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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평점 :

나에게 있어 희망은 무엇일까. 난 오늘을 잘 살자 주의이기 때문에 막연한 희망 같은 건 가진 적이 별로 없다. 희망의 크기를 굳이 따진다면 말이다. 하지만 희망 버리기의 기술이라는 책은 읽어보고 싶었다. 예전에 신경 끄기의 기술을 잘 읽었었으니까.
우리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간다.라는 첫 문장은 분명 반어적 표현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때가 좋았어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 푸념한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가능하고,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으며 꿈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등의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진보의 역설이라고 일컫는다. 세상의 변화에 사람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지지 시작한다. 느려도 괜찮아라며 다독여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며 포기해 버리는 이들이 속출한다. 우리의 희망은 한낱 보이지 않는 신기루로 전락하는 것일까.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다. 희망이라는 긍정어에 고문이라는 부정어가 더 해졌다는 사실은 결코 그 의미가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어쩌다가 이런 말이 생겨난 걸까.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것일까. 물론 희망을 버리라고 말하는 밑바탕에는 믿음이 깔려있다. 저자는 잘못된 희망은 잘못된 미래를 만들 수도 있음을 말한다. 막연한 희망만을 안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희망은 해독제가 아니라 독이다. 중요한 건 경험을 통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저기에 더 나은 미래가 있다고 느낄 필요가 있고(가치관), 그 더 나은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느낄 필요가 있으며(자기 통제), 가치관을 공유하고 활동을 지지해 주는 다른 사람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공동체). -p.123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의심이 많았다. 의심이 많다는 건 때론 종교도 가질 수 없게도 한다. 자신의 의심을 시원하게 답변해주는 이가 없었기에 결국 각종 철학서에 빠진다. 그래서 이 책에는 몇몇 학자들의 의견이 자주 등장한다. 계발서라고 생각한 이들은 철학서가 아닐까 하는 혼돈이 올 수도 있다. 신은 죽었다의 니체, 인간성 공식을 말한 칸트, 가치관의 힘과 질량의 관계를 따지고 든 뉴턴, 아인슈타인, 플라톤 등의 이론을 통해 정직한 희망이란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다.
희망의 잘못된 예로 전쟁을 들 수 있고 종교도 빼놓을 수 없다. 광적인 희망은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무조건적인 믿음은 그 과정을 돌보지 않게 된다. 희망의 의미 속에는 갈등과 고통뿐 아니라 희망을 내려놓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고통도 선택하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겠지만 이미 우리는 경험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 고통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정의를 들여다보면 현대인의 나약함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통을 피하기만 하면 고통이 닥쳤을 때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고통이 없다면 감정 반응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심지어 감정이 극에 치닫기도 할 것이다. 책 속에 적절한 예가 있다.
행복지수는 다르다. 행복을 위한 희망이 희망인지 욕망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삶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갈수록 앞날이 깜깜해지는 세상에서 희망의 끈이라도 붙잡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제일 맘 편한 길은 포기할 것은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다.
게다가 막연한 이상주의보다 허무주의가 더 무서울 수 있다. 저자는 행복의 반대말이 절망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라 포기일는지도 모른다. 요즘 현대인에게 지칭하는 단어 중에도 포기를 의미하는 신조어가 많다. 어찌 보면 희망을 버리는 기술은 허무주의를 탈피하라는 말과도 같다.
이성과 감성은 적절하게 분배되어야 함에도 세상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지배를 받는 것 같다. 그러한 감정들이 잘못된 희망을 부추기기도 한다. 가짜 행복과 가짜 자유 속에 갇힌 사람들은 가짜 믿음에 속아 불안에 갇힐 수도 있다. 저자가 언급했듯 인간은 불멸의 삶을 주어도, 고통이 없는 삶을 주어도 불안해하는 존재이다. 그러니 더 나은 것을 희망하지 말고 그냥 더 나아지면 된다. 그냥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희망을 버리는 기술을 말했지만 버리고 싶지 않은 희망도 하나 있다. 인간들이 좋은 생명체로 살아갔으면 하는 희망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념이나 대중의 종교적 개종, 미래에 대한 부적절한 꿈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각각의 개인이 성숙해지고 고귀해짐으로써 세상을 바꿔야 한다. -p.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