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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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제목을 지인들에게 공유한 순간, 대박 난리였었다. 웬일로 두 손 번쩍번쩍 들지 않던 이들까지 서로 빌려달라는 통에 얼른 읽어야 했다. 다들 비슷한가 보다. 사십 대가 되면 남편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고 싶어지는 것이.

 

주말 사촌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사촌 부부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저 미소가 한결같아야 할 텐데라는 괜한 걱정을 했다. 누구나 처음의 마음가짐과 같을 수 없고 사랑은 식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그 순간을 견딜 수 있는 또 다른 순간이 있어야 하며 서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저자의 남편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의 치열한 버티기 인생을 보며 읽는 내내 너무 화가 났다. 오죽하면 읽다가 지인들에게 이 책에 나오는 남편은 정말 개자식이야라고 보냈을까.

 

저자는 6개월 만에 결혼을 한다. 그리고는 결혼 후 완전 달라진 남편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간다. 어떻게 남자가 동전의 양면처럼 결혼 전과 후가 저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 잡은 물고기라는 심보인가. 아니면 그냥 남들 다 하니까 결혼이란 걸 한 것일까. 어쩌면 저렇게 가정에 무심하고 여자 맘도 몰라주며 아이들에게도 무신경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공감능력은 완전 꽝이다. 그런 남편을 키운 시댁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지인 중에도 3개월 만에 결혼하고는 15년을 살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이가 있다. 하지만 위기를 잘 넘기며 살았고 뭘 몰라도 한참 모르던 남편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부부는 싸움을 통해, 그리고 자식을 키우며 서로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그러나 저자의 남편은 내내 맘에서, 그리고 결혼이라는 인생에서 멀어져 간다.

 

신혼 초 남편은 게임중독뿐 아니라 이기적이고 배려심도 없으며 공감능력도 없었다. 어떻게 아내는 남편에게 치즈케익이 먹고 싶단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걸까. 게다가 남편이란 넘의 머리에서는 말도 걸러지지 않고 막 나온다. 독박 육아 좋아하시네 하며 비꼬는 것도 못 참겠지만 장염으로 입원한 아내에게 남편이란 놈의 입에서 한다는 말이 뒤룩뒤룩 살이나 쪄가지고라니. 이 남자 완전 제정신인가 싶었다.

물론 저자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지만 남편은 결혼해서는 안 될 인간이다. 그냥 혼자 살았어야지.

그런데도 죽어도 이혼은 못 해주겠다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인 건지. 늙어서 죽도록 외로워봐야 후회할까.

 

다들 그렇게 산다고 치부하기엔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이 정도의 맘고생이라면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남편을 인생에서 빼버린다. 그녀가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된다.

저자는 다친 마음을 책으로 달래며 버텼다고 한다. 나도 힘든 시기를 책으로 위안을 얻고 지나왔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남동생처럼 책과 담쌓은 이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먹히지 않는 것처럼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이들에게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짧은 문장은 있지만 책과의 구체적인 사연이 없어 공감하기가 어렵다. 속 시끄러운데 책이 눈에 들어오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책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어 아쉽다.

 

인생이라는 게 정답지가 있어도, 인생 선배의 조언이 있어도 자신이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아무리 결혼을 반대해도 콩깍지는 아무도 벗겨 낼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겪음으로써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인생이므로 결국은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자처럼 말이다.

더 이상 남편에게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인내는 쓰레기통에 처박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저자는 그래도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무심할 수 있는 능력 덕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상처를 덜 받고 정말 무심할 수 있는 내공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신세한탄만 하고 내내 남 탓하다 우울증이 오기도 하니까. 정말 억울해만 하기에는 인생은 짧고 아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 경찰까지 부를 정도로의 부부 싸움을 하고도 개선이 안된다면 이젠 독립할 때다.

 

경력 단절 13년 차, 애만 셋, 자격증 1도 없고 유일한 스펙이라고는 부부 싸움밖에 내세울 게 없다던 그녀가 방송 작가 경력을 살려 글을 쓰기 시작한것부터 스트레스 해소가 되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행복하고 싶다는 갈망이 독립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고 보니 선녀와 나무꾼 얘기는 나도 싫어하는데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아마 지금도 맘고생 심한 아내분들이 많을 것이다. 독립조차 꿈도 못 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처절했던 결혼생활을 보며 나 자신을 더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책이든 취미생활이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차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디 이 책을 보며 열만 받지 말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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