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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세계 - 그림으로 보는 비주얼 백과 사전
아만다 우드.마이크 졸리 지음, 오웬 데이비 그림, 유윤한 옮김, 황보연 감수 / 이마주 / 2019년 10월
평점 :

자연은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의 가치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산, 들, 나무, 풀, 꽃이 아닌 모든 생명체의 존귀함을 말이다.
자연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놀라움투성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자연의 세계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땅을 우리 것인 양 차지하고 있으니 그만큼 아끼고 살피고 돌보아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생물들의 신비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그들의 세상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삶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백과사전을 좋아했다. 어릴 때 많지 않은 책 중에 그나마 엄마가 거금을 들여 사준 책이 백과사전이었기에 주로 백과사전을 보며 지냈는데 그림이 아닌 실물 이미지의 책이라 참으로 딱딱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다채로운 그림과 재미있는 형식의 백과사전이 많이 출간되어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있다. 그래서 참 소장하고픈 책들이 많다. 평소 예쁜 그림에 잘 넘어가는 편이라 이 책도 일러스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다. 저채도의 색감이 차분하면서 더욱 내추럴한 느낌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형태가 세련되고 전반적인 레이아웃이 시원시원하다.
차례를 보니 꽤 주제가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컨텐츠가 나올 수 있는지 몰랐다. 진화, 서식지, 이동, 아주 작거나 크거나 특별하거나, 씨앗, 먹이 사슬, 공생 등등 차례만 보아도 흥미로워 보인다. 동물의 세계나 자연 다큐를 좋아해서 가끔 보는 편인데 마치 기초 공부를 하듯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좋아 보인다.
제일 첫 장은 생물들의 비슷한 특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모든 생물은 하나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체적으로 움직이고 번식하며 숨 쉬고 먹고 싸며 반응하고 성장한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왜 이렇게 새롭고 신기할까.
생물의 특징과 분류 방법부터 450여 종의 경이로운 생물 다양성,
다양한 서식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독특한 생존 전략과 행동, 생물과 생물 간의 관계까지!
생물의 모든 것을 배우고 이해해요.

생물은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에 따라 분류할 수 있고 그렇게 나뉜 동물계와 식물계는 또 몇 단계로 분류한다. 그런 기준이 없으면 인간이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3페이지에 보면 회색늑대의 분류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세부 단계를 거치는지 알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발견된 종보다 발견되지 않은 종이 더 많을 거란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종이 곤충이라고 하니 얼마 전에 본 기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지구상 인간의 무게보다 개미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동식물이 모여 사는 서식지를 보면 환경에 알맞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흐뭇하다. 그들은 나름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고 적응한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위협받고 있는 종들의 기사가 떠올랐다. 민가나 도시로 내려오는 멧돼지와 북극곰, 로드킬 당하는 노루, 육지로 떠밀려오는 고래 등을 보며 미안한 마음을 느낀다.
지구 끝에 사는 생물들을 보고 있자니 뽀로로(펭귄)와 포비(북극곰)는 원래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아직도 관심 없는 이들은 남극에는 펭귄이 북극에는 북극곰이 산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펭귄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매끄러워 보이는 피부 때문에 참으로 추워 보이는데 실질적으로는 털이 빽빽하게 겹쳐져 있고 두꺼운 지방층이 있어 체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최근 모비딕 책 때문인지 유독 고래에 관심이 간다.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닌다는 점만 보아도 너무나 특별한 존재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상단 우측에 사람과 고래와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진다.

거대한 숲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 동식물 편을 보면 각 층마다 서식하는 종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워낙에 키 큰 나무가 많고 햇볕의 분포도도 다르다 보니 맨 꼭대기 층과 바닥층에 사는 생물들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아이아이원숭이에대한 글을 보니 열대우림을 더 이상 훼손하면 안 되겠다.

인간들에게도 많은 걸 내어주는 나무는 수많은 생물들의 집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림 속 올빼미 식구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락해 보인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들이지만 그들의 생명 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다시 보니 그것조차 신기하게 느껴진다. 씨에서 뿌리가 나오고 떡잎이 나오는 과정과 광합성이 일어나는 과정뿐 아니라 죽은 나무에서도 살아가는 생물들을 보며 나무가 우리 지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되새길 수 있어 좋았다.
야생동물의 사랑 편에서는 보겔콥바우어새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반가웠다. 예전에 동물의 세계에서 이 새의 구애작전을 보며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는데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집 앞에 알록달록한 물건(병뚜껑, 열매, 꽃잎 등)을 가져 다 놓는 모습도 신기했지만 남의 집의 물건을 훔쳐 오는 모습도 너무 귀여웠었다.
그 외 새의 특징, 동식물의 위장술과 경계색, 사막에서 사는 생물, 지구상에 4분의 1을 차지하는 딱정벌레, 밤을 좋아하는 친구들, 강 주변인 생태계 등 동식물들의 신기한 생태계에 홀딱 빠져드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다.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은 중요하다. 범고래나 얼룩말처럼 무리 지어 생활하는 종부터 벌처럼 조직을 이루어 살거나 늑대처럼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는 종들도 있다. 우리 인간은 그보다 훨씬 진화된 종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일이 참 어려워 보인다. 함께 살아야 함에도 함께 사는 일이 서툰 인간들이야말로 좀 더 현명하게 진화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렇다면 인간을 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