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검돌이, 조선을 깨우다 숨 쉬는 역사 10
박향래 지음, 강창권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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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부패가 만연한다. 부패 속에 서민의 삶마저 힘들어지면 혁명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신분제가 사라지고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며 서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기까지는 혁명이 있어왔기에 가능했다. 제아무리 신분제와 권력의 벽이 높더라도 민중의 소리 앞에 벽은 균열이 생기고 결국 허물어진다. 물론 그러한 과정 속에서 희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죽음이 두려워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삶은 끝없이 불행해질 것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조선 후기다. 지금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회 모습과 어렵게만 다가오는 각종 용어 때문에 아이들은 역사를 버거워한다. 하지만 시대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분제로 인해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거나 백성을 돌보아야 할 관리들이 백성을 괴롭히는 모습들은 뇌리에 콕 박히기 마련이다.

 

우선 딸과 책을 읽기 전 아이에게 조선 후기 사회상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조선 후기는 정치적으로 부패가 만연하였지만 덩달아 상업과 서민 문화가 발달하였다. (신분제에 관한 내용처럼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별도의 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그래서 돈이 많아진 상인들은 돈으로 신분을 살 수도 있었고 양반들의 싸움에 밀린 자들은 가난을 벗어나고자 신분을 팔기도 하였다. 그렇게 돈만 있으면 신분의 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는 평등사회로 가는 첫걸음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생각도 심어주었을 것이다.

 

 

 

화자인 복현이네도 상인에서 양반으로 신분 상승을 하였다. 신분을 높여 놓았으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티 나지 않게 양반의 생활습관을 익혀 익숙해져야 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서당을 찾은 복현이는 서당을 둘러보다 검돌이라는 아이를 보게 된다. 마당을 쓸고 있는 모양새만 보아서는 서당 집 머슴이 아닌가 했지만 글 공부도 하는 것으로 보아 상인이다. 그런데 학업 수준이 후덜덜이다. 지금으로 본다면 복현이는 초등학교 수준이고 검돌이는 고등학교 수준이랄까.

 

 

 

 

그래서인지 검돌이는 뭐든지 다 아는 것 같다. 복현이네가 이 동네로 오게 된 이유도, 그리고 서당에서 텃새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요령도, 게다가 서당에서 생긴 작은 소란에도 침착하게 대응한다.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정신만큼은 누구보다 올곧은 아이 같다. 게다 심성도 착해서 복현이가 난처한 일을 겪지 않게 돕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검돌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유인즉 검돌이 아버지가 관아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환곡의 부당함을 고발하려다 들통이 난 것이다. 환곡(곡식을 저장했다가 백성들에게 봄에 꿔 주고 가을에 이자를 붙여 거두던 일)은 나라에서 서민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관리들이 이를 악용하여 자기네들 배를 불리게 된다.

 

꼼짝없이 죽을지도 모르는 신세지만 아무도 나서려 들지 않는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자칫 큰 화를 입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복현이는 아버지와 훈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다.

복현이는 검돌이를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울분이 터지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눈으로 보고 나니 충격이 크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검돌이 아버지가 죽어서 돌아온 것이다. 옥에서 자진을 하셨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검돌이는 아버지 시신을 둘러업고 관아로 향하게 된다. 과연 검돌이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낼 수 있을까.

 

이야기를 찬찬히 보면 신분사회의 부당한 점이 눈에 유독 두드러진다. 서당에서조차 양반과 종놈들이 쓰는 뒷간이 다르고 검돌이처럼 공부를 잘해도 상민은 과거에 응시할 기회조차 없었다. 게다가 서민의 살림을 돌보아야 할 관리들은 서민들 따윈 안중에도 없다. 어째 그런 부당함은 예나 지금이나 그 모냥새가 비슷한 것 같다.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고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려워졌다. 조선 후기 들어 그러한 일들이 더욱 두드러졌는데 농민들은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소년 검돌이는 그런 사회에 대항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야기만 읽어도 분통이 터질 지경이듯 임술 농민 봉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 당시 농민들의 분노가 느껴진다. 조선 후기 사회상을 잘 모른 채 이야기를 읽던 딸은 현감 때문에 분노하다 검돌이때문에 속상해서 마음 아파한다. 부당한 걸 알면서도 참아야 하고 억울해도 억울한 채 침묵해야만 되는 현실이 복현이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마냥 이야기가 무겁지만은 않다. 서당에서 일어나는 학동들과의 사건사고에서 어리숙한 복현이의 행동때문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처럼 부패한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의 저항은 어느 시대나 있어왔지만 더 야비한 권력에 짓밟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내 부당한 채로 살아서는 안된다. 검돌이의 용기있는 행동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김인섭처럼 정의로운 행동은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러한 파동은 부패세력을 몰아낼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검돌이는 억울한 이들을 돕는 암행어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신분제의 걸림돌 앞에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복현이의 신분을 부러워하는 검돌이가 으찌나 측은한지. 하지만 복현이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마음을 다 잡는다. 훈장님의 말씀처럼 당장은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없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악습을 바로잡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 그런 복현이가 대견했다.

 

내가 과거에 급제해서 암행어사가 되면 검돌이가 기뻐할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지. -p.151

 

잘못된 역사를 되돌아보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이게 된다. 조선시대 민중운동은 민주주의를 끌어내는 초석이었다. 그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해서도 안되며 차별을 당해서도 안된다. 훈장님의 말씀처럼 부패세력은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기에 시민들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복현이와 검돌이 같은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분명 이 나라도 늘 깨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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