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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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아직 내겐 끝냥이가 아니라서.

뭐 생물학적 수명으로는 아직 인생의 반이나 더 남았으니 나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이후의 또 한 권의 반려묘책이라 반가웠다. 거의 뭐 냥이와의 동거를 기록한 일기 같다고나 할까. 나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냥이와의 일상들을 좀 남겨놓고 싶을 만큼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집사들이 읽으면 공감력은 배가 되겠지만 냥이를 키우고는 싶으나 주변인의 반대에 부딪혀 못 키우고 있는 분들이라면 하녀 같은 집사라도 좋으니 되기만 한다면 좋겠다는 욕망이 간절해질 것이다.

 

냥이의 성향도 너무나 천차만별이라 가늠하기 힘들 때가 있다. 내가 돌보는 두 녀석뿐 아니라 이제는 매일 밥 달라고 찾아오는 녀석들만 보아도 개성이 뚜렷하다. 어쩌면 너무 달라서 편할 때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두 녀석이 똑같이 애교가 넘쳐서 비벼대면 완전 꼼짝달싹 못할 뿐 아니라 똑같이 간식을 달라고 졸라대도 난감할 것 같다.

 

여기 저자의 냥이는 울 냥이들의 성향을 합쳐놓은 양상을 보이는데 암튼 까칠한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나도 냥이의 까칠함을 사랑한다. 그러나 저자는 거의 냥이에게 쩔쩔 매는 수준이다. 나였으면 벌써 몇 번은 버럭 했을 순간에도 으르고 달래며 비위를 맞춘다. 난 둘째 냥이가 발톱 손질 시 가끔 으르렁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데(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너무 귀여워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싫다는 의사 표현을 상당히 존중해준다. 진짜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실제 C가 성났을 때 울음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다. 울 큰 냥이가 보챌 때라곤 냐옹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징징대는게 다라서 상상이 되질 않는다. 거의 바이브레이션을 두세 배로 늘여 논 상태라고나 할까.

 

 

 

 

저자의 냥이 C는 길냥이 출신이었다. 타고난 천운으로 저자 같은 집사의 눈에 띄어 눌러 살기를 19년. 정말 행운냥이라 할만하다.

 

저자는 냥이를 향한 애정도가 거의 최고 수준이다. 정말 잘 참아주고 기다려준다.

매일매일의 빗질과 마사지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까칠한 입맛을 맞추기 위한 통조림 삼매경은 기본이다. 어쩜 울 큰냥이보다 입이 더 까칠한 건지. 매일 드시는 ㅋ 식비가 만 원이라면 좀 심하시긴 하네.~~^^

게다가 내가 육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이 수면 부족이었는데 저자는 수면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는 정신력을 지녔다. 울 냥이들도 늦잠 좀 잘라치면 배 위에 올라앉거나 얼굴을 쳐대는 바람에 이불을 푹 뒤집어쓴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두 시간 간격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저자는 또 C 때문에 일박 여행은 포기한지 오래다. 이건 좀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고심을 하다 친구를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늘도 그런 내 맘을 알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차 밑에서 울던 새끼 냥이를 구조해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그 뒤 일박 여행 시 맘은 편했으니 꽤 신경 썼다고 자부(?) 한다. 크흐흐~~~

 

암튼 냥이는 키우면 키울수록 매력이 배가 된다. 그리고 동물에게서 받는 위안도 상당하다. 이건 정말 키워보지 않은 이들에겐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 함께 눈을 맞출 때 전해오는 감정과 쓰다듬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애정을 어떻게 말로 전할 수 있을까. 냐옹소리가 엄마 소리로 들리고 그런 목소리로 무릎 위에 올라올 땐 마치 간택 받은 거 마냥 행복할 정도니까.

 

냥이가 유독 온도에 민감하듯 집사의 감정에도 민감해 보인다. C가 폭풍이 올 때를 감지하고 흐린 날 움직임이 덜한 것처럼 울 냥이들도 흐린 날은 잠만 잔다. 그리고 기분이 다운된 날은 가만히 옆에 와서 누워있다. 마치 귀여운 날 보며 기분 풀라는 듯.

시간이 지나면 집사 못지않게 냥이도 눈치가 백단이 된다. C가 그렇게 수면방해를 하다가도 집사의 한 맺힌 부탁에 조금 수그러들거나, 병원행까지는 고행이어도 의사 앞에서는 시치미 뚝 떼며 얌전 떠는 모습에서 되려 고마움을 느끼니까 말이다.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숨어버리고, 천둥소리에는 온몸의 털이 꼿꼿이 설정도로 무서워하지만 날아가는 파리를 잡는 솜씨에 감탄하고, 쥐돌이 장난감을 이리저리 굴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전생에 축구선수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볼만하다. 그런 추억들이 19년이나 쌓일 것이라 생각하니 뭉클하다. 이제 사 년 반을 넘기고 있는 내게 함께 늙어간다는 의미가 아직 와닿진 않지만 19년이나 함께 한다면 그런 마음이 생길듯하다.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쇼핑 시 냥이용품 코너를 지나치지 못하고, 길냥이까지 가세해서 식비 지출은 자꾸만 늘지만 그래도 마냥 좋다. 아프지 말고 집사 덕에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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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베티 큰곰자리 47
이선주 지음, 신진호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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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이는 주영이랑, 지현이는 우진이랑, 지아는 경희랑 걸어간다.

초희, 지영이, 정연이는 셋이서 걸어가고, 용희, 태영이, 작은 영지, 큰 영지는 넷이서 걸어간다.

나는 혼자 걸어간다.

서연이에겐 자신의 마음을 보여 줄 이가 없다. 아니 마음의 소리를 들어줄 이가 없다. 심지어 부모조차도.

그냥 베티라는 제목만으로 혼혈아의 친구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내 답답하고 조금 혼란스럽다. 분명 코피노 문제를 직시한 소설인데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작가가 아이들의 내면과 우정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어른들의 못난 면을 더 부각했던 걸까.

 

서연이는 친구가 없다. 엄마 때문에 친했던 친구의 비밀이 퍼진 뒤로 서연이는 마음 한구석이 닫혀 버렸다.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자책과 원망으로 곪아버렸다. 엄마조차도 그럴 수 있는 일로 치부해버렸고 서연이는 그때부터 스스로를 가둔 채 혼자 걸었다. 화가 나도, 싫어도, 아무 말도 못 하자 그냥 착한 아이로 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이에게 베티가 오게 된다. 엄마의 일방적인 통보로 오게 된 베티였고 자신이 생각한 외국인의 모습이 아니라 당황했지만 서연이는 베티의 사연을 알게 되자 묘한 동정심과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일방적인 어른들의 그늘 속에서 속마음을 닫은 채 똑같이 착한 아이로 지냈던 탓일까. 두 소녀는 서로의 서글프고 답답한 처지를 텔레파시처럼 느끼며 점점 가까워진다.

 

베티는 자신의 엄마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 아빠를 만나러 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바람일 뿐이다. 베티는 필리핀이 좋았고 엄마를 버린 한국 아빠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했다. 그런 엄마가 상처를 받을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자 상처만 커져간다. 소송보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아빠라는 사람이 너무나 싫을 뿐인데도 엄마는 베티에게 감정마저 강요하며 아빠에게 매달리고 집착한다. 베티의 감정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는 엄마. 서연의 감정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엄마.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남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 모른다. -p.42

 

 

 

 

서연이는 그런 베티의 마음을 언제나 돌봐준다. 반 친구들 때문에 베티를 한번 외면했던 일이 늘 마음에 걸렸지만 점점 베티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왜냐하면 자신도 자신에게 늘 일방적인 엄마 때문에 화가 쌓여있었고 그런 화를 베티가 다가옴으로써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베티도 서연이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서연이가 반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걸 알게 되자 그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건 일로 완전 멘붕상태가 되었을때 베티가 곁에 있어준다. 그렇게 둘은 어느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지가 되는 사이가 되어갔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같은 나라는 나쁜 나라’라는 말을 내뱉고 공감력은 일도도 없는 아빠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남의 마음을 판단하는 사람들 중에 대표격인 엄마는 딸에게 친구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이의 심정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조금씩 베티의 힘든 상황을 보다 못한 서연이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물론 유창하진 않지만 베티의 솔직한 마음과 자신이 여태껏 엄마에게 부탁하고 팠던 말을 꺼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베티를 창피하게 여겼던 마음을 거두고 친구들 앞에서 당당히 말한다.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베티 앙이 아니에요. 베티 강이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라는 말속에 많은 감정들이 오갔다. 무책임한 남자들 때문에 화가 났고 상처받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쓰린다. 게다 시위하는 이들을 향해 또 한 번 생채기를 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우리의 현 수준인듯해 답답하다. 타인의 문제에 너무 쉽게 단정 짓고 판단해버리는 건 아닌지, 혹여 나의 말 한마디로 다른 이의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베티는 돌아갔지만 서연이는 자신의 변화를 느꼈다. 서연의 원래의 모습을 꺼내준 베티 덕에 이제는 더 이상 혼자 걷지 않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책을 덮고나서 느꼈던 우울하고 무겁던 마음 한편이 조금 나아진듯하다. 비록 베티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베티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그냥 베티로 씩씩하게 살아갈 것임이 느껴진다. 세상은 그래도 가짜 어른보다 진짜 어른이 더 많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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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빠진 도서관을 구해라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7
홍예리 지음, 송효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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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추리에 약하다. 그런데 이 두 여학생은 뛰어난 추리 실력을 보이며 범인의 의도를 찾는다. 마치 탐정 수사를 벌이듯 말이다.

 

반주나와 방준아는 같은 반 친구이지만 성향이 달라 거의 의사소통이 없는 사이다. 발음이 같아 되려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준아는 다른 친구들로부터 미움도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친구는 도서관에서 부딪히며 서로의 책이 바뀐다. 게다가 주나는 어떤 이상한 아저씨와 2차로 또 부딪히며 또 한 번 책이 바뀌어 버린다. 책이 바뀐 사실을 알고 두 친구는 책을 교환하지만 준아는 자신의 책이 아님을 알게 된다. 심지어 그 책은 도서관 책도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펼쳐보다 특수기호가 써진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 ↘ ↗ ↑ ↓ ← ↙ → ↘

 

 

 

 

평소 퍼즐에 관심이 많은 준아는 이 쪽지를 본 순간 화색이 돈다.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규칙을 찾고 기호에 숨은 의미를 찾는 모습이 정말 똑똑해 보인다. 책의 주인을 찾기 위해 시작하였지만 두 아이는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조금씩 암호가 풀리자 주나는 어색할 줄만 알았던 준아와의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아저씨가 들고 갔을 거라고 생각한 준아의 책을 이동식 선반에서 찾았지만 주나는 다시 한번 도서관에서 그 아저씨를 보게 된다.

주나의 촉으로 분명 그 아저씨는 수상해 보였다. 화창한 날씨에 땀을 흘리는 거며 차림새가 영 찜찜했기 때문이다. 주나는 퍼즐 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 준아를 자극해 의문을 해결하고자 한다.

“한번 의문이 생기면 끝까지 알아봐야 사람의 도리!” 라는 책 속 인물의 말을 인용하면서까지.

 

주나의 촉과 준아의 추리력이 점점 더 불타오르고 그 아저씨를 미스터 S라 칭한다. 그리고는 미스터 S의 이동경로를 분석하자 수상한 점이 계속 발견된다. 미스터 S가 남긴 흔적에서 또 다른 암호문을 발견한 두 친구는 다시 한번 뛰어난 추리 실력을 발휘한다.

도서관을 배회하는 낯선 남자.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야기의 초반은 두 아이가 낯선 남자가 흘린 암호를 푸는 과정을 흥미롭게 써 내려가지만 이 남자의 범행 의도가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무게감이 실린다. 그것은 동네에 1년 전부터 발생한 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은 실제로 크게 부각되지 않고 묻혀만 간다. 오래된 건물이 주인의 동의도 없이 헐리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은 살아갈 힘조차 잃고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아무것도 없어서 힘이 없는 이들에게 사회는 그저 냉담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남은 건 분노뿐이다. 그 분노가 범죄로 나타나기 전에 국가와 사회는 힘없는 이들을 살폈어야 한다.

 

이야기 속에는 그런 이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 사회를 향한 분노는 묻지마 범죄로 이어지고 심지어 무고한 이들이 희생된다. 두 아이들은 점점 사건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도서관에서 무언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거란 걸 짐작하게 된다. 잘못해서 큰불이라도 나게 되면 죄 없는 아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생일파티로 분주한 도서관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준아의 놀라운 추리력 솜씨에 감탄하고 주나의 용감하고 대담한 행동에 놀라기에 바빴지만 여기엔 또 다른 교훈도 있다. 친구를 겪어보지 않고 멋대로 판단하여 흉을 보거나 또는 조금 다르다고 하여 같이 어울리려 들지 않는 행동은 정말 삼가야 됨을 배웠을 것이다. 두 친구를 보며 서로의 장단점을 어떻게 발휘했는지를 보면 더 잘 알 것이다. 친구란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하는 것이니까. 주나가 좀 더 적극적으로 수현이에게 준아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었으면 좋았겠다. 물론 준아도 아이들과 함께 말을 섞음으로써 자신을 보여 줄 필요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도 대화가 충분치 않았기에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개발에만 급급한 나머지 상처 입은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다. 삐뚤어진 분노가 얼마나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지도 알아야 하겠다.

두 친구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그러나 범인을 잡겠다고 몸소 뛰는 것은 No.No. ~^^

그리고 책과 함께 온 두 장의 투명 책갈피가 참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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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발도의 행복 여행 철학하는 아이 13
토마 바스 지음, 이정주 옮김, 황진희 해설 / 이마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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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행복 찾기 프로젝트에 꾸뻬씨가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행복 찾기에는 오스발도가 있겠다. 아이들은 아직 단순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거나 하고 싶은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즉 대체적으로 자신의 기분이 좋을 때를 행복한 순간이라 여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만 생각했던 한 남자가 자신이 기르던 새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철학적 의미는 이야기뿐 아니라 색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초록색은 평화, 편안함, 자연, 조화 등의 이미지가, 빨간색은 생명, 정렬, 사랑 등의 이미지가 있는데 우선은 빨강과 초록의 보색대비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두 가지 색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강조하기에 충분해보인다.

 

 

 

 

오스발도는 친구와 이웃 간의 교류가 없어 조금 외로워 보이긴 하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 남자다. 오로지 자신의 방에서 자신이 기르는 새 짹짹이와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아침, 짹짹이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게 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새장의 위치도 옮겨보고, 더 큰 새장으로 바꿔주기도 해보지만 여전히 새는 우울해 보인다.

그러다 우연히 한 가게에서 작은 화분을 보게 된다. 깊은 정글에서 왔다는 식물에 호감이 생겼고 화분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진다는 주인장의 말까지 더해지자 화분을 통해 짹짹이가 다시 노래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데 화분을 집에 들인 다음 날 아침, 미친 듯이 자라난 식물은 집과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의 짹짹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유일한 행복인 짹짹이를 찾아 나선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새를 찾을 수 과연 있을까? 그렇게 해서 오스발도의 뜻밖의 여정이 시작된다.

 

 

 

 

여행이라곤 해본 적 없는 그였지만 짹짹이를 찾겠다는 생각만으로 낯선 세상에 다가간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는 어디선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짹짹이 생각에 두려움조차 떨쳐내려 한다.

표범과 원주민을 만나 짹짹이를 보았냐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눈을 좀 더 크게 떠 봐요!”, “귀를 좀 더 기울여 봐요!”라는 모호한 대답뿐이다.

 

그렇게 헤매다 짹짹이의 노랫소리를 듣게 되자 키 큰 나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게 된다. 드디어 짹짹이와 마주한 순간 짹짹이로부터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된다.

 

“내가 행복한 곳은…… 바로 이곳이야!”

 

 

 

 

오스발도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친구의 행복이 나 자신의 행복과 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대체적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 그런 이기적인 행복은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스발도는 여행을 통해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닌 찾아가는 것임을 배우게 된 것이다. 즉 여행은 우리의 내면을 성장하게 한다. 옮긴이도 언급하듯 자신을 올바로 보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화분은 받은 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화분이었다. 짹짹이의 소원을 들어주었으니 말이다. 이 의미 깊고 신기한 화분이 이제 이웃 클라라에게로 전해졌다. 오스발도는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으며 행운도, 행복도 나누어야 배가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철학이라 하면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스발도 아저씨의 여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듯 철학적 사고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임을 느낄 것이다.

초등 5학년 딸은 친구가 참 많다. 그래서인지 행복의 조건에 친구와 꿈과 취미생활을 들었다. 충분히 경험에서 우러난 딸다운 생각이라고 본다. 이처럼 철학적 사고는 더불어 사는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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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패밀리 1 - 가족의 탄생 456 Book 클럽
줄리언 클레어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손성화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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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가, 동물인가?

이제껏 이런 '패밀리'는 없었다!

 

하이에나는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생김새뿐 아니라 남이 사냥한 걸 훔쳐먹는 습성과 괴이한 울음소리로 인해 주로 비열하고 치사한 악당 이미지가 많다. 그런 하이에나가 완전 이미지를 탈바꿈했으니 바로 하이에나 패밀리 시리즈물이다.

 

이곳에 등장하는 하이에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진화되었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데 성공을 거두어 인간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그리고 미소가 해맑다.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라~~^^ 진짜다.!!

 

 

 

 

이 책은 시리즈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1권 가족의 탄생은 하이에나가 어떻게 인간 사회로 숨어들어와서 가족을 이루게 되었는지부터 이웃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향수병 증세로 인해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면서 독자를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볼 때는 지극히 아이의 시선으로 믿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하이에나 가족의 이웃 맥넘프씨처럼 피곤해진다. 진정으로 하이에나 가족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즐겨야 한다. 그리고 하이에나 아빠 프레드가 던지는 아재개그에 빵빵 터질 준비만 갖추면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마냥 얼렁뚱땅 웃음만 주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서열 1위라고 자부심에 절어 자기들 멋대로인 인간을 비판하고 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 없이는 살 수 없으면서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아는 인간들을 향해 한 번씩 일침도 날린다.

쌍둥이가 옆집 아저씨에게 꼬리가 들켜 난감해하자

아빠는 인간들이 하는 걸 할 거야. 바로, 거짓말 말이다! -p.75 말처럼 말이다.

 

사파리 캠프 근처에서 자유롭게 살던 하이에나 부부는 어느 날 악어에게 먹힌 영국인 부부의 소지품을 발견하게 된다. 사파리 근처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들의 언어까지 습득하게 된 이 똑똑한 부부는 죽은 이들의 여권을 챙겨 영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이 살던 집에서 영국민으로 살아간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있어 돈이라는 게 필요하고, 돈을 갖기 위해서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습득하며 인간 사회에 빠르게 정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스러운 남매 쌍둥이도 생기게 되고 그렇게 완전한 가족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지켜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들을 일러둔다. 인간처럼 살고 있긴 하지만 근본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좀 유별난 행동이 튀긴 하지만 학교에서의 인기도 괜찮고 절친도 있다.

 

단지 문제라면 그들의 이웃 맥넘프씨다. 다정한 인사도 외면한 채 이들 가족을 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핀다. 퉁퉁거리고 괴팍하며 집착이 심한 그는 하이에나 가족과 친해질 의사가 전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 그만 꼬리를 들키고 만다. 아빠는 어떻게든 거짓말로 얼버무려보려 하지만 그를 완전히 설득시키지 못한다.

 

아무리 인간 사회에서 그럴듯하게 산다고 해도 향수병은 어쩔 수 없다. 하이에나의 삶을 그리워 돌아가려 해도 이미 너무 멀리 온듯하고 가는 도중에 들통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나답게 사는 것(영역 표시를 하고, 고기를 뜯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그것이야말로 원래 인생인데 그들은 자꾸 감추고 속이며 살아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것부터 머지않아 완벽한 인간이 되길 꿈꾼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는 너무 그립지만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마냥 우울하기 그지없던 차 절친 미니가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사파리 투어였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야생 동물들의 천국에서 맘껏 취하고 즐기다 보면 향수병 따윈 한동안 잊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온 가족이 사파리에 도착하고 드디어 차례차례 동물들을 만나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늙은 하이에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들 멋대로 내린 결정으로 생사람 아니 생동물을 잡게 생겼으니 하이에나 가족이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고민 끝에 그들은 늙은 하이에나 토니를 구출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작전에 돌입한다. 아주 하이에나다운 방법으로 말이다.

 

그들이 토니를 구출하는 동안 괴짜 이웃의 염탐과 의심은 날로 커져만 간다. 행여 들통나지는 않은까 조마조마한데도 가족들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런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고 또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되어 맥넘프씨와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반전도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정말 동심으로 돌아가서 잼나게 읽었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뼈 속 깊은 교훈도 있다. 하이에나 가족이 비밀을 품고 살듯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하지만 비밀은 나를 불안하게도 한다. 마지막에 하이에나 가족과 이웃 맥넘프티가 서로 마주 보며 웃게 된 데는 이 비밀의 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비단 이 이야기는 동물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볼 수도 있다. 나와는 다르다고 거리를 두는 사람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 동물을 학대하고 멸시하는 사람들 등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반면 가족들끼리 행복하고, 이웃을 소중히 생각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배울 점이다.

 

벌써 이 새로운 하이에나 가족들의 다음 에피소드가 기다려진다. 하품도 전염되듯 하이에나 가족의 환한 미소가 전염이 되었나 보다. 마지막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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