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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패밀리 1 - 가족의 탄생 ㅣ 456 Book 클럽
줄리언 클레어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손성화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5월
평점 :

인간인가, 동물인가?
이제껏 이런 '패밀리'는 없었다!
하이에나는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생김새뿐 아니라 남이 사냥한 걸 훔쳐먹는 습성과 괴이한 울음소리로 인해 주로 비열하고 치사한 악당 이미지가 많다. 그런 하이에나가 완전 이미지를 탈바꿈했으니 바로 하이에나 패밀리 시리즈물이다.
이곳에 등장하는 하이에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진화되었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데 성공을 거두어 인간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그리고 미소가 해맑다.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라~~^^ 진짜다.!!

이 책은 시리즈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1권 가족의 탄생은 하이에나가 어떻게 인간 사회로 숨어들어와서 가족을 이루게 되었는지부터 이웃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향수병 증세로 인해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면서 독자를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볼 때는 지극히 아이의 시선으로 믿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하이에나 가족의 이웃 맥넘프씨처럼 피곤해진다. 진정으로 하이에나 가족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즐겨야 한다. 그리고 하이에나 아빠 프레드가 던지는 아재개그에 빵빵 터질 준비만 갖추면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마냥 얼렁뚱땅 웃음만 주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서열 1위라고 자부심에 절어 자기들 멋대로인 인간을 비판하고 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 없이는 살 수 없으면서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아는 인간들을 향해 한 번씩 일침도 날린다.
쌍둥이가 옆집 아저씨에게 꼬리가 들켜 난감해하자
아빠는 인간들이 하는 걸 할 거야. 바로, 거짓말 말이다! -p.75라는 말처럼 말이다.
사파리 캠프 근처에서 자유롭게 살던 하이에나 부부는 어느 날 악어에게 먹힌 영국인 부부의 소지품을 발견하게 된다. 사파리 근처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들의 언어까지 습득하게 된 이 똑똑한 부부는 죽은 이들의 여권을 챙겨 영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이 살던 집에서 영국민으로 살아간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있어 돈이라는 게 필요하고, 돈을 갖기 위해서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습득하며 인간 사회에 빠르게 정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스러운 남매 쌍둥이도 생기게 되고 그렇게 완전한 가족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지켜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들을 일러둔다. 인간처럼 살고 있긴 하지만 근본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좀 유별난 행동이 튀긴 하지만 학교에서의 인기도 괜찮고 절친도 있다.
단지 문제라면 그들의 이웃 맥넘프씨다. 다정한 인사도 외면한 채 이들 가족을 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핀다. 퉁퉁거리고 괴팍하며 집착이 심한 그는 하이에나 가족과 친해질 의사가 전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 그만 꼬리를 들키고 만다. 아빠는 어떻게든 거짓말로 얼버무려보려 하지만 그를 완전히 설득시키지 못한다.
아무리 인간 사회에서 그럴듯하게 산다고 해도 향수병은 어쩔 수 없다. 하이에나의 삶을 그리워 돌아가려 해도 이미 너무 멀리 온듯하고 가는 도중에 들통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나답게 사는 것(영역 표시를 하고, 고기를 뜯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그것이야말로 원래 인생인데 그들은 자꾸 감추고 속이며 살아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것부터 머지않아 완벽한 인간이 되길 꿈꾼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는 너무 그립지만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마냥 우울하기 그지없던 차 절친 미니가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사파리 투어였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야생 동물들의 천국에서 맘껏 취하고 즐기다 보면 향수병 따윈 한동안 잊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온 가족이 사파리에 도착하고 드디어 차례차례 동물들을 만나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늙은 하이에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들 멋대로 내린 결정으로 생사람 아니 생동물을 잡게 생겼으니 하이에나 가족이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고민 끝에 그들은 늙은 하이에나 토니를 구출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작전에 돌입한다. 아주 하이에나다운 방법으로 말이다.
그들이 토니를 구출하는 동안 괴짜 이웃의 염탐과 의심은 날로 커져만 간다. 행여 들통나지는 않은까 조마조마한데도 가족들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런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고 또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되어 맥넘프씨와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반전도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정말 동심으로 돌아가서 잼나게 읽었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뼈 속 깊은 교훈도 있다. 하이에나 가족이 비밀을 품고 살듯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하지만 비밀은 나를 불안하게도 한다. 마지막에 하이에나 가족과 이웃 맥넘프티가 서로 마주 보며 웃게 된 데는 이 비밀의 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비단 이 이야기는 동물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볼 수도 있다. 나와는 다르다고 거리를 두는 사람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 동물을 학대하고 멸시하는 사람들 등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반면 가족들끼리 행복하고, 이웃을 소중히 생각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배울 점이다.
벌써 이 새로운 하이에나 가족들의 다음 에피소드가 기다려진다. 하품도 전염되듯 하이에나 가족의 환한 미소가 전염이 되었나 보다. 마지막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