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운동장 북멘토 가치동화 40
박현숙 지음, 유영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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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전에 언뜻 보았던 시리즈가 화장실이었다. 수상한 화장실.ㅋ 왠지 미스터리 호러물 같은 느낌이라 기억이 난다. 책 내용은 모르지만 이 수상한 시리즈가 제법 눈에 익었던 이유를 보니 시리즈가 제법 출간이 되어 있었다.

수상한 화장실, 도서관, 편의점, 식당, 아파트, 우리반, 친구집, 학원.

와~~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진짜 많았구나.

이걸 언제 다 찾아 읽힌담! ㅎㅎ

 

전혀 수상할 것 없어 보이는 탁 트인 공간인 운동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길래 수상하다는 것일까.

그 사연을 들여다보니 운동장을 두고 축구부와 아이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아이들은 축구부에게 빼앗긴 운동장 사용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운동장은 전교생들이 맘껏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수업외 시간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공간이란 의미다. 하지만 잘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축구팀의 전용공간이 되어버리는 건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그건 왜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여진이는 운동장에서 동현이가 찬 공에 맞고 만다. 동현이는 잘나가는 축구팀 덕에 기세가 등등한 친구다. 이미 동현이의 연습 공예 친구 여럿이 맞은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동현이의 태도인데 왜 연습하는 곳을 지나다 공을 맞느냐는 핀잔과 게다가 사과 한마디 없다. 이쯤 되니 여진이는 동현이의 태도 때문에 슬슬 부아가 치민다. 게다가 이 날은 미지의 부탁에 못 이겨 마지못해 운동장을 나선 것일 뿐이었다. 이유인즉 앞전에 석찬이가 이런 일로 동현이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장 사용 권리를 주장하던 석찬이를 돕고자 따라 나선 일이 동현이와 축구부의 이기심 때문에 이상하게 자꾸 꼬이고 커져만 간다.

 

 

 

 

일은 커져서 교장선생님도 알게 되고 전교생 모두가 알게 된다. 여진이는 운동장에 대한 이용 권리를 주장하고자 나름 똑똑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동현이의 억지 주장을 한방에 눌러 줄 방법으로 전교생에게 싸인도 받는 등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수상한 문자 한 통을 받게 된다. 아침 일찍 운동장에 와서 누군가를 지켜 보라는.

 

그렇게 아침 일찍 운동장에 도착한 여진은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복장에 유행하는 춤을 추는 아이. 하지만 어째 춤추는 모양새가 영 시원찮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운동장에서 혼자 춤을 추는 아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이쯤 되니 대체 어떤 아이일까 나도 궁금해져온다.

여진은 미지, 석찬이와 함께 축구부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줄 수 있을까.

 

 

 

 

여진이는 어쩜 그리도 씩씩하고 당찰까. 친구를 위한 일이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권리를 찾는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권리 말이다. 아이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도 누군가는 운동장 따윈 쓸 일이 없다며 관심을 끄는 아이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엄마가 나가지 말랬다며 포기하는 아이들까지 나름의 이유를 대며 상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여진은 그러한 모습을 보며 답답해한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저렇게 엄마 말 잘 듣는 애들이 공부는 일등을 못하냐며 비꼬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역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듯했다.

 

혼자서 춤을 추는 아이 때문에 여진이 춤까지 추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일이 될 듯 안될 듯 배배 꼬여가는듯했지만 여진의 믿음과 그 믿음을 믿어주던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여진은 축구부와 타협의 장을 만들게 된다. 특히 여진의 할머니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이에게 다그치고 잔소리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얼마큼 믿느냐에 따라 아이의 그릇의 크기가 달라짐을 보게 되었다. 실수를 하더라도 실패를 하더라도 크게 낙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여진의 태도도 본받을 점이고 친구를 끝까지 응원하던 석찬이의 태도도 칭찬할만하다. 소심하던 친구에게 용기를 주었으니.

 

수상한 운동장을 읽으면 그런 여러 가지 관계들을 간접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마냥 어리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열두 살임에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며 아이들 편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길잡이 노릇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이 책도 어른 아이 함께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제 화장실 편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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