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나무는 사람을 키운다. -p.190

 

나도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의 언어]와 [오버 스토리]를 읽으면서 나무의 생리에 대해 더 알게 되었었고 나무의 매력뿐 아니라 경이로움을 느꼈었다. 그 뒤 나무를 대하는 마음도 더 달라졌고 식물을 바라보는 자세도 달라졌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다. 정말 식물도감이라도 펼쳐 지금부터 공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중요하고 나무와 식물을 아끼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알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 넘게 나무와 함께 하면서 나무를 보살펴온 나무 의사다. 예전에 이런 일을 하시는 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도심 곳곳이나 신도시 주변 또는 아파트 조경을 보면 죽어가는 나무뿐 아니라 이미 죽어버린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었는데 그런 나무들을 살피는 일을 해오신 분이라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부터 해오면서 부딪혔던 난관과 편견 등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나무를 보며 느끼게 된 삶의 이치와 세상을 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전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나무를 돌본 것이 아니라 나무가 지금까지 자신을 돌보아온 것이라는 말로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다.

 

나무는 그냥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서 있는 것 같지만 나름 애쓰고 견디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느 하나 같은 형상이 없는 것만 보아도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주목이든 키 작은 나무든 결국은 작은 씨앗에서 시작한다. 몇천 년을 지나오거나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들도 씨앗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당연하지만 신기하고 놀랍다. 그렇게 싹을 틔운 나무는 뿌리를 내리기 위해 성장을 멈추고 뿌리를 더 깊게 내린 다음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다. 사계절 속에서 잎을 틔우고 털어내기를 반복하며 땅과 호흡을 맞추어간다. 땅속에서, 땅 위에서 다른 나무들을 견제하며 살 길을 찾아간다. 더군다나 자연 속에서는 죽은 나무도 쓸모없지 않다. 이러한 나무의 일생만 보아도 많은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나무와 함께하면서 깨달은 교훈을 그의 경험담에 잘 비추어 놓았다.

 

식물도감을 만들겠다고 떠난 몽골에서 진정으로 자연을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숲길을 찾아 떠난 도보여행 첫날에 유난히 온몸이 치치던 이유를 찾다가 짐을 비우고 나서야 온전한 즐거움을 찾게 된 사실부터 오래된 주목 나무를 살리러 갔다가 한발 물러서야 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나무를 하나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에서 노스님의 한마디에 생명의 순리를 깨닫고 나자 나무를 돌보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성과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게 된다.

 

예전에 주택에서 살 때 나무를 심은적이 있었다. 소나무, 단풍나무, 사과나무, 매실나무 등 정말 아무런 지식 없이 심고 싶은 위치에 막 심었던 일이 떠올라 창피해진다. 나무도 그 나무의 성향을 잘 알아야 하고 그에 맞는 위치에 심어야 하며 나무를 옮겨심을 때 적당한 시점이나 땅과 나무의 상태도 고려해야 하고, 나무 사이에도 적당한 틈이 필요하다는 등의 지식을 알았어야 했다. 그런 것도 모른 채 막 심기만 하다 보면 나처럼 한두그루 죽이기도 하고 심지어 차도 중앙분리대에 심어진 소나무에게서는 일 년 내내 산뜻한 이파리 빛을 볼 수 없게 된다. 안 그래도 가로수로 간택 받은 아이들도 도시의 매연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것만 같아 안쓰러운데 맞지 않는 환경에서 꼿꼿이 버티고 있어야 하는 나무들이 너무 가엽다.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일화도 있다. 식물에게 나쁜 말을 하면 식물이 시름시름 죽어가던 실험은 본 적이 있지만 역사 속에서 그러한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전쟁 중에는 인간뿐 아니라 나무도 똑같이 힘든 법이다. 정말 슬프지 아니한가.

자연재해에 부러지고 뿌리째 뽑힌 모습과 상처 입은 우리네 삶이 닮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높이 16미터에 수령이 약 600년쯤 되는 백송은 어느 날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죽은 백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부터 1945년까지의 나이테 간격이 거의 변동이 없을 만큼 좁고 짙었던 것이다. 사림들만큼이나 나무 또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다. -p.171

 

 

 

작년부터 틈틈이 산행을 다니고 있는데 나무를 오래 들여다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물론 남편과 산행의 이유가 안 맞아 가끔 티격태격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다양한 나무의 생김새가 너무 좋아서 자꾸만 찾게 된다. 어디 나무뿐이랴. 이름 모를 풀과 꽃도 좋은 기운을 선사한다. 정말 생명의 순환을 보고 있으면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의 경험담 중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에게 숲이 새 삶을 준 것만 보아도 그 놀라운 힘을 믿게 된다.

 

내가 사는 곳에도 메타세쿼이아가 쭉쭉 그 큰 키를 뽐내고 있는데 책을 보며 그렇게 키가 큰 이유도 알게 되었다. 플라타너스의 또 다른 이름이 버즘나무라니. 나무껍질이 허옇게 벗겨진 모습이 보기 좋진 않았는데 그런 한국식 이름이 있는 줄도 몰랐다.

튤립나무의 기이한 잎과 미선나무의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 열매도 내년에는 실물을 꼭 보고 싶다. 나무를 사랑하는 만큼 좀 더 알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식물도감을 들여놓아야겠다. 공부를 하다 보면 나를 닮은 나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비록 ㄷ자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도 미련 없이 방향을 틀어 순간을 살아낸 소나무처럼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나무를 키우듯 자식을 키우며 아이들이 숲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함께 해야겠다.

나무처럼만 살았으면 원이 없다는 저자처럼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무를 더욱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