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바다 도란도란 마음 동화 3
조경숙 지음, 이수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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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는 글 외에도 그림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찾을 수 있다. 원래 그림책을 좋아해서 아이들 어릴 때는 애들보다 내가 더 펼쳐 보았었다. 어쩜 그렇게 그림이 예쁜 책들이 많은 건지 그림이 예쁜 책들은 사 모으기도 했었고 어떤 그림책은 몇 번씩 펼쳐보곤 했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그림동화를 펼쳐볼 기회가 줄었었는데 <아빠 바다>를 본 순간 이 책은 소장하고 싶단 생각이 먼저 앞섰다. 이야기를 떠나 동해바다가 무척 그리웠다고나 할까.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바다 내음을 사랑하고 아침 햇살의 기운을 받으며 하루를 여는 아이 동해. 엄마와 단출하게 살고 있지만 너른 바다는 동해의 놀이터다. 아빠의 빈자리를 바다가 대신한 것처럼 바다가 친근하다. 바다가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와 움직임은 동해의 외로움을 다독인다. 하지만 그런 동해도 여느 또래의 아이처럼 친구가 그립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동해네는 여름 성수기엔 바쁘다. 멀리서 바다를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동해는 내심 그들 중에 또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동해의 소원을 바다가 들은 걸까. 서울에서 정민이란 아이가 놀러 온 것이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정민이의 말에 동해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선뜻 자신이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용기를 낸 것이다. 그리고 달려간 소나무 숲 언저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빠가 저기 바다에 계신다고.

손을 맞잡고 뛰어가는 아이들 뒤로 튀어 오르는 모래와 출렁이는 몸짓이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따스한 기운을 뿜어댄다. 정민이는 묻는다. 바다에서 아빠가 무얼 하시냐고.

 

 

 

 

 

순간 밀려드는 파도에 풀썩 주저앉은 정민이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파도에 장난에 걸려든 아이들에게 상실의 슬픔 따윈 없다. 아이들의 두 손을 맞잡은 듯 바다는 아이들의 온몸을 적시고 간지럽히며 놀아주는듯하다. 어느덧 붉은빛이 온통 바다와 하늘을 뒤덮은 사이 동해는 다시 혼자가 된다. 바다를 바라보며 슬픔을 삼키는 동해의 모습이 짠해서 울컥했다.

 

사실 바다는 아빠를 데려간 존재다. 그럼에도 엄마는 아이에게 원망을 가르치지 않는다. 바다로 인해 소중한 이와 이별해야 했지만 아이에겐 바다가 곧 아빠임을 묘사한다. 우리 동해가 얼마나 자라나 쑥쑥 지켜보는 거야.라고

 

 

 

아침햇살에 기분 좋게 벗어던진 신발을 지는 햇살을 뒤로하고 다시 신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동해가 나름 슬픔을 잘 극복하며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연은 우리에게서 어떤 것들을 빼앗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것들을 내어준다.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순간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게 아닐까. 동해가 정민이가 가버린 뒤 자신의 발밑에서 웃고 있는 듯한 조가비를 마주한 것처럼.

 

아빠를 간직한 바다.

아빠가 숨 쉬고 있는 바다.

아빠의 손길 같은 파도.

그렇게 바다를 품은 동해는 몸도 마음도 쑥쑥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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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구를 시원하게 해 줘요 - 오염을 줄이고 목소리를 높여 지구를 지키는 50가지 방법
이사벨 토마스 지음, 알렉스 패터슨 그림, 성원 옮김 / 머스트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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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너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얘기를 자주 했던 거 기억하니? 앨 고어의 책 <불편한 진실>도 너에게 보여주었었고 각종 기후 관련기사도 너에게 들려주었지. 앞전에 읽은 책이 <쓰레기 제로 라이프>였단 건 너도 알 거야. 저녁 식사때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했었으니까. 하지만 늘 부족함을 느꼈어. 피부로 와닿지 않는 위기가 위기로 느껴질 리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더 준비했어.

이 책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50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제안이라기보단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란 걸 간과해선 안돼.

 

왜냐하면 지금은 비상사태거든. 어제 뉴스에서 끔찍한 장면을 보았어. 러시아 하늘에서 진딧물 비가 내린 거야. 원인을 캘리포니아 산불로 지목하긴 했지만 결국 이것도 탄소 배출에 따른 기온 상승이 원인 아니겠니. 하늘에서 진딧물이 내리고 모기떼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래. 우리 인간들이야. 지구의 자원을 무한정 퍼다 쓰는 것도 모자라 지구 곳곳 생태계를 교란시켰고 오염물질을 배출했으며 지구를 계속 데워서 많은 생명체를 멸종시키고 있거든. 지구 재난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은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말거라는군. 환경과학자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도 말해.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되잖아. 인간 때문에 이 소중한 행성, 지구를 멸망시켜서야 되겠니.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뭘까.

책에 보면 나에게 던지는 질문 몇 개가 있어. 이것만 명심해도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 같더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나요?

수명이 얼마나 되나요?

원재료 공급이 윤리적이었나요?

고장 나면 수리하기 쉬운가요?

탄소 발자국이 얼마나 되죠?

물건이 더는 필요가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회사의 환경 정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내가 이걸 얼마나 자주 사용할까?

정말 필요한가?

사는 대신 빌릴 수는 없나?

 

읽다가 '탄소발자국'이란 단어와 '계획적 노후화'란 단어가 눈에 띄었어. 탄소발자국이란 식품의 이동경로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말하는데 네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먹는 게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놀랍겠지만 코코아의 이동경로와 생산과정을 생각한다면 납득이 될 거야. 축산가공식품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만만찮아서 될 수 있으면 가까운 곳에서 나는 음식 먹는 것이 오염 배출물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

 

이제부터라도 반찬투정을 줄이고 고기반찬만 찾는 습관을 줄이는 게 어떨까. 조금씩 줄이고 대체 식품들을 찾아보며 맛있는 채식을 위한 레시피를 함께 찾아보고 요리를 해 보자. 나 혼자 채식하니 조금 외롭기도 하거든. 도살 직전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소의 눈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면 이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덜 쓰는 거야. 패션산업이 환경오염 주범 2위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옷에 관한 이야길 나누었었지. 될 수 있으면 덜 사면 좋겠지만 예쁜 옷 입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니 이왕 입는 옷 좀 더 오래 입고 물려 입고 재활용하는 등 어떻게 하면 버려지는 옷의 수를 줄일까를 고민하자.

 

어제 네 책상 위에는 친구들과 팬시점에서 이것저것 사온 물건들이 이것저것 보이더라. 그 물건들 중 네가 정말 필요해서 산 물건은 별로 없어 보이더구나. 신기해서 사고 궁금해서 산 제품들 중에 플라스틱 제품이 제법 있지 않았니?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재활용된다고 생각했다면 실제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이젠 알아야 해. 네가 오늘 사들고 온 아이스 음료의 플라스틱 컵도 거의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을 아니? 이젠 내가 소비하는 제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고민을 해야 만 해.

매일매일 네 방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중복으로 물건을 사게 되는 일도 없어질 테고 더 적은 물건으로도 얼마든지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공부할 때 집중도도 더 높아질 거고.(이건 연구결과로 입증된 거래.)

 

오늘 퇴근길에 어느 집에서 엄청나게 큰 티브이를 주문한 걸 봤어. 얼마나 큰지 거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우겠더구나. 모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 달라 무턱대고 비난할 순 없겠지만 화면이 클수록 에너지 소비량이 크단 사실 알고 있었니? 여기서 계획적 노후화에 대한 말을 다시 언급하자면 기업에서 가전제품을 만들 때 수명을 계획적으로 짧게 해서 소비를 늘리는 걸 말한데. 신제품을 자주 출시하는 것도 문제지. 그만큼 빨리 싫증 내고 물건의 소중함도 잊게 되지. 버려지는 폐가전 쓰레기도 만만찮지만 전력소비도 만만찮단다. 이건 어른들이 더 반성해야 되는 문제라서 민망하긴 하다.

 

참, 먹거리는 무엇보다 중요해. 네가 사 먹는 가공식품들에 첨가물이 얼마큼 들어있는지는 아직은 전혀 관심이 없을 테지만 미래의 건강한 너를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투명 안경을 쓰고 살펴야 해. 팜유 생산을 위해 수많은 산림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을 거야. 팜유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둔갑해서 기재되어 있으니 메모를 해 두어야겠지? 너 달달구리 무척 좋아하잖아. 액상 과당은 옥수수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들일 수밖에 없데. 네가 좋아하는 탄산음료에도 많이 쓰일 뿐 아니라 시리얼, 요구르트, 잼 등에도 들어 있지. 다 맛있는 것들 투성이라 고민이 크겠지만 이제부터는 조금씩 줄여보자. 나도 이젠 통밀빵, 현미를 더 찾아먹을까 해.

 

마지막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연구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고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치인에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해. 개개인이 이런 의식을 가지고 움직이면 좋겠지만 기업과 나라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더 효과가 크지 않겠니.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편지도 쓰고 메일도 보내면서 그들에게 알려야 해.

 

무엇보다도 빨리빨리가 일상인 우리들은 이제 조금은 느긋한 달팽이가 되어야 해. 그래야지만 지구 위기를 늦출 수 있어. 이미 데워진 지구 온도를 낮출 수는 없다고 해. 그러니 발전 속도를 늦추는 방법밖에는 없어. 지구 위기의 심각성을 빨리 깨닫고 너도나도 지구를 살리는 습관을 한두 개씩 지녔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나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해보렴. 그리고 줄이는 방법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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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방어 클럽 작은거인 52
임지형 지음, 국민지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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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잘못된 사실들이 진실로 둔갑하여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된다. 이는 나라가 흉흉할 때, 혹은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작된다. 그런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식별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좀 더 의심하고 좀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선의에 피해자가 발생하고 소수의 희생자가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 독버섯 같은 가짜 뉴스를 어떻게 하면 잘 뽑아내고 걸러낼 수 있을까.

 

저자는 코로나19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야기를 하나 만든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아이들을 위해 이런 이야기를 지어 냈을까. 나도 요즘 쏟아져 나오는 가짜 뉴스 땜에 어안이 벙벙하고 속이 터질 지경이다.ㅋ

 

아이들은 가끔 SNS를 보다가 자기가 본 얘길 전할 때가 있다. 그런데 듣다 보면 죄다 믿거나 말거나 시리즈 같은 얘기에 맘껏 부풀려진 이야기나 가짜 정보투성이다. 초등 딸이야 그렇다 치지만 중등 큰놈은 그게 진짜 사실인 건처럼 얘길 해서 몇 번이나 의심하고 다시 잘 찾아보라고 타이른다. 검색도 더 해보면서 사실에 근거한 진실된 정보인가를 찾으라고 한다. 하지만 어른들조차도 그런 분별력을 잃고 가짜 뉴스를 철떡 같이 믿고 있는 이가 수두룩하다 보니 가짜 뉴스에 현혹되는 건 애도 어른도 없나 보다.

 

 

이야기는 마을 상가에 불이 나면서 생겨난 가짜 뉴스와 누군가가 조작한 뉴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이돌 덕후인 소담이는 윤호와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다 선생님께 들키게 되고 그 원인이 상가 화재 사건 때문임을 말한다. 즉 상가 화재 때 단톡방에서 주고받은 얘기가 와전이 되어 간첩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선생님은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건에 대해 진실 유무를 가려오라는 숙제를 내주게 된다.

 

참 괜찮은 숙제란 생각이다. 아이들이 분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팩트 찾기가 필요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장을 잘 파악하는 것부터 소문의 진상을 파헤쳐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담이와 윤호는 각자 자료를 찾고 검색을 하며 퍼즐 조각을 짜 맞추듯 사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는 와중에 소담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집 근처에서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어 마냥 행복하다. 하지만 다음날 인터넷에 온통 아이돌 그룹을 향한 악의성 보도가 나간 걸 알게 된다.

마녀사냥을 당하듯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비난과 허위 기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며 아이돌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서게 된다. 자신의 본 걸 증명하기 위해서.

 

 

 

 

소담이와 현호는 아이들 앞에 서서 자신들이 조사하고 느낀 점을 열심히 설명한다. 가짜 뉴스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으며 찾아보길.

 

지금부터라도 매의 눈을 가지고 정보의 바다에서 근거 있는 뉴스를 찾아보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어리석음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요즘처럼 가짜 뉴스가 심할 때일수록 더더욱. 가짜 뉴스에 관한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고 무늬만 기자하는 분들은 직업을 좀 갈아타셔야 하지 않을까. 퍼다나르는 언론이 더 문제인 듯. 암튼 자라나는 아이들이라도 이런 가짜 뉴스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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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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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같은 사람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나와 닮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의 단점을 일깨우기도 하고 장점을 승화시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말이다. 아마도 든든하지 않을까.

 

참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새로이 생겨난다. 거듭되는 소멸과 생성 속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그 잊혀가는 것들 중에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으며 그 가치가 잘 보존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자연이자 곧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 위기 중에서 앞으로 닥칠 심각한 여기 중 하나가 바로 식량난이다. 이미 예측 시나리오는 뿌려졌고 그에 따른 대처방안을 고민하고 이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고민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흘려보낸다. 소설가 김탁환 님은 이미 그러한 고민들을 끊임없이 해왔기에 그가 농부 과학자 이동현 대표를 통해 삶의 진리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이나 씨를 뿌리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계절의 순환 속에서 일어나는 반복적 행위의 가치를 찾아나간다. 그가 지키려 했던 가치와 스스로가 지키고 싶은 가치들을.

 

이 세상에 영원히 더러운 것도 없고 영원히 깨끗한 것도 없으며, 영원히 낮은 이도 없고 영원히 높은 이도 없었다. -p.115

 

'나는 농부입니다.'라며 자신 있게 자신의 묘비에 남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농업인이라는 자긍심은 개개인의 만족감에서 우러나오기 위해선 나라에서 그만큼 장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속에서 농업은 한켠으로 자꾸만 밀려 설자리를 잃어갔다. 개간된 땅이 엉뚱한 용도로 쓰이거나 아파트가 들어서고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땅의 오염화는 가속되고 있으며 영농 후계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소멸돼가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가 이동현 대표다. 그가 동물을 괴롭히고 목숨을 빼앗는 실험을 계속했더라면 어쩌면 그는 성공적으로 자본주의에 안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에 부딪혀 여러 번 방향을 선회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아름다운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곡성에서 발아현미를 연구하기까지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모범 농민상을 받은 농부로 거듭난다. 낯선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그의 벼의 철학과 닮아 있다.

그는 경험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비료를 듬뿍 준 벼는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해 태풍에 곧잘 쓰러졌고 그렇지 않은 벼들은 생존을 위해 뿌리를 깊고 넓게 내리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음을 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보며 참으로 자연만한 스승은 없구나 했다. 이는 곧 아이들의 교육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입에 맞는 환경을 쏙쏙 넣어주다가는 쉽게 나자빠지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작가는 일 년 동안 집필을 중지하고 현장으로 나간다. 가보지 않은 땅을 밟으며 자연의 체취와 사람 사는 냄새를 통해 인생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맛있는 밥에서부터 찾아 나선 이 대표의 삶의 모습은 그 자체가 존경스럽다. 자연 앞에 겸손하고 세상의 흐름에 쫓기지 않는 모습과 더불어 공동체 삶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정말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함 속에서 작가도 자신의 글쓰기 인생을 덧씌워 고민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책은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쌀은 우리의 육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한 두 사람은 참으로 닮았다. 품종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한 이 대표나 등장인물의 전부를 보여주기 위해 긴긴 장편을 쓰는 작가. 감정이입을 향한 대상을 국한시키지 않았기에 좋은 글과 좋은 발아현미가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이 대표는 우직함의 관습을 부수며 쌀에 대한 희망을 지키고 있었다. 추수와 파종의 연결고리를 깨달아 더 나은 길을 열어가는 모습에서 나는 제대로 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살피게 된다. 쌀 한톨을 생산하는 자보다 물질문명에 잘 편승한 이들이 대우를 받는 시대에서 쌀 한톨과 글쓰기라는 고된 작업의 공통분모를 찾다보면 쌀 한톨의 무게에 마음이 겸허해짐을 느끼게 된다.

 

 

 

 

며칠 전에 가족들 앞에서 채식 선언을 했다. 그럼에도 내심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의심했었다. 허나 <비건과 나란히 걷기>속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채식에 단단히 맘을 굳힐 수 있게 되었다. 작가님의 모습을 가끔 SNS에서 보면서 참 자연과 닮아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꼈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의 인생이 얼굴 주름에서 드러남은 추호도 틀린 말이 아니다.

 

흙에 대한 첫 기억을 떠올려보라 해서 쥐어짜보아도 내겐 그럴싸한 기억은 없고 흙바닥에서 새끼손가락이 까이도록 공기놀이한 것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ㅋㅋ 이 대표의 첫 기억을 보니 어릴 적부터 남달랐음이 보인다. 흙을 맛 보다니.^^

 

4장 추수 편에서 유독 시선을 끈 부분이 자식 교육에 관한 것이다. 교육은 확실히 부모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나는 이도 저도 못하고 사교육장으로 아이들을 떠밀고 있지만 땅과 흙을 밟으며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것이라는 의견에 너무나 동감하기에 부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든다.

 

코로나19시대 밀집된 공간보다 교외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정말 나도 옮기고 싶다.) 적당한 거리는 그만큼 삶의 여유를 가져다준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또한 이런 것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가치들을 다시 일깨워 준다.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삶의 뿌리를 지탱해 줄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팍팍한 세상사가 조금 달리보일지도 모른다.

 

작가님. 기오리 사진 좀 실어주시지. ㅎㅎ 전 믿어요. 기러기와 오리의 사랑으로 탄생한 2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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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 라이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삶
실비 드룰랑 지음, 장 부르기뇽 그림, 이나래 옮김 / 북스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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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 때문에 환경문제는 순위가 밀려가는듯해서 걱정이다. 지구 위기란 말은 곧 환경 위기를 말한다. 그럼에도 관련기사를 보면서 순간의 심각성만 인지할 뿐이다. 내 손 안을 떠난 쓰레기처럼 금세 잊고 만다. 환경호르몬은 눈에 보이지 않고 쓰레기 산은 볼 일도 없으며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 또한 누군가가 할 일이라고 여긴다.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기엔 쓰레기 문제는 이미 그 심각성을 넘어섰다.

 

 

내가 버린 일회용 커피잔, 다 재활용 되는게 아니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전남 해안에 밀려든 쓰레기 5400톤…처리 구슬땀

출처 : 전남일보

치킨 뼈·굳은 삼겹살…'배달 음식' 쓰레기의 역습

출처 : 네이버뉴스

[코로나 後 쓰레기 대란①] 환경의 경고… 언택트 시대 과제로

출처 : 뉴데일리경제

일회용품 분리수거 '나몰라라'...쓰레기 대란 위기 '코앞'

출처 :YTN

 

 

이 책을 읽기 전에 몇 권의 환경 책을 보았다. 그 뒤로 환경 뉴스를 챙겨 읽는 편인데 특히 쓰레기 문제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죄책감에 휩싸이곤 한다. 쓰레기 줄이기에 어떻게 동참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바쁘다는 핑계로) 이 책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저자가 한국인이 아니라서 우리나라 경제사정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맥락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체크해가며 읽었다.

우선은 쓰레기를 버려서 큰일이라고만 생각했지 새 제품이 만들어질 때 나오는 쓰레기를 간과했음을 알았다. 게다 우리가 재활용이라고 내놓은 것들도 거의 일부만 재활용이 된다고 하니 그만큼 쓰레기 문제는 그보다 더 포괄적이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간단하게 접근하면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라는 세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이자 소비주의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보니 집집마다 물건이 넘치고 쌓인 물건에 치여 사는 이들이 많다. 그렇기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면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제로를 위한 삶은 결코 소유의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유의 삶이 아닌 존재의 삶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뭐든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 특히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뒷받침되어야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오래 지속된다. 계획된 장보기, 벌크 제품 구매 시 필요한 천 주머니 소지,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 구매,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쓰레기 제로 매장을 이용한다. 농산물 직거래를 이용해서 버려지는 제품 포장을 줄이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더 좋으며 직접 채소를 길러먹는 것도 추천하고 있다.

 

며칠 전에 생활 속 환경호르몬에 관한 방송이 나간 적 있었다. 방송을 보니 우리는 꽤 많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었는데 그걸 보았다면 실천내용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등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지 않은 것들이 없었으니 이제부터는 똑똑한 소비를 해야 할 때다. 기업의 파워 때문에 이런 환경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권에서도 눈치만 보고 나서주지 않는다. 결국 이건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다. 그런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걸로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

 

 

 

 

저자는 가족 모두가 쓰레기 제로 운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육류 섭취 줄이기, 물건 덜 사기, 일회용품이나 포장이 과한 제품은 구매하지 않기, 친환경 제품을 함께 만들어 쓰기 등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범위를 늘려가며 실천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참 기특하단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기까지 부모님은 아이들과 환경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역시 부모가 준비되어 있으니 아이들도 따르며 자긍심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한다.

 

나도 최근엔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려고 하지 않으며 재활용에도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번거로워도 텀블러는 늘 가지고 다니고 있으며 장바구니와 손수건 등을 챙겨 다닌다. 배달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육류 섭취를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중고물품을 구매하는 등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저자는 일 년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이 단 한 통이라고 한다. 정말 대단한 가족이지 않은가. 오늘 아침에도 아파트 단지에 배출된 쓰레기들을 보며 얼마큼 애쓰고 노력해야 눈에 띄게 줄여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는 친환경 제품을 위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어 팁을 얻을 수 있다. 시중에 각종 강력 오염제거제에 현혹되지 말고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쓰면서 수질오염을 줄이는데도 동참해야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일 수 있다. 더는 걱정만 하지 말고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야너두할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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