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미술 산책 - 그 그림을 따라
길정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도 나름 괜찮은 여행 방법이다. 그것이 예술작품과 연관된 여행이라면 더더욱.

 

요즘 그림도 보러 다시고 그림 관련 서적도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미술이 꽃 피던 그 시절 그곳을 찾은 이의 책이 나와서 눈길을 잡았다. 모조품으로 눈요기를 해야 하는 신세와는 달리 실물로 보는 작품과 그 작품을 담고 있는 배경, 그리고 화가의 사연까지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떠오르면서 저자가 다녀온 프랑스 발길 위에 고스란히 눈길을 얹어 보았다.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은 건 사진이다. 여행책은 말보다 사진을 보며 얻는 즐거움이 크기 마련이다. 사진에 무척 공을 들였음이 느껴져서인지 더욱 프로방스를 찾고 싶어졌다.

 

저자는 너무 뻔한 여행기가 되지 않기 위해 과감히 포기할 곳은 빼 버리고 알뜰하게 일정을 꾸린다. 파리, 니스, 새 폴 드 방스, 아비뇽 등 한 예술가의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는 여정에 독자들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한듯하다. 그림도 좋지만 멋진 풍경은 그림 이상으로 힐링을 준다. 숙소와 마켓, 음식 사진까지도 눈을 즐겁게 했다. 잘 다듬어진 도시를 보니 역시 예술의 도시답다고나 할까.

 

해당 도시를 살았던 화가들의 사연들 중 인상적인 일화들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 책장을 넘기가 편했으며 여행지에서의 저자의 생각과 경험들이 자연스레 녹아있어 좋았다. 르누아르 미술관에서의 알짤없는 입장시간에 당황하고 아이스크림의 양이 생각보다 너무 쬐끔이어서 실망하며 양의 발요리앞에 망설이게 되는 것처럼.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가 유독 고양이를 자주 볼 수 있다는 오트 드 카뉴도 인상적이었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의 고양이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덩달아 행복했다. 저자도 마지막 장에서 고양이 사랑을 엿볼 수 그림들을 더 찾아 소개하고 있는데 집사로서 흐뭇한 기분이었다.

 

교과서나 주변 곳곳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보던 작품들 속의 실제 장소를 보는 기분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책에는 제법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세잔의 작품처럼 왜곡된 형태의 풍경도 있고 세월과 함께 변해버린 풍경도 있지만 그 시절의 영광이 아쉬움으로 남는 곳도 있다. 게다가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더 아름다워진 풍경들도 있다. 작품 속 풍경을 보며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코끼리 모양의 절벽을 여러 화풍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세잔의 아뜰리에처럼 작가가 머물면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장소를 둘러보는 것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만 같다. 그리고 몽 생 미셸처럼 많은 작품의 영감이 된 도시를 직접 가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겠다.

 

뒤편에서는 책에 등장한 화가들의 관계도가 있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와 인상주의 화가 드가는 서로를 싫어했으며 피카소는 모딜리아니를 무시했다고 한다. 반면 고흐는 고갱을 존경했으며 낭만주의 들라크루아와 인상주의 마네는 서로 인정해주는 사이였다고 한다. 한눈에 보고 있으니 작가들의 묘한 신경전이 막 느껴진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여행 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팁도 있으니 여정에 몸을 담고 싶다면 참고하면 좋겠다. 역시 여행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여러 권의 미술책을 읽다 보면 중복되는 내용 덕에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미술작품을 좋아한다면 미리 여행기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