적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그가 몸소 알려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달려왔던 인생을 표본으로 그의 인생을 향한 결단력과 실행력은 본받을 만한 것이었다.
쉼 없이 달려야만 하는 인생, 그렇다 보니 엄청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악몽도 꾸며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느긋해 보인다. 실패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쉬어가기도 하면서 자신과 가족에게 진심을 쏟아붓는다. 세상의 삐딱함으로 인해 조금은 삐딱한 시선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트의 고충이나 투정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릇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 그렇게 보면 우리네 삶의 철학은 비슷비슷할 것이다. 
세상의 불공평함 아래 법에 대한 잣대마저도 불공정할 때도 많지만 법 이상으로 중요한 건 소통, 공감이라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당신이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좀 잘 들어주고 맞장구만 쳐주면 돼요.
자기가 내 편인 것만 확인되면 되는 거라고요. 그걸로 위로받고 사는 거라고요." ‥ p.290

 

 

 

문득 독자로 40대의 나이가 참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위부모 세대와 아이들의 중간자적 위치는 위아래 모두를 소통하는 가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인 것이다.눈물이 날 리가 없는 구절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가 하면 그 흔한 문장 하나에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존 속의 공감력, 이 능력을 어떻게 버무리고 적절히 발휘해야 하는지 또 배워가고 있다. 내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 등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고 싶다. 그들의 눈 속에 머물러 있을 내가 좀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요즘 얼어붙은 경제만큼이나 두 어깨가 무거운 남편 손에 쥐여주고 싶다. 자식의 입장도 이해하고 아버지로서의 자리도 느껴보게 될 좋은 예로 그에게 인생을 헤쳐나감에 있어서 나침반이 되어 줄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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