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녀 이야기의 특별판을 본 순간 표지에 압도되어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표지에 잘 꽂히는 편인데 특별 양장본이 나왔을 땐 속이 쓰리기도 했다. 시녀 이야기는 어떤 내용인지만 대략적으로 알고만 있었고 아직 완독하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미드 짤막 영상을 몇 편 본 적도 있어 파격적인 소재에 흠짓하기도 했다.

 

최근 그래픽 노블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만화를 잘 보는 편이 아닌데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은 괜찮게 다가왔다. 최근 읽은 책은 [한밤중의 톰의 정원]도 좋았으며 세계 문학인 [모비딕]도 아주 좋았다. 우선은 독서량이 많지 않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그래픽 노블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읽다 보면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시녀 이야기는 미드로도 방영되어 꽤 인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영상을 보면서도 그 붉은 가운에 압도당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래픽 노블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어떤 그림으로 되살아 났을까 궁금했다. 이야기상 그림 스타일이 강렬하고 무서울 것 같다는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캐나다 작가의 솜씨로 탄생한 그림들이 눈앞을 압도했다. 강렬한 색감과 잉크 터치가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책장을 넘기니 섬뜩하기도 했다.

 

놀리테 테 바스타르데스 카르보룬도룸 (Nolite te bastardes carborundorum.)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절대 짓밟히지 말라.

 

 

 

 

 

이곳은 시녀 양성센터다. 여성들은 실험실에 누워있는 인형 같다. 군인들의 삼엄한 통제와 감시에 그녀들은 대화조차 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잡은 권력에 인간들의 삶이 이토록 철저히 통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 인권은 물론이거니와 인격도 무시된 채 그녀들이 오로지해야 하는 일은 아이를 낳는 것이다. 생식기관을 가진 도구로 전락한 여성들은 상관의 아이를 낳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오브프레드는 사령관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 of 프레드! 그녀들의 이름을 보면 더 소름 돋는다. 사령관의 소유물인 것이다. 그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만약 실패한다면! .....

 

 

 

여자들은 철저히 격리 된 생활을 한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방을 쓰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운동을 한다. 마치 군대에 온 것처럼. 그리고 서로를 감시한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권력자들 뜻대로 서로를 믿지 못하면 더 통제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렇게 눈과 귀를 막고 장벽에 걸린 시체로 공포감과 충성심을 조성한다.

 

시녀를 신성한 존재로 세뇌시키며 임신이 곧 구원이라고 말한다. 정상아를 낳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의무는 없다. 의례가 진행되는 순간도, 출산의 순간도 모두 여자들이 한다. 교묘하게 나누어 놓은 계급. 그 주어진 계급의 역할에 충실한 여자들. 어찌 된 것이 여자들의 세상이 이토록 더 잔인해 보일 수가 있을까.

 

오브프레드는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지독한 그리움과 싸워야 한다. 그녀는 가족의 생사도 알 길이 없다. 친한 친구 사이였던 모이라는 이미 한 번의 처벌을 받았다.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그녀가 꽤 용감해 보인다.

과거 회상 신은 터치감과 색감을 더 따뜻하고 내추럴하게 표현했다. 흑적과 대비되니 아련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암울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다. 종교나 이념은 인간들을 통제하고 무력화시키기에 적절하다. 벽에 걸린 시체보다 간증하는 장면이 더 소름 돋고 생산을 강조하는 설교도 끔찍하게 들린다. 더 무서운 건 시녀들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눈이다. 마치 신기한 장난감이나 새로운 문화를 보듯 한다. 공감대가 끊어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여겼는데 요즘 시대에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인듯하다.

하지만 막으면 막을수록 누르면 누를수록 반감은 생긴다. 사령관의 일탈과 사령관 부인의 눈속임이 결코 체재에 순응한다고 볼 수는 없는 데다 보이지 않는 눈을 피해 하나둘 결속하려는 자들의 움직임도 일어난다. 이미 이전 삶의 만족감을 알고 있었기에 사령관은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했고 사령관 부인은 그녀의 임신을 도우려 한다. 그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사랑이 영원히 배제된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제아무리 침묵을 강요해도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출구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절친이었던 모이라는 결국 더는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순간의 쾌락을 택한다. 그녀와 짝을 이루어 다녔던 시녀도 죽어버렸다. 오브프레드는 더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진다. 마지막 역사적 주해 속 문장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의 목소리를 해독할 수 없다니. 그냥 그렇게 잊히고 마는 것인가.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서 이야기의 틈이 많이 벌어져 보이지 않는다. 이미 핵심문장과 장면들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지 않은 나도 전반적인 스토리가 와닿았다. 소설도 충분히 몰입해서 속도를 내 볼 수 있겠다. 그러니 나처럼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이 먼저 보기에 좋은 책이다. 이제는 소설 속에서 빛나는 문장들을 더 건져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