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바다 도란도란 마음 동화 3
조경숙 지음, 이수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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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는 글 외에도 그림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찾을 수 있다. 원래 그림책을 좋아해서 아이들 어릴 때는 애들보다 내가 더 펼쳐 보았었다. 어쩜 그렇게 그림이 예쁜 책들이 많은 건지 그림이 예쁜 책들은 사 모으기도 했었고 어떤 그림책은 몇 번씩 펼쳐보곤 했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그림동화를 펼쳐볼 기회가 줄었었는데 <아빠 바다>를 본 순간 이 책은 소장하고 싶단 생각이 먼저 앞섰다. 이야기를 떠나 동해바다가 무척 그리웠다고나 할까.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바다 내음을 사랑하고 아침 햇살의 기운을 받으며 하루를 여는 아이 동해. 엄마와 단출하게 살고 있지만 너른 바다는 동해의 놀이터다. 아빠의 빈자리를 바다가 대신한 것처럼 바다가 친근하다. 바다가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와 움직임은 동해의 외로움을 다독인다. 하지만 그런 동해도 여느 또래의 아이처럼 친구가 그립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동해네는 여름 성수기엔 바쁘다. 멀리서 바다를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동해는 내심 그들 중에 또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동해의 소원을 바다가 들은 걸까. 서울에서 정민이란 아이가 놀러 온 것이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정민이의 말에 동해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선뜻 자신이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용기를 낸 것이다. 그리고 달려간 소나무 숲 언저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빠가 저기 바다에 계신다고.

손을 맞잡고 뛰어가는 아이들 뒤로 튀어 오르는 모래와 출렁이는 몸짓이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따스한 기운을 뿜어댄다. 정민이는 묻는다. 바다에서 아빠가 무얼 하시냐고.

 

 

 

 

 

순간 밀려드는 파도에 풀썩 주저앉은 정민이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파도에 장난에 걸려든 아이들에게 상실의 슬픔 따윈 없다. 아이들의 두 손을 맞잡은 듯 바다는 아이들의 온몸을 적시고 간지럽히며 놀아주는듯하다. 어느덧 붉은빛이 온통 바다와 하늘을 뒤덮은 사이 동해는 다시 혼자가 된다. 바다를 바라보며 슬픔을 삼키는 동해의 모습이 짠해서 울컥했다.

 

사실 바다는 아빠를 데려간 존재다. 그럼에도 엄마는 아이에게 원망을 가르치지 않는다. 바다로 인해 소중한 이와 이별해야 했지만 아이에겐 바다가 곧 아빠임을 묘사한다. 우리 동해가 얼마나 자라나 쑥쑥 지켜보는 거야.라고

 

 

 

아침햇살에 기분 좋게 벗어던진 신발을 지는 햇살을 뒤로하고 다시 신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동해가 나름 슬픔을 잘 극복하며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연은 우리에게서 어떤 것들을 빼앗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것들을 내어준다.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순간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게 아닐까. 동해가 정민이가 가버린 뒤 자신의 발밑에서 웃고 있는 듯한 조가비를 마주한 것처럼.

 

아빠를 간직한 바다.

아빠가 숨 쉬고 있는 바다.

아빠의 손길 같은 파도.

그렇게 바다를 품은 동해는 몸도 마음도 쑥쑥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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